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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는 누구던지 "항상 마지막을 명예롭게"
2012-08-08 03:41:46최종 업데이트 : 2012-08-08 03:41:46 작성자 : 시민기자   최종훈
"고객님, 그게 아니고요..."
"그게 아니긴 뭐가 아냐? 늬들 편한대로 하자는거야? 지금?"
우리 사무실에 찾아 온 고객 한분. 담당인 박과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응대를 하지만 상대방의 억지주장은 옆 사무실에 앉은 사람들에게까지 쩌렁쩌렁 울리며 36도를 넘나드는 한여름 폭염에 기름을 들어 붓는다.

우리 회사측 입장이라서가 아니라 이번 고객의 말투와 의견은 정말 막무가내 그 자체였다. 반말이 기본이요, 목소리 크지, 대화보다는 자기의견만 말하려 하지, 걸핏하면 사장 나오라지... 그야말로 블랙 컨슈머에 가까웠다.
안되겠다 싶어 내가 나섰다. 그리고 아주 거칠게 의견 전달을 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그쪽에서 아예 우리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므로 나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그리고 필요하다 싶으면 어떤 법적 조치든 원하는대로 하시라고.

결국 이 고객분은 "두고보자"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셨다.
공공분야든 민간의 개인 기업이든 일을 하다 보면 아주 다양한 불만사항들이 만들어지고 그에 따른 고객 혹은 민원인들의 불만이 나오게 된다.

이때 민원인중 시작부터 힘차게 목청을 높여 의견을 전달하시는 분, 조용히 차 한잔 하면서 논리적으로 불만사항을 전달하시는 분, 무조건 부서 최고 책임자가 나와야 이야기하겠다는 분 등 민원사항에 대해 다양한 고객 분들의 의사표현 방법들이 있다. 
불만사항에 대해 담당 직원들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원 사항이 원만하게 해결되는 경우에는 고객과 직원 간에 서로 웃으면서 차라도 한잔하면서 헤어진다. 
그러나 울그락 붉그락 얼굴을 붉히며 감정적으로 대립을 하면서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 서로에게 감정적인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이럴 경우 직원들은 자칫했다가는 책임을 져야 하거나 문제가 더 커질까봐 쩔쩔 매면서 고객의 억지주장인걸 알면서도 무조건 "예, 예, 죄송합니다"만을 연발하게 되기에 억지주장은 그치지 않는다.
그럴 때에는 대화 자체도 안 되고 서로가 감정적으로 극에 치달아 자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전에 막무가내식으로 막말을 하다가 "두고보자"며 헤어진 고객의 경우가 바로 그런 사례이다.

그리고 얼마후의 일이었다.
퇴근후 집에 막 들어가려는 찰나 뒤에서 차가 빵빵거렸다. 
내가 혹시 길이라도 막았나? 아니면 지갑이라도 흘린걸까 싶어 힐끗 뒤돌아 봤더니 차 안쪽 운전석 차창이 스르륵 열리면서 운전자인 남자가 나를 바라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이 근처 사시네."

그 순간 나는 석고처럼 굳어졌다. 그 분은 얼마전 회사로 찾아와 나와 한참동안 입씨름을 하다가 돌아간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순간 나도 멋적어 하면서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서 "어! 안녕하세요? 여가에는 웬일이세요?"라며 되물었고 그는 자연스레 볼일이 있어서 지나다가 나를 우연히 발견했노라며 웃었다.

서로간에 약간 어설프고 애매한 표정이 오갔지만 이내 자연스레 말이 오가면서 마치 친했던 사람들이 우연히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밀린 이야기를 나누듯 하는 대화가 오갔다.
그러는 사이 그 고객에 대한 나의 '감정'은 눈 녹듯 사라졌고, 그 분 역시 나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없어진듯 했다. 

사람은 언제든지 다시 만날수 있답니다_1
사람은 언제든지 다시 만날수 있답니다_1

그 민원인은 나에게 "나도 사실은 요 근처에서 조그만 가게를 하나 해요. 언제 시간 나면 한번 놀러 와요. 그리고 저번에 소리 지른 것은 미안하고"라며 명함을 한 장 건네주는게 아닌가.
명함을 받으며 나는 "아 네... 알겠습니다. 한번 놀러가죠"라고 인사를 하자 그분은 승용차를 몰고 총총히 사라졌다.

이때 은근히 유쾌한 기분이었다. 마치 배변을 한 뒤 말끔히 '뒷정리'를 못한 상태에서 찜찜한 기분으로 지내다가 어느 순간 물로 깨끗이 닦아낸 그런 기분....
결국 그 날 이후 나는 사람은 언제 어떤 식으로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아무리 옳다 한들 상대방에게 '원수'같은 마음으로 헤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사람은 '마지막이 깨끗해야 한다'는 말을 절감, 또 절감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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