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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을 모르는 아이들과 부모의 역할
근검과 절약정신으로 살았던 옛시절을 가르치자
2013-01-30 10:39:03최종 업데이트 : 2013-01-30 10:39:03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희
"엄마. 나 스마트폰 최신폰으로 바꿔줘... 내건 너무 낡은 구식이란 말이지~이~잉..."
며칠전부터 아이가 핸드폰을 최신형으로 바꿔 달라며 보채기 시작했다. 그거 새로 사준지 1년이 조금 넘었을뿐인데 벌써 바꾸냐고 핀잔을 주자 요즘은 무슨무슨 기능이 대세라느니, 무슨무슨 게임도 자유자재로 된다느니, 하면서 어른인 나는 알아먹기조차 힘든 기능을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그정도는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나를 설득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부족함을 모르는 아이들과 부모의 역할_1
부족함을 모르는 아이들과 부모의 역할_1

하지만 거기에 질 내가 아니었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부족함 속의 풍요, 혹은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부모세대의 진정한 삶'을 모르는 안타까움이 너무나 컸다. 아직도 철없는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무척 고민스런 생각이 들었다. 

과일을 깎아 놓고 아이를 내 앞에 앉혔다. 
"얘, 남들 다 쓰는 스마트폰 말고 일반 휴대폰 쓰는 사람들도 엄청 많아. 그런 사람들 무조건 따라 가자는것도 아니고, 지금 네가 쓰는것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거잖아. 단지 너는 또 다른 새걸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하는거잖아. 그건 아니야" 
이렇게 말하자 아이가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꼬리를 내리는 기색이었다.

때는 이때다 싶어 기왕지사 말이 나온 김에 한동안 설명할 태세로 나도 다시 자리를 고쳐 앉고 정말 어려웠던 그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해주었다.
옛날에는 가게하는 사람치고 주판이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고 불과 20년전만 하더라도 주산이 몇급이니 몇단이니 하면서 공인시험까지 치르곤 했지만 지금은 어느덧 사라져 버리고 유치원생들까지 전자계산기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장난감처럼 다루며 가지고 있다.

국민학교 시절 '기차표' 또는 '말표' 흰 고무신이 유명했는데 농촌에 살다보니 몇달 못가서 앞쪽 모서리가 찢어져 바늘로 꿰매 신었다. 꿰매도 도저히 신기 어려우면 그것도 몇번 졸라대야만 새 신을 사주셨는데 요즘에야 고무신은 절에 계시는 스님이나 신고 다니지 일반인들이야 어디 구경이나 할수 있는 것인가. 
그 당시 농촌 아이들의 유일한 간식 제공자는 엿장수였다. 모든 것이 부족한 시절이라 어른들이 헌 것이라도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는데 하루는 아버지가 먼 도시로 나가실때만 신던 구두를 너무 헐어서 못쓰는 것인줄 알고 엿과 바꾸어 먹다가 혼이 난 일이 있다. 

요사이는 옷감의 질이 좋아서 안 떨어지지만 예전에는 어떻게나 잘 떨어지는지 해진 옷을 기워 입는 것은 예사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덧대어 쓸만한 옷감이 있으면 반드시 한데 묶어 반짇고리에 놓아 두셨다. 먹는 것이나 입는 것 등 무엇이든 귀했던 그 시절에 모양이 멀쩡한 것을 그냥 버린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이야 가방은 물론, 바퀴가 달려 끌고다닐수 있는 여행용 트렁크 같은 최고급 가방까지 넘쳐 나지만 그땐 가방이 없어서 빨간 나이롱 보자기에 책과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도시락 반찬인 김치가 흘러 보자기와 책은 물론 공책까지 죄다 흥건하게 김칫국물로 물들여 책은 항상 단풍나무처럼 색깔이 변해 버리기 일쑤였다. 보자기가 터져 옆구리로 책 모서리가 삐죽 나온걸 보면서도 공부 하나는 열심히 했다.

이렇게 이야기 한다고 과거가 좋았다거나, 과거처럼 그렇게 살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을 보면 어떠한가. 잔치나 기념행사를 할 때면 그 많은 음식들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리고 재활용 가능한 용기들이 마구 내버려져 있으며 새것과 같은 가구들이 쓰레기 수거날이면 즐비하게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더욱이 그 당시 큰 부자들만이 타고 다니던 자동차를 지금은 몇 년도 안돼 바꾸는 현실을 볼 때 우리는 너무 무절제하게 소비하는 것은 아닐까? 

구구절절 낡은 옛이야기라고 들릴수 있겠으나 그만큼 허리띠를 졸라 맸기에 오늘만큼 사는거고, 또한 중간에 정신 한번 잘못차려 IMF라는 재앙도 맞았던걸 우리 기성세대는 다 기억하고 있다. 나는 아이에게 그런걸 일깨워 주고 싶었다.
"얘야, 이야기를 다 들어보니 어떻니?"
이야기를 마친다음 아이의 얼굴을 살폈더니 제법 알아들은듯 진지하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우리가 자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진정 소중한 것은 눈앞의 물질적 풍족보다 근검절약하는 생활자세라 생각한다. 이제는 그 어린시절 쌀가게 아저씨의 주판이나 흰 고무신은 볼 수가 없고 엿장수 아저씨의 찰랑찰랑하던 가윗소리도 들을 수 없다.
가방을 대신했던 빨간 보자기는 아예 기억에서조차 잊혀져 가지만 조그만 것도 소중히 여기고 아끼시던 부모님 세대의 질기고도 끈끈했던 삶의 지혜와 절약의 미덕을 우리 아이들에게 온전히 가르쳐볼 참이다. 더 늦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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