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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을이 찾아왔네요
2016-08-29 12:16:14최종 업데이트 : 2016-08-29 12:16:1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현
분명히 어제까지 고온을 이기지 못해 에어컨을 틀었는데 오늘은 차가운 바람 때문에 창문을 닫았다. 어제는 땡볕에 더워 반바지는 필수였는데 오늘은 외출하려고 옷장을 보니 긴 바지가 눈에 들어온다. '헉, 이게 뭐지? 하루 만에 가을이 찾아온 건가?' 아무리 이상기후라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36도가 넘는 폭염이 어제까지 지속되다가 오늘은 갑자기 찬바람이 불고 하루 종일 흐리기까지 하다. 외출 시 긴팔을 챙기지 않으면 감기가 들것 같다. 날씨를 제일 먼저 체감하는 건 옷인 거 같다. 얇고 짧은 여름옷이 이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파란색 여름 옷은 옷장에 넣고 와인색 가을 옷을 꺼내 입어야 할 것 같다. 
제일 먼저 ' 이제 뭘 입지?' 우연히 본 홈쇼핑에선 F/W 신상 가을 옷이 방송된다. 검정 투피스 정장을 보고 사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눌러 담았다.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네요_1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피었다
 
'이제 여름휴가 기간도 지나고 날씨도 서늘해졌으니 사람들도 덜 놀러 가겠지' 하며 주말 강원도로 가는 고속도로를 탔으나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사람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고속도로가 오전 일찍부터 막히기 시작해서 오후까지 아주 혼잡했다. 가을이면 놀러 가기 딱 좋은 계절인데 그걸 깜박했다. 

어렵게 도착한 강원도 횡성. 차창 밖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풀, 나무 냄새가 시골에 왔음을 알려준다. 몇 시간 만에 전혀 새로운 곳에 온 것 같다. 
여기저기 초록이고 강이 보이고 멋지다. 우연히 찾아간 시골 초등학교 분교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쉬었다. 이런 산골 계곡 골짜기에 몇 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을까. 작은 운동장에서 차에서 공을 꺼내 아이들과 공놀이를 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연을 벗 삼아 공을 차고 노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네요_2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가롭게 놀았다
 
학교에서 나와 계곡으로 내려갔다. 가는 길에 코스모스가 가지런히 피어있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이지만 가을은 그래도 소리 없이 오고 있었다. 덜 익은 대추, 약에 쓰인다는 개복숭아까지 가을을 보며 다리 밑 계곡 옆에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하늘을 바라보니 정말 높고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수채화 같다. 
'아, 아름답다. 이런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기에 온 보람이 있다.' 아들은 밤에 별까지 보고 싶다고 조른다. 

계곡물이 차가워 발만 담갔다. 물이 맑아 송사리가 많이 보인다. 아들은 송사리를 잡겠다고 한참을 쪼그려 있다. 입맛도 계절에 따라 변하나 보다. 여름에 즐겨먹던 막국수를 먹으니 예전 같지 않다. 막국수 가게도 한산하다. 주말에 꼭 먹어야지 생각했던 초계탕을 생각하니 차가울 것 같아 먹기 싫다. 따뜻한 해물탕 같은 것이 생각난다.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네요_3
높고 파란 가을하늘이다
 
집에 돌아와 저녁에 산책을 하는데 외투를 안입고 나왔더니 몸이 서늘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니 모두 긴팔 차림이다. 
아파트 숲을 등지고 넘어가는 주말의 노을 진 강렬한 석양은 바로 며칠 전 그 따가운 빛이 아니라 보드라운 따뜻함이다. 간사한 사람의 마음인지 자연이 주는 교훈인지 아리송하지만 세월은 그렇게 또 함께 지나간다. 

"엄마, 어쩜 모든 일은 한순간에 일어날까? 계절도 한순간에 바뀌고 사건도 한순간에 일어나고 말이야." 
"그래, 왜 이런 말 있잖아. 어른들 안부 물을 때 밤새 안녕하셨냐고 그게 밤에 별 탈 없이 잘 지냈냐는 말이잖니. 모든 게 예측할 수 없지 한순간에 일어나니까." 

그렇다. 계절도 인생도 예측할 수 없이 갑자기 변하고 머무르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인생을 계절에 비유하는 것 같다. 밤새 선풍기를 틀고 자며 답답한 무더위에 지칠 때 갑자기 선선한 바람과 쾌적한 공기가 찾아왔다. 기뻤지만 그 기쁨도 잠시 가을이라는 왠지 모를 쓸쓸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네요_4
대추도 영글어 간다
 
나를 계절에 비유한다면 아마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있지 않을까. 횡성에서 바라보았던 초등학교 분교 근처 코스모스가 생각난다. 9월에는 가까운 당수동 시민농장으로 만발한 코스모스를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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