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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넘어 걸려온 반가운 소식
2012-09-05 15:40:58최종 업데이트 : 2012-09-05 15:40:5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석원
다른 사람이 나에게 세상을 살면서 가장 적게 들었으면(혹은 아예 한번도 안듣고 살수만 있다면) 좋은 소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두 가지를 들겠다. 하나는 119소방차 소리처럼 느닷없이 거리를 울리는 비상 사이렌이다. 불자동차건, 경찰차건, 앰뷸런스건 모두 대형 사고와 사건을 연상케 하는 불길한 소리이니 듣기 좋을리 만무다.

그 소리는 이미 누군가가 다친다는 소리인 그런 소리는 안들을수록 좋은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한밤중 집안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다. 밤 깊어 오는 전화치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예는 없다. 
특히 고향에 노모가 계시는 아들딸들과 가족중 누군가가 중한 병환을 앓는 경우 한밤중 전화는 무조건 온 가족을 긴장시킨다.

밤 12시 넘어 걸려온 반가운 소식_1
밤 12시 넘어 걸려온 반가운 소식_1

노모가 아니시더라도 누군가 친척 지인이 세상을 떠났거나 크게 다친 일, 큰 사건이 터져 회사에서 급히 찾을 때, 잔뜩 취한 친구의 얼른 나오라는 독촉, 아니면 파출소(또는 경찰서)에 억울하게 잡혀 와 있으니 도와 달라는 부탁 등등이다. 
그러니 한밤중에 전화기에서 요란한 벨이 울리면 가슴이 철렁하고 최악의 사태가 머리를 스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우리 식구들에게는 저녁 9시가 넘으면 절대 남의 집에 전화하지 말도록 했다. 특히 아이들이 쓸데 없이 밤 늦게 문자나 카카오톡 같은거 자제시킨다.
또 밤 10시 넘어 전화가 오면 상대방에게 싫은 티를 냈다. 퇴근후 그 순간마이라도 마음이나마 좀 편히 쉬고 싶은데 그시간에 전화가 걸려오면 일단 긴장이 되고, 그동안 쉬고 있던 편안함이 씻겨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 밤 12시가 넘어 벨이 울렸다. 깜짝 놀랬다.
휴대폰에 뜬 발신자를 보니 친구놈이었다. 고교 동창이었던 것이다. 흉허물 없이 지내는 아주 친한 동창놈이니 그 시간에 전화를 한거다.  무슨 일인가. 이시간에 전화할 놈이 아닌데. 

내용인즉 "우리 애 취직했다. 네가 궁금해할 것 같아서."였다.
그랬다고 이 시간에 전화를 한단말야? 속으로는 '이놈을 죽여? 살려?' 하면서도 대답은 달리 나갔다. 
"그러냐? 그 공부 잘한다고 했던 큰놈 말이지? 야, 축하한다. 애한테도 전해 줘. 이 아저씨가 축하주 한잔 사준다고 해라"
취직이 얼마나 힘든 세상이면 피붙이도 아닌 친구에게까지, 그것도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서 흥분했을까.

취직이 안된다는 이유로 명문대까지 잘 나온 젊은이들이 목숨을 버리기까지 하는 어려운 세상이니 아들이 취직됐노라는 친구녀석의 흥분에 찬 야밤 통화에 대고 싫은 티를 낼수 없었다. 
아니 내 아이가 취직한 것 이상으로 기쁘고 축하해 줄일이었다.
밤 늦게 전화한것에 대한 분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친구 아들의 취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보니 이 친구의 아들녀석 얼굴이 스친다. 고등학교때 제 식구들과 고향 마을로 휴가를 갔다가 급류에 휩쓸려 허우적 거리던 아이를 보고는 냅다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구해낸 착하고 용감한 아이다. 
그때 우리 가족도 함께 있었는데 그 광경을 목격한 바로 옆의 어떤 할머니가 애 아버지인 친구더러 "아재는 참 복도 많수다. 저렇게 든든하고 착한 아들이 있으니....요새 학생덜이 저런 애가 어딨다구. 탐이 납니다. 에그~자식은 저절로 커지는 않는다는데 그동안 참 고생 많았겠수다. 저렇게 반듯하게 키우느라"
그 말이 아직도 선한데 그 아이가 벌써 세월이 흘러 나이 20대 후반에 좋은 곳에 취직을 했다니.

취직이 워낙 어려운 세상이니 요즘 취직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유행일 정도다. 친구 아들의 취직은 정말 하늘이 내린것 같다. 정말 축하해 주고 싶다.
수원의 아들 딸들, 지금도 전국에 퍼져 나가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 수원 출신의 모든 출향인사와 그 아들 딸들, 모두 다 취직도 잘되고 건승하시길 빌고 싶다.

추석이 오기전에 친구 아들놈에게 축하주 한잔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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