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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휴대폰 없는 시대로 돌아가 보고싶다
2012-08-07 17:40:37최종 업데이트 : 2012-08-07 17:40:3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석원
얼마전 퇴근길이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후 목이 말라 물 한잔 얻어 먹으려고 주유소내 사무실로 가려던 중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기를 들고 나가 통화를 하면서 물을 한잔 얻어 마신후 통화가 길어졌다. 
약 5분간 통화를 마친뒤 갑자기 찾아오는 작은 변의.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을 보면서 실수로 그만 화장실 바닥에 휴대폰을 떨어트리고야 말았다.

뚜다닥...화장실 타일 바닥에 떨어진 그것이 구형 휴대폰이라 가격이 비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몇 년간 손안에서 들고 쓰면서 친해진 물건인지라 깜짝 놀라 추락한 휴대폰을 얼른 집어들어 작동시켜 봤으나 결국 먹통이 됐다. 
광고에서는 진흙탕에 굴러도 잘 터진다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이건 아닌가?

그동안에도 통화때 상대방에게 내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일이 흔했고, 때로는 멋대로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던 휴대폰이었다. 사실 낡을대로 낡은 구식이기에 언젠가는 신식 스마트폰으로 바꿔야지 맘 먹고 있기는 했던 차였다. 하지만 완전히 망가진게 아닌데 무작정 버리기에는 아직 아깝다는 이유로 미적거리던 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사실 이정도 낡은 휴대폰이라면 고장 수리를 맡겨 본들 부품이 있네 없네, 몇일간 기다려야 하네 어쩌네, 차라리 한 대 새로 사는게 돈이 덜 드네 어쩌네 할게 뻔했다.
결국 그날 저녁 집으로 들어가기 전 결국 하나 저지르기 위해 가까운 휴대폰 매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쇼 윈도우 앞에서 어느 모델을 택할까 이리저리 골라 보다가 마음에 드는게 있어서 '그래, 저거다'하며 매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한번쯤 휴대폰 없는 시대로 돌아가 보고싶다_1
한번쯤 휴대폰 없는 시대로 돌아가 보고싶다_1

마음 한구석에서 은근한 목소리가 내 발길을 붙잡았다. "휴대전화 없이 서너달 살아보면 어때? 그동안 문명의 이기를 벗어난건 어떤 맛일까 궁금도 많이 했는데... 이럴때 한번 좀 더 느긋한 삶을 살아 보는것도 괜찮을것 같지 않아?  한번 해봐."라는 내 마음속의 유혹이 들렸다.
휴대폰 매장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 봤다. 참, 다들 바쁘고 정신없다. 발걸음도 빠르고 저마다의 일에 몰두하며 움직이고 있다. 

다시 깊은 숨을 들이 쉬며 언젠가 TV 토크쇼에 나온 한 연예인의 말을 떠올려 봤다. 약간 우스갯소리로 한 말인데 공감 가는 부분이 있어서 잊지 않고 있던 말이다.
그는 일부러 사람 사는 냄새를 맡기 위해 지하철이나 버스를 자주 탄다는 중견 연예인이었다. 그런데 예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다른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 그쪽에서 아는체를 하거나 시선을 주면 일일이 인사하기 바빴는데 요즘은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왜일까? 인기가 떨어진것도 아닌데...  예전엔 모자를 꾹꾹 눌러써도 힐끗힐끗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였는데 요즘은 맨 얼굴로 다녀도 편하다고 말했다. 
이유는 놀랍게도 버스든 지하철이든 인도에서 보행중이든 간에 남녀노소 할것 없이 전부다 휴대폰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에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며 웃었다.

좀 과장됐겠지만 나는 오랫동안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화에, 문자에, 화상통화에, 게임에, TV시청에, 인터넷에, 일정관리까지... 휴대폰으로 안되는게 없으니 오죽할까.  특히 젊은 친구들을 보면 손놀림이 장난이 아니다.
휴대전화가 곧 생활의 모든 것을 가두고 지배하는 세상... 이럴때 고것 없이 서너달만 한번 살아본다면?

그러나... 결국 나는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당장 발생할 수많은 불편, 회사 업무, 가족간의 긴급연락 불가 등등... 어쩔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하나 장만하고야 만 것이다.
결국 느리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불을 댕기기는 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나의 한계를 탓하며 그저 막연하게나가 안쓰러운 스스로의 질문을 던져 보았다.
'정말 구석기 시대로 돌아가 보는건 언제쯤에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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