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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릴 수 없는 시간이 인생을 더 귀하게 만든다
누구에게도 걱정과 후회는 있다
2017-04-05 15:48:50최종 업데이트 : 2017-04-05 15:48:50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봄비가 촉촉하게 대지를 적시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요즘의 내 마음과 같다. 우울한 날이지만 '누구에게나 걱정과 후회는 있다'고 위안하며 스스로를 추스르고 있는 중이다. 

누구에게도 걱정과 후회는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내마음처럼 봄비가 내리고 있다

점심 때 쯤 서울에 사는 시누이 전화를 받았다. 사람이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인지, 내 눈에는 서울의 중심부에서 어느 정도 부를 이루고 살고 있는 시누이도 걱정은 있는지 갑자기 전화를 해서 내게 하소연 같은 푸념을 한다.
시누이의 걱정은 아직 출가를 하지 않은 막내딸 걱정이다. 조카가 정말 부족한 것 없는 외모와 학벌에도 아직 적당한 배우자감을 찾지 못하고 서른 중반의 나이에 부모와 같이 살고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서로 애틋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얽혀있는 듯, 요즘 시누이 내외의 최대 걱정사인 것이다.

내 주변에는 이렇게 혼기를 놓친 자녀를 둔 부모들이 주변에 많이 있는데 정작 본인들보다는 부모들이 더 애가 탄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한다. 본인들도 힘이 들테지만 아직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혼자 결혼하지 않고 지내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기성세대들인 부모들이 더 견디기 힘든 현실 이다보니, 홀로 애태우는 부모들을 종종 본다.

내게라도 하소연을 하는 시누이의 후회는 이렇다.
시누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그렇기에 조카는 모태신앙으로 어렸을 적부터 착하고 참해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많은 봉사를 하였다. 어렸을 적부터 배워온 수준급인 피아노 실력으로 일요일이면 교회에서 반주를 도맡아하였고, 대학전공도 성악과를 나와 역시 교회 성가대에 솔로로 봉사하였다.
교회 일에 너무 열정적으로 봉사를 하다 보니, 학교 다닐 때 미팅 한번 제대로 못하고 연애할 시기를 놓친 것도 같고, 엄마인 자신이 너무 교회에 몰두하게 하여 조카가 행여라도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으면, 걱정어린 마음으로 늦게까지 노심초사 자지 못하고 기다리곤 하였는데, 그런 것들이 조카가 연애할 기회를 박탈한 것이 아닌지 후회가 된다는 것이다.

한동안 후회 섞인 넋두리를 하던 시누이는 내게 조카의 신랑감을 알아보라는 부탁과 함께, 다시 조카가 이십대인 시절로 돌아간다면, 조카가 자유롭게 사람도 만나고 마음껏 놀러 다닐 수 있게 격려해 주겠노라는 말씀을 하시며 전화를 끊었다.
반면교사라는 말이 있듯이 나 역시 보수적인 부모여서 자식 둘 다 통행금지 시간이 있고, 굳이 학교와 직장을 멀리 다니는데도 결혼 전에는 독립시킬 생각이 전혀 없기에 남의 일 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렇듯 걱정이 전혀 없어 보이는 집들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다들 한 두가지 걱정들을 가지고 사는 것이 다반사이고, 또 후회도 있지만 절대 과거로 거슬러 돌아갈 수 없는 인생이기에 더 소중하고 값지고 귀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돌릴 수 없는 시간이 인생을 더 귀하게 만든다_2
불꺼진 책상위에 시계가 멈추지 않고 가고있다

우리집에도 역시나 취업재수생이 있어 큰 걱정거리다. 봄이 와서 어디 가족여행이라도 가고 싶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 더 우울한 봄이다. 큰애는 얼마 전 TV뉴스에 인터뷰 장면이 나오는 바람에,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오는 등 가장 예쁠 나이에 인생의 호시절을 보내는 반면, 시험에 낙방한 작은애는 취업 재수를 하느라 멋도 못 내고, 매일 암울한 시간을 보내며 부모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딸은 작년에 조금만 더 열심히 했더라면 올해 온가족과 보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에 대한 후회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에 가끔씩 몸서리를 친다. 부모의 위안과 언니의 격려에도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자신을 원망하는 눈치다.
아무리 부모라도, 걱정해 주는 것 이외에는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부모인 우리도 괴롭기가 마찬가지다. 빨리 내년에 합격하여 안정된 직장에서 밝은 미래를 꿈꾸고, 예쁘게 청춘을 즐기며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뿐이다.

부모인 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기에 앞으로의 시간이 더 귀한 것이고, 그래서 인생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터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침에 출근하는 아빠와 언니 틈에 어깨를 늘어트리고 집을 나서는 작은애를 바라보며 지금 내리는 봄비만큼이나 가슴이 촉촉해 짐을 느낀다.
내년에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새로운 봄을 맞고, 남자친구도 만들어 사귀고,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20대의 황금기를 누릴 수 있기를, 아무 것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부모이자 인생 선배로서, 간절한 마음이 되어 응원한다.

"딸아! 일에 미쳐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 불광불급(不狂不及)을 명심하고 남은시간 한번 잘 견디고 이겨보자꾸나. 때로는 돌릴 수 없는 시간이, 인생을 더 귀하게 만드는 것도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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