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대하며
2016-11-28 18:28:24최종 업데이트 : 2016-11-28 18:28:24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지난 주 토요일에 드디어 첫눈이 내렸다. 큰아이는 오전에 집을 나서며, 오늘 대학 동기 친구들을 만나서 서울광화문 집회에 참석하고 오겠다며 늦을 것 같으니 기다리지 말라는 말을 남기며 집을 나섰다.
남편과 나도 가까운 이웃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후가 되면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나는 "이거 올해 첫눈 아니야? 오늘 아침에 큰애가 서울광화문 집회에 참석 한다며 나갔는데, 눈 맞고 감기 걸리겠네. 아마도 광화문에 모일 인원이 예상 보다 다소 줄어들겠지?"하며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이어 남편이 "그깟 눈 좀 맞는다고 뭐가 대수겠어? 모일 사람은 눈이 와도 다 모일 것이니 두고 봐! 지난주보다 더 많이 모일 걸. 참 우리도 시민으로서 가 봐야 하는 것 아냐?"하고 대꾸를 한다. 나는 "가족 대표로 큰애가 갔다고 생각 합시다"하며 정말로 남편이 광화문에 같이 가자고 할까봐 걱정이 되어 얼른 말을 돌렸다.
집에 돌아 와서 창가로 날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이 울적하고 심란했다. 그리고 광화문 근처로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뉴스를 듣고, 딸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걱정되기도 하였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대하며_1
지난주토요일 오후에 첫눈이 내렸다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정말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어렵기만 한 요즘의 경제에,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연말 특수를 생각 할 수도 없게 만드는 경제적 위기감을 느끼는 지금, 요즘의 세태가 걱정되기만 하다. 

저녁이 되면서 어둠과 함께 다행히도 눈발은 그쳤지만,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럽고 날씨가 쌀쌀한 탓에, 옷도 든든하게 입고 나가지 않은 큰애 걱정을 하게 됐다. 자꾸 바깥 날씨에 신경이 쓰여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베란다에 있던 난 화분에 난초 꽃 두 송이가 피어 그윽한 향기를 내고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피그말리온 이야기가 나오는데, 평소에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일이 있을 때 내게 위안이 되는 이야기다. 어렸을 적에 들은 로마 신화로 자세한 것을 찾아보면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고, 그 여인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여신(女神) 아프로디테(로마신화의 비너스)는 그의 사랑에 감동하여 여인상에게 생명을 주었다. 이처럼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말한다"고 네이버 지식백과에 그 피그말리온 효과의 뜻이 나와 있다. 

이렇게 긍정적인 기대나 사람에게 좋은 효과를 미치는 것을, 그리스 로마신화 피그말리온 이름에서 유래 한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일종의 자기 충족적인 예언과 같은 말이라 는것이다. 종교가 없는 내게 무언가 간절히 바랄 때 종교처럼 위안을 얻기도 하는 신화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잘 될거야 . 다 잘 될거야" 하며 혼자 중얼 거리며, 나 역시 내게 주술을 걸듯 암시를 하며 애써 두 송이 난에 핀 꽃에 눈을 맞춘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대하며_2
난의 향기를 맡으며, 소원을 빌어본다

2016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떠들썩한 이 와중에도, 나라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간절하게 올해 바라는 일이 두 가지 있었다. 난의 꽃이 공교롭게 두 송이 핀 것을 보며 나도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을 기대하며, 간절하게 소원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큰애가 이미 이루어 주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지 1년 반 만에, 다른 금융권에 경력직으로 이직하여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직장은 서울이고 집이 수원인지라 무엇보다 출퇴근이 제일 힘들었다. 하지만 부모는 수원을 떠나 서울로 이사할 생각이 없으니, 2년 가까이 새벽에 집을 나가 저녁 늦게야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생활을 묵묵하게 잘 견뎌 내었다. 

그러다가 올해 시월 말에 조금 더 출퇴근이 유리한 회사에 원서를 냈는데 노심초사 끝에 결국 짧은 경력으로도, 쟁쟁한 경력자들을 제치고 원하는 직장에 당당히 경력직으로 자리를 옮겨 부모를 기쁘게 해 주었다.
옮긴 직장은 출근시간이 전 직장보다 조금 늦고, 퇴근도 조금 빨라 무엇보다 생의 여유를 찾았다. 복지도 훌륭하니 자신의 개발에도 시간을 쏟을 열정도 생겨, 내가 보기에도 그전 보다 생기가 돋는 것을 보니, 부모인 나로서도 행복하다. 

나머지 소원은 둘째가 아직도 직장을 얻지 못하고, 작년에 졸업과 함께 취업 재수생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주 토요일에 시험을 앞두고, 본인도 부모인 나도 더 이상의 그 어떤 소원도 바라지 않고, 시험에 합격하기를 기도하고 있다.
'진인사 대천명'이라느니 열심히 했으니 마음을 비우고 결과를 기다리자 느니 하는 말들은 이미 작년에 했던 말이다. 본인도 합격하여 부모님을 기쁘게 하겠다는 말도 오히려 미안해서 하지 못하는 딸애.
졸업 후 1년간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게 해주는 대학의 배려로 학교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본의 아니게 세상일에 무심해야 하는 작은 애가 안쓰럽기만 하다. 

요즘의 젊은이들이 가지는 공통된 고민이고 나 역시 그것을 바라보는 부모 입장이다 보니, 요즘의 일련의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일들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더 야속하기만 하다. 자녀들은 치열해도 어차피 통과해야 할 길이고, 다른 답들이 없기에 아마도 부모의 심정보다도 더 초조하게 본인의 삶을 꾸릴 걱정이 앞설 것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대하며 나라일도, 개인적인 소망도 모두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근심어린 하루하루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