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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를 하고자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2012-06-18 14:31:18최종 업데이트 : 2012-06-18 14:31:1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석원

곧 다가올 아버님 생신때 어떻게 치를지 형제들이 그동안 의논해 왔다. 그 계획 가운데 하나가 '성지 순례'를 보내드리는 거였다. 두분은 신앙심이 두터운 분이어서 함께 종교 생활을 하시는 형수님과 같이 성지순례를 하시는게 소원이었다.

지난 주말에 다 모인 자리에서 부모님께 성지 순례를 다녀오시는게 어떤지 여쭤 보았다. 
하지만 어머니로부터 의외로 "싫다."는 말씀이 쉽사리 나왔다. 그동안 논의에 끼지 않은 여동생과 형수님도 부모님의 성지 순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거들었다. 
연세가 높아 장기간 해외여행을 하시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아들과 사위들은, 어머니가 연배에 비해 활동적이신 것만 생각했지 그 연세의 활동력이 일정 기준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마음만 청춘이지 부모님 모두 연로하시고, 특히 어머님의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는걸 잊었다. 잠시동안....두분의 "싫다"는 말씀을 듣고는 언젠가 내가 앙코르 와트를 갔던 때가 생각났다. 
평원 지대인 앙코르 와트의 중심부에는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이 하나 있다. 그런데도 백발의 서양인 부부는 현지인에게 팁을 주고 등을 밀게 하며 그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효도관광에도 때가 있는거라는걸 느낀 장면이었다. 

효도를 하고자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_1
효도를 하고자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_1

자식들은 부모님께서 너무 연세가 드셔 해외여행을 가기 어렵게 되면 그도 후회로 남을 것이다. 
물론 꼭 해외여행이 중요한건 아니다. 그리고 몇 번씩 보내드리란것도 아니다. 그저 당신이 80평생 사시는 동안 나라 밖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단 한번은 확인해 보고 세상을 떠나신다면 자식된 도리로써 덜 후회될 일이니까...
그리고 굳이 해외가 아니라면, 당신을 모시고 아들 내외와 손주가 함께 손잡고 마음의 여유와 평화속에 몇일정도 짬을 내어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며 우리 땅 곳곳을 누벼도 괜찮을듯 싶다.

세월과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래도 살아 생전에 잘 모시고 밥상 앞에서조차라도 "어머님, 아버님 이것좀 드세요. 저것좀 드세요"하면서 길게 늘어선 식탁의 끝부분에서 그런 대화를 했던게 그나마 덜 슬픈것인데.... 나는 그렇게 못하고 아버님을 보내드렸다. 

두고두고 후회 되는 지금, 이미 늦어져 결국엔 나의 부모님마저 평생의 소원이셨던 성지순례를 가실수 없다니...부모님을 여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대부분 이런 말씀을 한다. "아쉽다."고.
살아 생전에 조금 더 잘 해드리지 못한 감정일진데, 생활이 힘들고, 지치고 고달파서, 부모님께 소홀히 할수가 있다.

하지만,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논어에 나오는 말, "나뭇가지가 잠잠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효도를 하고자 하나 부모님이 기다려주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는 말이 그것이다. 옛말이 하나도 그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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