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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과 춘천 여행
2012-06-17 03:37:54최종 업데이트 : 2012-06-17 03:37:54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희

누구에게나 추억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수도권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와 코스는 어디일까. 대부분 경춘가도를 떠올리며 막국수와 호반의 도시로 유명한 춘천을 최고로 꼽을듯 하다.
대학생들의 MT장소로 유명한 남이섬과 강촌, 그리고 수많은 호수와 휴양림들이 즐비한 곳. 막국수, 닭갈비로 유명한 춘천 여행을 하면서 이 두가지를 먹어보지 않았다면 그건 춘천을 절반밖에 느끼지 못한거다.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사랑이 숨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에/초라한 내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가수 조성모는 김현철의 노래 '춘천 가는 기차'를 리메이크해 감미로운 목소리로 이렇게 노래했다. 

남이섬과 춘천 여행_1
남이섬과 춘천 여행_1

춘천… 
지난 6월 첫주 연휴때 대학시절 MT의 추억을 떠올리며 남편을 꼬드겨 춘천쪽으로 자동차를 몰았다. 지금은 쫙 뚫린 경춘고속도로가 있으니 그건 빨라서 좋기는 하지만 옛날의 낭만을 맛보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옛길을 잡아 떠났다.  아직도 춘천 가는 길은 이유 없이 설레는 길이다. 이 나이에 이런 설레임을 주는 길이 있으니 우린 참 행복한 축에 든다.

그 옛날 연애하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춘천을 향해 고고 씽.... 북한강 줄기 따라 달리는 경춘가도. 청평, 남이섬, 가평, 강촌. 그리고 추억의 강촌역. 줄줄이 떠오르는 여행지가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 역시 춘천 가는 길은 시간여행, 추억여행이다.

우선 남이섬. 
남이섬은 처음부터 섬은 아니었고 청평댐이 만들어진 후 생긴 섬이다. 아시다시피 수많은 드라마 촬영지이며, 현재는 많은 외국 관광객까지 방문하는 한국의 대표 관광명소라 할 수 있다. 
들른 김에 근처에 문배마을이란 작은 마을도 들어갔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지는 마을이었는데, 강원도 양구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는 어린 시절의 그리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고나 할까? 

춘천은 흔히들 호반의 도시라고 한다. 
소양댐과 춘천댐, 의암댐으로 인해 인공호수가 만들어져 자연환경은 최고라고 해도 거짓이 아니다. 
그중에 의암호.  의암호 주위로 둘러싼 산세도 장관이지만 바로 옆의 시원하게 뚫린 '박사로'는 드라이브코스로 최고다. 드라이브를 하며 눈에 들어오는 호수와 산의 풍경은 잠시동안 여행객의 넋을 빼놓는다.
호반의 도시로 달리는 길은 물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이름 모를 풀과 꽃이 여행객을 반긴다. 노오란 색이 나를 보고 찍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다시 북으로 달려 강촌역에서 잠시 차를 세워봤다. 얼마나 변했을까,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감과 궁금증....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들어오면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대학생 MT물결. 
역시 세월은 변했다. 그때의 기차는 지금은 전철로 변했다. 하지만 역시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강촌역 주변 모습과 추억은 그대로 새록새록 솟아났다.

그때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꼬박 2시간 기차를 타고 갔었다. 팀마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야외전축을 틀곤 했다. 그게 다른 승객들의 여행을 방해한다는 생각도 거의 없었다. 경춘선 열차에 젊은이들이 오르면 의례히 그렇게 하는 건 줄 알았다.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젊음을 그렇게 발산하고, 나이든 어른들은 때로 불편해도 그것을 이해해 줬다. 그래서 그런 모습이 경춘선 열차에서는 하나의 풍속도처럼 생각될 정도였다.

80년대 아득히 지나간 세월, 기억 한편에 남아있는 젊음의 열기는 여전히 기억속에 남아있고 그 노래들이 지금 우리 7080세대의 귓전에 들리는듯 하다.
강촌에는 카페도 많고 횟집도 많다. 그러나 가장 강촌다운 풍경은 투박한 붉은 페인트로 쓴 민박집 간판이 아닐까. 그때의 민박집은 아직도 영업중일까? 그 인심 좋던 민박집 아저씨는 지금 초로의 할아버지가 다 되셨을텐데... 

추억의 첫 페이지로 아로새겨진 강촌에서 우린 젊은날의 초상화를 떠올리며 다시 북으로 달려 춘천에 이른다.
 해저무는 공지천 산책로, 취기오른 춘천의 명동 닭갈비집 골목, 그리고 숙취에도 새파란 투명함으로 다가오는 소양호 뱃길. 그해 겨울의 명동 닭갈비집은 지금 또 어떻게 변했을까.
시간도 비켜간 풍경들을 떠올리며 어둠이 내리는 시청앞 명동 닭갈비골목에 들어섰다. 아, 여전히 그대로였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붐비며 사람 사는 냄새가 그대로인 곳. 네온사인 간판과 닭갈비집 천지다. 

"여보, 저기 좀 봐"라는 남편의 말에 고개를 돌려 보니 추억의 원조 닭갈비집이 그대로 있다. 함석간판에 드럼통 화로에 무쇠 철판을 올려놓고, 하얀김을 펑펑 날리며 양념고추장한 닭갈비를 구워냈던 그곳... 우린 거기서 배를 두들기며 진정한 춘천의 맛을 느껴버렸다.

하룻밤 자고 난 다음날, 소양호로 향했다.
소양호 선착장 건너 찾아가는 오봉산자락의 청평사, 청평사 올라가는 오봉산의 계곡길의 경관도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수려하다. 한여름에 발을 담궈도 차디찬 계곡물이 흐른다. 청평사까지 가는 도중에 인심좋은 할머니한테서 사먹는 즉석 감자전, 도토리묵에 어묵국물, 좁쌀막걸리도 너무 맛있다.
우리 가족, 추억의 춘천여행을 하면서 가슴 깊은 저 심연에서부터 온통 행복하게 넘쳐나는 따스함만 간직한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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