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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신혼주부 푸어 3종세트
2012-12-17 01:21:03최종 업데이트 : 2012-12-17 01:21:03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희
요즘 아기를 낳는 사람들은 여간 고민이 큰게 아니라고 하소연들 한다. 
물론 이런 하소연에는 이미 결혼전부터 갖고 있었던 여러 가지 어려움이 겹친 뒤 아이를 낳자마자 그게 겹친데서 오는 겹시름이 아닌가 싶다.

우선 결혼 전에 결혼식 비용 때문에 생긴 허니문푸어, 전셋집 비싼 가격에 얻어 사느라 빌린 돈 때문에 계속해서 따라 다니는 하우스 푸어.
이 두가지가 짓누르는 상황에서 아이를 턱하니 낳으면 이제는 그 양육비 때문에 베이비푸어가 된다고 한다. 이게 요즘 젊은 신세대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신혼 푸어 3종세트'라고 한다.

우리 직장에 그런 고통을 호소하는 여직원 후배가 있다. 요즘 하루하루 짜증만 늘어가니 옆에서 보기에도 딱하고 안쓰럽다. 심지어 혼자 살 때는 속이라도 편했는데 왜 결혼하고 아기를 낳아서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한다.
이런 고민과 푸념과 생활고가 혼자만의 일로 끝나고 빨리 해결되면 좋겠지만 만약 자신의 경험담과 고충을 결혼 전인 제3자들에게 부정적으로만 전해질 경우 젊은 여성들의 결혼 기피는 물론이려니와 결혼후에도 출산기피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아이 낳아서 키우는 일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우리 집 아이 둘은 4살 터울이다. 원래는 연년생으로 낳아 친구처럼 자라게 하고 싶었는데 첫 아이를 낳고 보니 '깨몽', 꿈에서 확 깰 수밖에 없었다.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직장생활에 맞춰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입주도우미와 파출부, 어린이집 등을 상황에 따라 총동원했지만 늘 전전긍긍이었다. 

어르신들은 항상 건강하기가 어려웠고, 아이를 꾸준히 돌봐줄 아주머니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린이집은 우리의 출퇴근에 비해 너무 한정된 시간만 아이를 맡아주었고, 시설이나 교육면에서 마음 놓이지 않는 곳도 많았다. 
열나고 찡찡대는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출근하는 날이면 '과연 일을 계속해야 할까'를 고민하기 일쑤였다. 아이 때문에 직장 그만 두는 이들의 심정을 백번 공감하고도 남았다. 그러니 아이를 하나 더 낳는 일이 또 한 번의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미루고 미룰 수밖에 없는 힘든 결정이 됐던 것이다.

결혼한 신혼주부 푸어 3종세트_1
결혼한 신혼주부 푸어 3종세트_1

그러다가 결국에는 미루고 미루다가 둘째를 낳았고 어렵사리 키워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경제가 성장하고,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고, 양성평등을 위한 제도가 많이 좋아진 지금도 젊은 주부들이 여전히 10~20년 전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이 신혼 푸어 3종세트에 시달리는 후배에게 '앞으로 그러면 아이를 어떻게 키울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한숨부터 푹 내쉬었다. 시가와 친정 모두 돌봐줄 형편이 못되고, 집 근처에 믿을 만한 공립어린이집이 있어 가봤더니 대기자가 이미 90명이나 되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후배는 우리 회사에서 일도 잘하고 인정받는 정규직이어서 현재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기가 참 아깝고 싫은 것이다.
내가 그 입장이라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 일이니 당사자야 오죽하겠는가.

그나마 이 후배는 우리 회사에서도 적잖은 월급을 받고 있고 남편도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지라 부담이 좀 되더라도 괜찮은 어린이집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직원같지 못한 사정에 있는 대다수 비정규직 저소득 맞벌이 서민층 주부들의 고민은 훨씬 심각하다.
그 중에서도 최저임금 언저리의 박봉에, 몇 시간씩 걸려 출퇴근을 하고, 야근도 군말 없이 해야 하는 생계형 비정규직 엄마들의 처지는 말로 다 뭣하겠는가. 

더 오랜 시간, 더 싼값에 아이를 맡아주는 곳을 찾다보니, 시설의 안전성이나 교육 내용은 못 따진다. 때때로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가 아이를 피멍들게 때렸다, 혹은 상한 음식을 먹였다든가 아니면 낡은 놀이시설에 아이들이 다쳤다 등등의 뉴스라도 볼라치면 심장이 내려앉을 것이다.

또 전업주부라고 해서 애 키우기가 만만한 것도 아니다. 어린이집, 유치원부터 시작된 사교육비 부담이 초,중,고로 올라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젊은 부부들은 무엇보다 비싸지 않은 비용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집 가까이 또는 직장 가까이에 있길 바란다. 출산율 높이기에 성공한 유럽 나라들좀 제발 참고해서 서둘러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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