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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푼이 비빔밥 덕분에 떠올려 본 도시락의 추억
2012-12-12 11:47:46최종 업데이트 : 2012-12-12 11:47:4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숙자
엊저녁에는 퇴근후 주방에 갔더니 딱히 반찬거리로 손에 잡히는게 없었다. 그시간에 시장 보러 나갈수도 없고, 슈퍼에 가서 살만한것도 마땅히 없고...
매일 똑같은 상차림만  해 먹다보니 입맛이 하도 궁금하여 고민을 하던중 아이디어를 냈다. 뭐 그렇다고 엄청난게 아니라 양푼이 비빔밥을 떠올린 것이다. 겨울에는 그것도 제맛일테니까 싶어서.

남편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역시 오랜만의 양푼이 비빔밥 괜찮을것 같다며 찬성표를 던졌다.
즉시 시작했다. 양푼이 그릇에 새콤하게 익은 묵은 김치 송송 썰어넣고 고소한 참기름에 밥 얹고 다글다글 볶아낸 뒤 계란후라이 한 장 살짝 얹었다. 거기다 김가루 뿌리니 금상첨화였다.

양푼이 비빔밥 덕분에 떠올려 본 도시락의 추억_1
양푼이 비빔밥 덕분에 떠올려 본 도시락의 추억_1

"야, 이거 옛날 도시락 맛이네. 학교에서 난로에 구워(?)먹던거"
남편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어릴때 학창시절에 도시락 먹던 그것의 맛이었다. 
우리 부부는 옛날이야기 해가며 추억을 반찬 삼아 먹는데 두 아이는 시큰둥. 밖에서 사 먹는 7000원짜리 소고기 덮밥 도시락이 훨씬 낫다며. 

그 즉석음식들의 양념맛에 빠져 옛날 맛을 모르는 아이의 떫떠름한 표정을 보면서, 3교시부터 우리의 곯은 배를 채워주기 위해 난로 위에서 보글거리던 도시락의 추억을 떠올려 보았다. 
옛날의 알미늄 도시락. 밥 위에 얹었던 계란 후라이. 그리고 반찬으로는 콩자반, 멸치볶음, 김치볶음에 좀 사는 집 아이들은 소세지 반찬까지...
도시락 반찬으로 자주 등장했던 그것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침이 꼴까닥 넘어간다. 그 맛이 꿀맛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엔 추억이라는 밑반찬이 하나 더 추가 되었으니 맛있는 건 당연하다.

언젠가 친정 아버지 생신이라 부모님 댁에 갔을때였다. 친정엄마가 주방 수납장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물건 하나를 꺼내오셨다. 그건 바로 내가 초등학교때 들고 다닌 낡은 알루미늄 도시락이었다. 그때는 벤또라고 불렀던.
"보기엔 낡았지만 이걸 아직도 버릴수가 없구나"
"엄마도 참..."
40년 가까이 지나 뚜껑에 새겨진 그림마저 희미해져 버린 알루미늄 도시락을 보며 나도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난 그때의 추억이 아른거렸다. 
요즘은 학교 급식으로 다 되니 아이들은 도시락 쌀 일은 없지만. 

친정엄마가 내준 알미늄 도시락처럼, 그때 우리 학창시절의 도시락은 필수였다.
집집마다 학교 다니는 애들 숫자랑 도시락 숫자는 같았고 고등학생이라도 있는 집이면 야간 자율학습 도시락까지 합쳐 그 수는 대 여섯 개를 넘었다. 

2남3녀였던 우리 집 도시락 싸기에는 온 집안 식구가 동원됐다. 엄마가 도시락을 싸면 아버지는 선풍기로 밥을 식히고, 이제 막 자다 일어난 막내는 식히는 도시락밥을 밟아 뜨겁다고 울고, 도시락 주인은 밟힌 밥이 더럽다고 울고... 그야말로 아침마다 전쟁이었다.
그때 일로 이야기 꽃을 피우는 동안 아들은 그래도 오래된 도시락 통을 만지며 무척 신기해하며 도시락을 구경했다. 특히, 나는 남다른 느낌이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들다 키우고 직장을 다니면서 점심이라는 단어는 그저 식사 외에 큰 의미가 별로 없다.  하지만 오랜만에 친정에서 낡았지만 추억이 가득 담긴 그 옛날의 도시락을 보니 도시락이란 것과는 담을 쌓으며 지낸게 더없이 아쉽고 예전의 기억들이 떠올라 왠지 모를 미소가 흘렀다.  그리고 한결같이 꼭두 새벽에 일어나 5남매의 점심 도시락 준비하느라 고생하신 친정엄마에게 다시한번 더 고맙고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반찬거리 마땅찮아 궁여지책으로 만들어 먹은 양푼이 비빔밥이었지만 덕분에 상념처럼 찾아 온 도시락의 추억에 빠져볼수 있었던 한끼 식사였다. 겨울철만 되면 더 새록새록 따올라 그냥 잊고 말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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