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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아이스크림병'에 걸렸어요
2016-10-31 12:58:31최종 업데이트 : 2016-10-31 12:58:3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현

3살 딸이 저녁을 먹지 않으려고 한다. 한 숟갈 정도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아이 아파" 하며 입을 가리킨다. 어린이집 하원 무렵 선생님도 " 해원이가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지 짜증을 많이 부렸어요."
잘 먹던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할 때부터 의심을 해봤어야 했는데 역시 난 무지한 엄마일까. 

먹는 걸 제외하고는 좀 찡얼거리기는 했으나 잘 놀고 잘 웃었다. 밤 11시가 되어 얼른 재우려고 하는 찰나에 이마에 손을 갖다 대어 보았다. 미열이 느껴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를 눕혀 입안을 살펴보았다. 입 천장과 혓바닥에 물집이! 수족구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이가 돌도 되기 전 놀러 온 친구에게서 처음 옮은 수족구, 한 차례 격렬히 앓고 갔기에 두려움이 앞섰다. 며칠 동안 고열과 입안에 물집으로 아무것도 못 삼키는 괴로운 병이다. 

핸드폰을 서둘러 잡고 야간 진료하는 병원이 있는지 알아본다. 권선동 이지 소아과가 검색된다.
'그래 이 병원 야간진료하는 거 본적 있어' 순간 기쁨이 절망으로 돌아온다.
"11시까지 진료합니다." 지금은 11시 10분이다. '조금만 조금만 빨리 입안을 살펴봤더라면.. 난 왜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냈을까..' 또 한번 나의 무지함에 답답해져 온다. 

머리에 다시 손을 대보니 아까보다 열이 올라오고 있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가까운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다.
"수족구는 바이러스 질환이라 지금 응급실에 오시는 것보다 다음날 아침 소아과에 가서 진료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다. 열이 오르는 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해열제가 있어 먹여 재울 수 있었다. 

수족구는 한번 걸려도 다시 발생하는 질환이다. 감기와 증상도 비슷하다. 다음날 아침 소아과를 찾았다.
"열은 3~4일간 오르내리길 반복할 것이고 입안에 물집 때문에 아이가 괴로워할 거예요." 수족구를 낫게 하는 약은 없다. 소염제와 해열제를 처방받았다. 수족구병의 원인 병원체인 장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근본적인 치료는 없고 증상을 줄이는 치료만 있을 뿐이다. 

수족구병은 병의 이름으로도 알 수 있듯이 입, 손, 발에 물집이 생기는 비교적 흔한 급성 바이러스 질환이다. 병의 증세가 워낙 특징적이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간혹 손과 발에 생기는 물집의 숫자가 매우 적거나 물집이 아닌 작고 붉은 일반적인 발진이 생기게 되면 파악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딸이 '아이스크림병'에 걸렸어요_1
수족구병을 아이스크림병이라고도 부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평소 잘 먹이지 않았던 딸기, 초코, 바나나 우유, 아이스크림, 음료수, 젤리까지 아이의 입맛을 당길 음식을 쓸어 담았다.
약이라면 질색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달래줄 것이 필요했고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는 아이에게 뭐든 먹이고 푼 어미의 마음이었다. 

입 안의 물집이 터져 궤양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 음식을 먹을 때 아프기 때문에 이시적으로 식사량이 준다. 그러나 간간이 전혀 먹지 못하여 탈수가 생기거나, 뇌수막염, 뇌염과 같은 신경계 합병증이 발생하면 입원을 하거나 극히 일부에서는 생명을 잃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2009년 4월 28일 수원시에 사는 12개월 된 영아가 발진이 생긴 뒤 무기력증 증상을 보이다가 혼수상태에 빠져 다음날 바로 숨지면서 첫 사망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탈수를 막기 위해선 적절한 수분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때 뜨거운 것보다는 차가운 물이나 음료수가 더 좋다. 그래서 수족구병을 일명 '아이스크림 병'이라고도 부른다. 매운 음식이나 신 음식은 입안의 궤양을 자극하여 통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수족구병은 일반적으로 여름에 유행하는 질병으로 알고 있지만 이젠 유행 기간이 따로 없다. 항상 아이의 손발을 깨끗이 씻기는 등 위생에 신경을 쓰고 아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일 때 주위 깊게 살펴보는 것만이 아이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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