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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문 시장 순대국밥집에서의 한끼
2012-08-25 14:45:59최종 업데이트 : 2012-08-25 14:45:59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석원
늘 느끼는 일이지만 재래 시장에 가면 그 특유의 끈끈한 인정과 마치 내집에 온 듯한 느낌을 얻는다. 시장에 가 보면 어디서 왔는지 시장은 금방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불나방처럼 순식간에 사람이 몰린다. 
물건을 사고 팔고, 먹거리를 즐기는 시끄러운 소리에 시장은 활기가 넘친다. 이렇게 사람이 몰리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뭐든 싸고 맛있기 때문이다. 그게 재래시장을 찾는 진짜 이유다. 

"골라 복세요, 골라요" "방금 잡은 암퇘지 앞다리살 세일 합니다. 맛있어요. 지금 안사면 나중에 후회 합니다" "떡 사세요. 한팩에 2천원, 3팩에 5천원.  골라 보세요..."
곳곳에서 들려오는 구성진 외침소리가 오늘도 재래시장 입구부터 한껏 흥을 돋며 손님들의 발걸음을 세운다.
생필품으로도 이것저것 살것도 많고, 사람 사는 정겨움도 느끼고, 시장애서 산 김밥과 튀김과 부침개를 싸 들고 곧바로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트와 달리 시장에서는 생선과 채소 등을 사기 위해 상인들에게 물건의 원산지를 묻고, 싱싱한지 확인하면서 살 물건을 고른 후 가격 흥정을 하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 사는 재미와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시장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장보기 끝에 먹는 즐거움이다. 이건 내가 어렸을적에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쫓아가 호떡이나 풀빵을 얻어먹던 기쁨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우리 내외는 팔달문시장 안에 있는 순대국밥 집을 자주 찾는다. 주인 아줌마와 각별한 사이라서가 아니라 워낙 내가 순대라는 음식을 좋아하고, 그 맛이 좋고, 시장 안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자주 들르는 편은 아니나 이처럼 시장에 갈때는 반드시 찾는다. 아니, 시장에 갈 계획이 생기면 나는 미리 식사를 거기에서 먹을 생각을 하고 가는 것이다.

팔달문 시장 순대국밥집에서의 한끼_1
팔달문 시장 순대국밥집에서의 한끼_1

내가 사는 주변에 이렇게 내 입맛에 맞고, 먹을 만한 음식이 있어서 좋다.
이 식당은 단지 음식 맛만 좋다고 맛집이 아닌 것 같다. 손님을 대하는 주인의 정성과 그에 화답하듯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서민들이 국밥 한 그릇을 시켜놓고 마시는, 소주나 막걸리 잔 속에 피어나는 화기 도는 방담으로 적당하게 시끄러운 분위기.

무쇠솥에서 피어오르는 후끈한 김 속에서 풍기는 고기 삶는 냄새, 신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케케묵은  구식도 아닌 어중간한 시설 속에 알맞게 삐걱거리는 탁자와 의자조차도 맛집의 조건을 채우고 있다. 그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드나들기에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알맞다.

얼마전 그 날도 식당 안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10대부터 80에 이른 어르신까지 식당자리 대부분을 메우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애환을 보고 들을 수 있어 좋다. 
우리 내외 옆에는 30대 후반쯤의 장정들 여섯 명이 앉아 소주를 마시면서 한담에 열중했다. 

우리는 순대국밥 두 그릇을 주문했다. 먼저 모둠 한 접시가 나왔다. 국밥이 나오기 전에 무료한 시간을 메우라는 주인의 고마운 배려다. 접시 위에는 순대 몇 토막, 대장, 소장, 간, 애기집, 염통, 허파, 막창 등이 고루 섞여 따뜻한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다.

순대를 먹다 보니 옆의 장정들 중 좌중을 주도하던 입담 좋던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우리는 공짜로 팔달문시장표 개그콘서트를 들으며 식사를 할수 있었다.
그 사람람들의 폭소가 왁자지껄하다. 정말 맛집에 어울리는 신나는 시간이었다.  

조리대 쪽을 보니 도마질을 하는 아줌마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고기를 썰고, 뜨거운 물에 데치고, 뚝배기에 넣어서 육수를 붓고, 고춧가루, 깻가루, 후춧가루를 뿌려 두 그릇을 뚝딱 만들어 낸다. 먼저 모둠 한 접시로 반배를 채웠지만 국물 한 방울 없이 깨끗이 먹어 치웠다.

계산을 하려 지갑을 꺼내면서 순대를 주문했다. 포장용 4인분. 이웃집 아저씨를 드릴 계획이었다. 거기도 순대를 꽤 좋아하는 분이다.
비닐 봉지에 싸인 순대를 들고 나왔다. 정량보다 묵직하다. 주인이 손해를 보는 건 아닌가 하고 바짝 미안한 생각이 들면서도, 늘 따사로운 시장 사람들의 인정에 배불러오는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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