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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앞당긴 어버이날 선물
입영통지를 받은 아들과 콩나물 키우기
2013-04-25 21:58:36최종 업데이트 : 2013-04-25 21:58:3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오래전 사용하던 핸드폰을 갖고 있다가 혹시나 하고 충전하여 열어 보았더니 메인화면에 아들과 찍은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너무 깜짝 놀랐고 신기해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옮겨 보고자 했더니 핸드폰마다 연결선이 다르다 보니 옮기지 못하던 차에 아들이 "엄마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 보세요"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전 사진을 오래도록 보고 싶어 지금 사용하는 폰 메인화면에 다시 보이도록 저장해 놓았는데 아들이 평소 잘 하는 말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남자는 군대를 갖다 와야 해요"라는 말이었다.
타성에 젖은 소리라고 생각도 했었는데 마침 오늘이 군대 가기 위해 지원하고 병무청으로 부터 결과를 통보 받는 날이었다.

하루 앞당긴 어버이날 선물_1
2009년도에 찍은 아들과 나

 "엄마, 1대 100 퀴즈쇼 프로그램 방송 나오는 것 보고 군대 가겠지요" 하면서 어제 아들은 나에게 말을 했는데 나 또한 당연히 그럴거야 하고 있었는데 오늘 오전 아들은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5월 7일 입영통지 내용이었다. 요즘은 문자로 온다. 그리고 이메일로 확인하고 입영통지서를 출력하란다. 내가 방송이 나오는 날도 그날이고 그리고 그 다음날이 '어버이날' 아들은 어버이날을 미리 하루 당겨서 엄청난 선물을 안겨주고 떠나는 것이다.

갑자기 하루 종일 멍해진다. 다른 부부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나혼자만 아들을 키우는 것도 아닌데 막상 문자로 통보를 받고 보니 더 현실감이 생겨 버렸다. 다가올 일이었고 예측하고 있었지만 최종통보와 입소 날짜가 이렇게가깝다니 세어보니 12일 후 아들과 헤어진다.

그런 와중에도 카카오톡으로 콩나물을 어떻게 키우는지 알려 달라고 계속 묻는 메세지가 뜬다. 바로 바로 답장을하는데도 이해가 안되는 것 같기도 해서 마음 정리도 할겸 콩나물을 키우는 통을 직접 만들어서 키우는 방법을 보여 주었다.

지난 2월 친정아버지집에 다녀오고 부터는 콩나물을 키워서 먹는다. 아버지께서는 자신이 키우던 콩나물통을 내게 주면서 "생각보다 제법 맛있더라" 하시면서 콩과 함께 주셨는데 그 작은 콩나물통이 내겐 그 어떤 시루보다도 콩나물이 잘크고 또 알맞은 양을 키워서 먹기 때문에 힘들지도 않고 콩이 콩나물이 되는 과정에서 썩기도 한다는데 거의 대부분을 깨끗한 콩나물을 먹게 되었다.

꼭 시중에서 파는 콩나물용기가 아니어도 가만보니 집에서 만들어도 되는 것이기에 알려 주게 되었다. 그런데 카카오톡으로 전달하는 것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싶었다.

주방을 살펴보니 전기코드를 꽂아 사용하던 플라스틱 찜기그릇이 보였다. 냉큼 꺼내어 알맞은 크기로 부직포를갖다대고 자른 다음 구멍속에 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부직포로 다시 연결해서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사진도 찍어 말보다는 실제 옆에서 만드는 것처럼 보여 주면 더 쉽게 이해도 되고 제대로 된 콩나물을 키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약간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루 앞당긴 어버이날 선물_2
콩나물키우는 통을 만들어서 직접 콩나물을 키워보세요.

그랬더니 역시나 그대로 콩나물이 오후가 되니 제법 싹이 잘 보이고 잘자라고 있다. 부직포도 새것으로 잘라 놓으니 또 그렇게 이쁘고 재밌고 신기했다. 플라스틱 찜통이 아니더라도 어떤 그릇이든 구멍이 난 것이면 다 되는 것이다. 

자라는 과정도 보고 직접 집에서 콩나물을 키워서 먹기 때문에 따로 콩나물을 사러 갈 필요도 없고 깨끗한 무공해 콩나물을 먹는다는 그 신선함은 아주 새로운 충격으로 또 다가오기도 한다.
'내가 콩나물을 키우다니' 하는 신비함까지도. 이렇게 지인에게 콩나물을 이야기 하면서도 자꾸만 입영통지서를 받은 아들이 수시로 떠올랐다. 시대가 변모한다고 하지만 문자로 그리고 이메일로 그렇게 입영통지서를 출력하게 만들고 바로 확인할 수 있다니 그 또한 간단명료해서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조금 그냥 그렇게 서글펐다.

집에 있는 동안이라도 밥 하루 두끼는 먹고 다닐것을 당부 또 당부했다.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야지 하고 보니 마음만 더 부산스러워지기도 했다.

콩나물을 며칠 후면 못해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키운 콩나물로 시원하게 국도 끓여 주고 또 한번 더 키워서 콩나물 넣고 밥도 해주고 콩나물무침도 해주고 그러다 보면 아들과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콩나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느 채소나 마찬가지겠지만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애정을 갖고 수시로 콩을 불린 다음 위에 또 부직포를 덮은 그 상태에서 스프레이로 물도 잘 뿌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 혹시나 통풍이 안되어 맨아래 그릇에 물이 흐려지지는 않았는지 확인도 해야 한다.

이렇듯이 모든 것에 무의미는 없고 그냥 그저 흘러버리게 두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나칠 필요는 없지만 각별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사랑이 꼭 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인은 아직도 콩을 불렸는데 싹이 안보인다느니 또 싹이 보여 부직포위에 놓고 나왔는데 하루 지나서 안보았다느니 한다. 물론 그래도 좋지만 한번 키우기로 작정했으면 수시로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여 확인해야 한다. 통에 물을 넣고 스프레이식으로 자주 뿌려주면 더 금방 잘 자란다. 물론 상황과 처지가 있겠지만.

하루 앞당긴 어버이날 선물_3
콩나물 제법 근사하게 잘자랐어요.

그래서 하루종일 집을 비우는 사람은 콩나물 키우는 것을 별로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한여름 기후의 날씨가 아니기 때문에 금방 썩지는 않지만 키우는 재미를 솔솔찮게 보기도 하고 잘자라게 하려면 집에 있는 편이 훨씬 콩나물 키우기에는 적절한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내 아들은 수시로 이제는 보고 싶다고 해서 볼 수 있는 상황이 안된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지러 당당히 훈련소로 간다. 자대배치를 받기 전 훈련소 육군병으로 102보충부대로 향한다. 콩나물 자라듯이 그렇게 애정과 살뜰함을 마냥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콩나물 키우듯이 그렇게 이쁘게 지켜 봐 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런데 작정한 군대를 지원하여 가고자 하는 그 열정은 충분히 높이 높이 칭찬하고 격려를 해 본다.

올해 우리가족에게 이별 아닌 이별이 되어 버리는 계기가 또 생긴다. 콩나물은 이별하면 또 콩 불려서 키우면 된다. 아들도 이별하지만 또 다른 좋은 모습으로 다시 훈련을 마치고 만남을 기약해만 한다. 아들에게 좋은 엄마이기 보다는 아들에게 엄마가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길 소망해 본다. 

그리고 군에 가기 전에 엄마가 출연한 퀴즈 프로그램을 보고 가지 못 하겠지만 아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군대를 어버이날 전에 가 주어 어버이날을 축하해 주는 것 같아 입영날짜가 또 그렇게 나름 고맙기도 하다. 역시 우리 아들은 최고다. 정말 사랑한다.

아들, 입영통지, 문자, 콩나물, 5월 7일, 어버이날 선물, 시민기자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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