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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품 애용이 애국이라는 마케팅은 옛말
가성비 높여야 살아남는다
2017-03-25 14:28:36최종 업데이트 : 2017-03-25 14:28:36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요즘 서울의 강남 일대나 분당이나 판교의 신흥 고급아파트촌에 가보면 국산차를 찾기 힘들 정도로 외제차가 즐비하다. 오죽하면 혹여 그런 차 옆에 가다가 접촉사고라도 내면 외제차 수리비가 걱정스럽기에, 보험료가 올라가더라도 자동차보험 대물 보상 한도를 올리는 추세다.

얼마 전 딸애가 요즘 외제차도 가성비 좋은 차들이 많이 나온다며, 씨알도 안 먹힐 엄마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마디 해 본다. "우리집도 외제차 한번 사면 어때요?"하고.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엄마 사전에는 외제차 없다. 돈도 없지만 설사 로또에 당첨되어도 어림없는 일이야. 엄마는 애국자니까"

내가 초등학교 시절 단짝인 부잣집 친구가 있었다. 아버지가 무역업을 하셨는지 외국출장을 자주 다니셨는데, 주로 일본을 자주 다녀오셨던 것 같다. 그 당시 우리가 자주 부러지던 국산연필을 면도칼로 깎아가며 학교수업을 받을 때, 그 친구는 아버지께서 사다주신 외제 연필과 샤프펜슬로 우리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어쩌다 그 애 집에 놀러 가면 온통 외제 가전제품에 혀를 내둘렀다. 그 당시 우리 엄마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일본산 코끼리 밥솥이란 것을 그 애 집에서 처음 보았던 것 같다. 내 눈에는 그 애 집이 신천지였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자 어렴풋이 역사관이 생겼다. 일본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데다 학교에서는 '국산품 애용이 애국의 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사회선생님 말씀에 공감이 갔다. 지금 우리 큰애가 일본을 싫어하는 그 마음처럼, 그 때의 내 마음도 막연하게 일본에 대한 반감을 가져, 웬만하면 일본제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이후에도 나의 '국산품 애용이 애국의 길'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산보다 탁월한 성능의 외국산 제품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학창시절 일본산 녹음기나 워크맨 또는 공학용 소형계산기는 고장이 나서 못 쓰는 일은 많지 않았다. 신혼시절 남편이 출장 가서 사다 준 소형 독일 가전제품은 아직까지도 이상 없이 잘 쓰고 있다.

어쩌다 국산품을 애용하고 싶어도 제품의 잦은 고장으로 수리비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되는 경우가 있어, 할 수 없이 외국 상품을 쓴 적이 있다. 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능하면 국산품을 애용하는 편이었다.

지금은 국산제품도 웬만한 외국제품보다 성능이 월등한 것을 보면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자부심도 느끼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내가 특별한 애국심을 가져서라기보다 우리나라의 제품들이 경제성장을 통해 이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의 기술성장이 이루어진 덕에 국산품을 애용하는 것 같다.
가끔 해외에 나가보면 해외호텔에서도 우리나라의 TV나 에어컨이 객실마다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그 나라의 도로에 나가보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자동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 남모르게 뿌듯함을 느끼고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국산품 애용이 애국이라는 마케팅은 옛말_1
마트에서 산 칠레산 와인과 독일맥주, 가격대비 품질이 좋다

나의 '국산품 애용이 애국'이라는 생각은, 요즘의 세계화 추세에는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나도 안다. 그렇게 국산을 좋아한다면서도, 한우 보다는 수입산 쇠고기를 사고, 처음에는 비싸서 엄두도 못 내던 수입산 맥주의 가격이 요즘은 마트에서 국산 맥주보다 더 싸게 파는 것을 발견하고는 간혹 사다 먹는다. 급기야는 외국산 와인가격도 가성비가 훌륭해 기분 낼 때 자주 사다 먹는다.

이제는 결코 예전처럼 '국산품을 애용하여 애국하자'라는 캠페인이 통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다. 젊은 세대에서는 인터넷의 발달로 해외의 좋고 싼 제품들을 직구하고 있다. 또 대량 수입으로 제품가격을 낮춰 국내에서 해외브랜드가 승승장구 하는 것을 허다하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지인의 자녀가 곧 출산을 한다기에, 출산선물을 하나 하려고 유아용품을 찾아보니, 국산브랜드보다 외국 브랜드가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 젊은 세대들은 국산품에 대한 사랑보다는, 가성비 좋은 브랜드를 선호하며 인터넷을 통한 해외 직구나 공동 구매 등도 마다않는다.

이제는 세계화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도 품질 좋고 가성비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야만 많은 국민들을 애국자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외국 자동차나 가전제품들이 우리나라에서의 점유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외국산 맥주와 와인에 하다못해 아기기저귀 제품까지 생필품들의 수입률이 늘어난다면 과거에 수출로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한 것은 옛말이 될 것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제도 수입과 수출의 비중이 역전되어 후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미 소비자는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캠페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룬 만큼, 국산도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나라 기업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애국심을 이용한 마케팅은 예전에나 통할 일이다. 그 어느 누구도 애국심에 불타서,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싼 국산을 사지는 않는 시대가 온 것 같다. 나부터도 요즘은 마트에서 국산보다 품질이 좋고 가격까지 싼 외국제품이 있다면 그것을 장바구니에 담기 때문이다. 세계화에 발맞춰 살아남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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