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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김치와 시어머님
어머님의 손맛을 그대로 재현하다
2013-04-24 23:32:19최종 업데이트 : 2013-04-24 23:32:19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작년 11월 김장철에 김장김치가 거의 떨어져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김치도 먹고 싶고 또 요즘 제철로 채소들이 즐비하긴 하다.

가족들이 무를 좋아하고 올겨울에는 무밥을 해서 겨울나기를 하였을 정도로 무를 자주 사기도 하였는데 저녁시간대에 마트에 갔더니 마침 알타리무가 한단에 3천5백원 그래서 두 단에 5천원에 주었으면 하고 흥정을 하였더니 네 단을 다 갖고 가란다. 그 대신 9천원에 주겠다고.

생각지도 않게 알타리무를 담아 달라해서 사갖고 집으로 왔는데 알타리무 김치가 먹고 싶지만 늦은 시간 담기 그래서 다음날 아침을 기다렸다. 

김치를 한단씩 하는 나에게는 큰 변화였다. 자신이 없어 아무리 저렴해도 두 단만 사갖고 올 심산이었는데 네 단이 내게 있으니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였지만 용기를 내었다. 작년에 제법 김치를 담아 보아서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많은 양은 내겐 부담스럽다.

오랫동안 시어머님께 김치를 공수 받았던 나였기에 편하기만 하였고 맛도 정말 기가 막혔는데 어머님께서 작고하시고 부터는 이젠 내가 담아 먹을 수밖에 없다. 김치하면 정말 시어머님이 많이 생각이 난다.

아침부터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서 다듬고 보니 시어머님은 그 많은 김치를 손수 다듬고 절이어 자식들 집집마다 나눔 하는 그 재미로 사셨지만 내게 있어 네 단 다듬는 것도 힘들고 시어머님 그 힘듦에 비할 수는 없지만 거참 정말 김치를 담그면서 또 시어머님 타령이 스스로에게 독백하듯이 흘러만 나왔다. 

알타리무는 무 자체에 물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양념을 많이 잡지 않는다. 그리고 내 경우에는 소금 간을 할 때 오랫동안 두지 않기 때문에 기본 무에서 나오는 물이 많이 절이어 낸 상태보다는 제법 나오는 것 같다. 되도록 염분을 줄이고 싱겁게 먹게 하고 싶고 그렇게 노력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절이는 것부터 나는 시간을 많이 두지는 않는 편이다.

알타리무김치와 시어머님_1
무자체에 수분으로 물을 따로 넣지 않았어요.

잘 다듬은 알타리무를 씻어 굵은 소금인 호렴을 뿌리고 절이는 동안 찹쌀을 물과 함께 잘 저어가면서 익히는데 익히고 나면 식힌 상태에서 카나리액젓과 마늘과 양파 넣고 갈은 것 그리고 생강가루, 고춧가루를 함께 버무려 놓는다. 그렇게 하면 고춧가루가 더 차분해지고 부드럽게 양념이 잘 베이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처음 담아 본 매실 엑기스까지 넣고 나면 최대한 양념을 이렇게 준비하는 동안 알타리무가 절이어져 있다. 깨끗이 헹궈낸 다음 소쿠리에 짠기를 빼고 나면 양념한 것들과 함께 버무리는데 이때 쪽파도 살짝 넣으면 된다. 

시어머님께서는 생시에 "너무 많이 버무리면 어스러지고 채소들이 서로 서로 엉키어서 물도 많이 생기고 모양새도 없다"고 늘 말씀하셨기 때문에 항상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김치와 함께 어머님생각이 같이 물결을 타고 흐른다.

나도 언젠가는 시어머니도 되고 손녀도 보겠지 그러면 어머님이 내게 해 주신 것처럼 이렇게 김치도 담가서 나눠도 주고 해 질지 그것은 자신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어머님께서 주신 그 맛을 기억하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어머님의 살뜰함과 정성이 깃든 김치만큼은 오래도록 어머님과 함께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아무리 맛있게 한다고 해도 어머님이 해주신 그 맛은 이젠 찾아 볼 수도 없고 세월 속에 나도 내것화 된 김치맛만남아 있다는 것이 알타리무를 만들면서도 괜실히 서글퍼만 졌다. 그래도 잘 가르쳐 주셔서 '이것 해라, 저것 해라'가 아닌 손수 담아서 보내 주셔서 그 맛을 기억하기 때문에 지금의 알타리무 김치 잘 담는 내가 되어 있기 때문에 어찌 고인이 마냥 내 곁에서 떠나고 안 계신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웃에게 한 접시 담아 갔더니 맛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칭찬에 또 다른 이웃에게 한 접시 담아 갔더니 "우리 남편이 그 집 김치가 딱 맞는다고 하네 어떻게 담은거야?" 내가 담은 김치를 타인에게 칭찬도 듣고 레시피를 알려도 주다니. 가끔은 내 자신이 적응 안 될 때가 이런 경우 같아서 혼자 웃음도 나고 한다.

김장김치 먹기 그럴 때 알타리무 김치 한번 담아 보는 것도 좋겠다. 알타리무는 무크기가 작은 것이 단단하고 맛있는 것 같다. 먹기에도 좋고 무도 맵지 않기 때문에 더 입맛을 돋게 한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에 나의 김치 맛도 이젠 제대로 소생하는 것 같다. 좋은 기운이다. 분명히.

알타리무, 시어머님의 맛을 기억하다, 무는 맵지 않는 크기가 작은 것, 시민기자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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