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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나물반찬 먹게 하기
맞벌이 하는 불량주부의 애환
2012-06-21 08:11:28최종 업데이트 : 2012-06-21 08:11:28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희
시아버님 생신을 맞아 우리집에 온가족이 모였다. 밥상에는 아버님 좋아하시는 생선찜과 소고기, 부침개, 채소 지지미, 잡채 등 산해 진미가 올라와 있었다. 
어머님과 며느리들이 팔을 걷고 열심히 만든 음식들. 가족들의 입맛에 맞아야 할텐데...

밥상에 앉자마자 시아주버님 아들인 남자 조카 둘 석규와 현규가 시금치와 데친 쑥갓 무침을 큰 그릇에 담아 밥을 쓱쓱 비벼먹는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형님은 전업주부였고 나는 맞벌이 직장인 주부라 살림의 기술(?)에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 밥먹는 습관을 보니 예삿일이 아니었다. 아니 부러웠다.

부러운 이유는? 그 많은 고기와 이것저것 아이들의 입맛을 당길만한 육류가 즐비했는데도 조카들은 그런것에 별로 눈길을 주지 않고 채소류 반찬을 약속이나 한듯이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난 다음 시댁 가족들이 모두 돌아 가신후 우리 아이들을 불러세웠다.
"상규, 민규 잘들어봐. 아까 석규 형아, 현규 형아 나물에 밥 비벼먹는거 봤지?" 
큰 놈 상규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엄마 저도 먹고 싶은데 잘 안땡겨요"

그래도 큰놈이라 기특하다. 엄마의 말뜻을 알아듣고 안먹겠다는 말은 안하는걸보니 큰놈 답다.  그러나 둘째 민규는 그 나물 보다는 '고기가 더 좋아' 이런 얼굴이다.
나물이란게, 항상 손이 가는 것들이다. 뿌리 따내야지, 다듬어야지, 데쳐야지, 다시 양념 뿌리고 무쳐야지...등등. 
그 반면에 바쁘고 늦은 시간 제일 만만한게 베이컨구이, 생선구이, 돼지 삼겹살 이런것들 아닌가.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내가 거의 강요하듯이 이런거만 먹였으니... "아이들아, 미안 미안."

아이들에게 나물반찬 먹게 하기_1
아이들에게 나물반찬 먹게 하기_1

이틀후,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작심하고 미나리와 쑥갓 그리고 상치를 샀다. 마트에 간 김에 싹 비빔밥을 해줄 요량으로 이런저런 싹도 함께 구입했다. 늦은 저녁시간이었지만 한번 해보자며 손을 걷어 부치고 다듬고 무쳤다. 
큰놈 상규가 "엄마, 배고파요.....그건 뭐에요?" 묻는다. 
"엉, 이거 미나리와 쑥갓이야. 우리 몸에 좋은 영양분을 주는거. 봐봐~ 소금 조금 넣구 비비면 돼.  한번 먹어볼래? 아~"

그날 저녁~ 우리 상규 이놈 엄마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그 채소 반찬과 함께 싹 비빔밥 한공기를 뚝딱 먹었다. '어, 이거 맛있네'라며. 그래도 토종은 토종인가보다. 민규는 쌉쌀한 쑥갓이 입맛에 안맞았는지 아직... 후후. 시간이 필요한듯하다.
'미안해 상규야, 민규야. 엄마가 바쁘다는 핑계로....  앞으론 엄마가 신경좀 쓸게' 하는 마음으로 두 녀석의 얼굴을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인스턴트 식품만 먹인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직장인 여성 주부들, 집안일 신경쓰다 회사일 늦추면 무능하다고 찍히고, 어쩌다 회식 빠지면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왜 나와"하는 보이지 않는 편견 참으며 아이들까지 키우느라 고생, 고생...
그래도 이것저것 다 이겨내고 우리 가족 건강 지키는건 모든 주부님들이다. 한때 만화로 나온 뒤 TV 단막극으로 나온 것 중에 '불량주부'라는게 있었다. 직장인 주부의 애환을 다룬 것이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에게 인스턴트 식품 먹이는거 주부들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이럴때 스스로 "내가 불량주부인가 보다"싶은 미안함에 잠도 설친다. 

하지만 어쩌랴. 직장생활에 온갖 일을 다 챙기다 보면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이라 그런것을...
그러나 이제는 조금만 더 생각하고 신경 쓰련다.
"우리 주부 여러분, 바쁘신 와중에라도 가족건강 꼭 챙기고 행복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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