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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세대째 분실한 딸
2012-09-01 11:30:48최종 업데이트 : 2012-09-01 11:30:4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석원
자전거, 세대째 분실한 딸_1
자전거, 세대째 분실한 딸_1

내가 어릴적 60년대엔 자동차는 고사하고 자전거조차 귀한 존재였다. 지금은 자동차도 흔해 빠졌지만 그때는 자전거조차 보기 힘들었다.
내가 살던 유년시절의 시골도 마찬가지였다. 뒷산이 평풍처럼 둘러쌓인 조그만 시골마을, 마을 앞으로 신작로가 있고 신작로 건너 논빼미가, 그리고 논빼미 저만치 건너 제법큰 개울이 있었다.
너무나 어려웠던 그 시절 그 시골에는 동네에 자전거 한대가 없었다. 어쩌다가 읍내 우체부 아저씨가 빨간 자전거를 타고 오면 동네 아이들이 줄줄 따라 다니곤 했다.

기름을 발라 머리가 반지르르한 면서기도 가끔 검은 자전거를 타고 동네에 오곤 하였다. 그때 우리는 자전거를 보면 한번 타보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던 어느 날. 농촌에서 열심히 땀흘리며 감자 캐고 고추 따서 어렵사리 돈을 장만한 우리 아버지가 자전거를 한 대 장만하셨다.  정말 그때 자전거를 본 기분은 상상을 초월했다.

자동차 구경은 하늘의 별따기였고, 그때까지만 해도 3, 4km는 족히 떨어져 있는 논밭까지 매일 행군하듯 걸어다녀야 했는데 씽씽 달리는 자전거를 장만했으니 얼마나 기쁘고 좋았는지 모른다.
그 때문에 자전거에 대한 애착과 사랑은 보통이 아니었다.  매일 걸레로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면서 탔다.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는 말이 그럴때 딱 어울리는 말인듯 했다.
내게 자전거의 애착과 추억은 그렇게 오롯이 머릿속에 남아있는데...이젠 세월이 흘러 내가 어른이 되고 살다보니 참 별일도 많이 생긴다.

며칠전 고등학교 다니는 딸 아이가 시무룩해서 돌아왔다. 자전거를 잃어버렸는데 이게 벌써 세번째다.  
서점에 가서 책을 사가지고 나왔는데 그 10분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졌다며, 3대째 잃어버린 것에 대한 속상함과 아빠로부터 들을 꾸지람에 대한 생각이 범벅이 돼서 어쩔줄 몰라 했다.
아무리 쉽게 구할수 있는 자전거라지만 정말 3대째 잃어버리고 집에 돌아오는 아이를 본 부모의 마음이 그다지 편할리는 없다.

아이는 자전거를 곧잘 타고 다녔다. 여자애지만 자전거 타는걸 무척 즐겼다. 여성분들이 운동신경이 떨어져 자동차 사고를 내는것처럼,  혹시 이 아이도 자전거를 타다가 브레이크 제동을 잘 못해 차에 치이기나 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도 되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하지만 엉뚱한 일이 세 번 연거푸 터진 것이다. 도서관에 갔다가 자물통을 안채워 누군가 그대로 가져간게 첫 번째 도난 사건이었다. 안타까웠지만 어쩌랴 싶어 다시 한 대를 사주며 아이에게 단단히 일렀다.
"훔쳐간 사람도 나쁘지만, 네 물건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 다시 잃어버리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타거라"
그러나 그것도 허사. 또다시 학원에 갔다 오던 갈에 잃어버렸고, 이제 3번째 도난을 당했으니 이녀석도 아빠한테 얼굴 들 낯이 없는듯 했다. 

문득 수십년전 내가 그 자전거를 잃어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을에 수확한 검은콩을 큰 자루에 담아 읍내 장날에 싣고 나갔다. 값을 잘 받은 후 시장에서 국수 한그릇 먹고 나온 순간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순간 너무나 황당하고, 마치 가족을 잃은듯한 공허함과 허탈함에 며칠간 밥맛도 없고 잠도 안왔다. 그때 기분이나 지금 아이의 기분이 비슷할 것이다. 

아이에게 뭐라 말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훔쳐간 사람이 나쁘지 그게 어디 아이 탓인가. 아빠한테 꾸중 들을까봐 딸내미의 맘을 졸이게 했던 내 옹졸함이 오히려 미안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 잊어라"고 위로해줬다. 
아이의 자전거를 가져간 사람이 어른인지 아이들인지 모르지만, 어른이라면 정직하지 못한 행동 때문에 아이들에 마음에 멍이 들지 않게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한 아이들의 행동이라면, 어느 누구든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도록, 남의 물건에 손 대지 않도록 잘 가르쳤으면 하는 바램을 전해본다. 남의 아이들 가슴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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