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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0초만 투자해 보자
2012-11-01 03:22:44최종 업데이트 : 2012-11-01 03:22:44 작성자 : 시민기자   김대환
아침 출근길에 제일 먼저 가까이서 만나는 사람은 전단지를 돌리는 할머니 또는 아줌마다. 출근길 전철을 타러 가다가 만나고, 전철에서 내려 회사로 가기위해 나서다가 또 만나는 사람이 이분들이시다. 
이분들은 백화점 세일, 마트 떨이행사, 아울렛매장 오픈, 대리 운전, 그리고 심지어 나이트 홍보까지 우리 주변의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을 인쇄해서 만든 홍보지를 돌리신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전단지를 돌리는 할머니들을 외면한다. 우선 바쁘니까 그런거 일일이 받아 들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받아 본들 내 생활에 직접 도움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받으려 들지 않는다.
또한 그걸 받아 봤자 달리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결국 주머니에 넣고 회사까지 가야 하니 그 자체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그분들에게는 직업일수 있다. 그게 비록 아르바이트라 하더라도 특별히 정규 직업이 있지 않는 분들은 그런 종류의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그걸로 생계를 꾸려 가시기 때문에 그 자체가 직업이다. 
아침에 전단지 돌리고, 한낮에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고, 저녁에는 PC방에서 일하고...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합쳐 하나의 직업이 되는 것이다.

단 10초만 투자해 보자_1
단 10초만 투자해 보자_1

내가 출근하는 직장이 있는 것처럼 그분들도 거기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이 곧 직장인 셈이다. 그렇게 보면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도 영업사원이 물건을 파는 일과 비슷하다.
그런데 우리는 사실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 즉 전단지 한장 덥석 받아 주는 너무나 쉬운 일에도 무척 인색하다. 아예 전단지 돌리는 할머니가 눈 앞에 보이면 미리 돌아서 가는 사람도 있다. 마주치는 것 자체가 싫다는 뜻이다.

내가 영업사원인데, 어느 사람을 만나 이렇게 내 업무를 설명하려는데 상대방이 나를 그렇게 소 닭보듯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조금 과한 비유가 될지 모르지만, 그분들도 직업인데 우리는 그런 직업인들을 너무 무시하는건 아닌지.
돌이켜 보건데 신문지 한장도 소중히 다루던 시절이 우리에게 있었다. 책이 상할까봐 책을 싸는데 쓰여지기도 했고, 붓글씨 쓸때도 없어서는 안될 귀한 물건이었다. 

찬장 밑에 소중히 깔고, 담배를 말아 피는데 쓰고, 화장지가 없던 시절 화장지로도 사용되었다. 이런 귀한 물건도 너무 많다보면 귀한 줄 모르고 미운털 박힌 것 처럼 푸대접을 받는다. 
신문지는 재활용을 하여 다시 종이로 환생하는데 마구 쓰레기통에 버려 재생을 못하게 만드는게 바로 이 광고 전단지다. 신문지보다 더 푸대접받는 것이다. 

집에 들어오는 신문에도 많은 광고 전단지가 끼어 들어오는데 보지 않고 현관에서 눈 털듯 털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단지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값지게 사용한다. 뒷면은 대부분 백지상태로 남아있어 메모에는 십상이다. 일종의 이면지가 되는 셈인데, 전단지들이 대부분 맨질맨질한 아트지로 만들어져 있어서 볼펜으로 쓰면 필기감도 아주 좋다.

메모지를 따로 사는데도 돈이 들어가지만 나는 메모지를 사는 돈은 들어가지 않는다. 이 전단지들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단지를 읽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더 소상히 알게 된다.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도 출입구 등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자리에서도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들과 마주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그들이 내미는 전단지를 외면하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것은 갈 길이 바빠서 만은 아니다. 하도 이런 경우를 겪다보니 일일이 받는 것도 귀찮은 것이다. 

광고전단지를 돌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너나없이 지쳐있는 것을 알게 된다. 식사를 못했을 수도 있고 자신이 내민 전단지를 거들떠도 아보는 사람들의 냉대에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다. 
전단지를 배포해 달라고 의뢰한 곳에서는 이분들에게 전단지를 돌리도록 하고 일당을 줄것이다. 만일 전단지를 돌리지 못하면 먹고 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이것을 받아주는 것도 작은 사랑의 실천이다. 손을 내밀어 전단지를 받는데 엄청난 노력이나 돈이 드는 것도 아니라면 웃으면서 받아보자.  마음속의 야박함을 잠깐 치우고 단 10초만 투자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할수 있는 가장 쉬운 배려이고 훈훈한 인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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