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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걱정 안하고 사는 동생, 좋은 줄만 알았는데
2017-04-27 12:34:48최종 업데이트 : 2017-04-27 12:34:48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의식주(衣食住)처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에서 내 집을 갖고 산다는 것은 참 힘든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언젠가 TV뉴스에서 방영하는 것을 얼핏 보니 직장인이 월급을 모두 모아도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려면 15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고, 경기권도 최소 8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이것도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연봉 3천663만원(전국 5인 이상 사업장 상용 근로자 기준)을 기준으로 한 통계이며, 15.2년 동안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지만 서울에 작은 집을 마련한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을 수 있을 것이며, 설사 맞벌이를 하며 두 부부 중 한사람의 연봉을 고스란히 모은다고 하더라도, 평균 연봉 이상을 받는 정규직의 젊은이들이 많지 않은 현실이다. 

신문에서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경찰공무원 공부를 하던 젊은 청년이 여러 번의 낙방 끝에 어머니와 함께 귀향을 하다가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살하는 안타까운 기사를 접했다.
기사를 읽어 내리던 순간은,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가슴이 내려앉는 뼈아픈 고통을 느끼기도 했다.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기에 더 가슴이 아팠고, 내 자녀들의 살아가는 세상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우리 집안 시동생 중 군인이 한 명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부모님의 학비걱정을 덜어 드린다며 오래 전에 우수한 성적으로 학비가 저렴한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여 군인의 길을 택하여 현재 공군에 근무하고 있다.
내가 결혼을 할 무렵에는, 가난한 집에 시집을 가면서 제일 걱정이었던 것은 거주할 집이었다. 다행히 성실했던 남편은 결혼 전에 불입한 재형저축으로 작은 전셋집을 마련하여 신혼을 시작하였지만, 그도 일 년 만에 집주인이 집을 팔았다며 비워주어야 했기에 집 없는 서러움을 겪었다.

이와는 반대로 몇 년 뒤에 결혼한 시동생은, 결혼을 하면서부터 군대에서 제공하는 관사에 살게 되었다. 집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고, 집 걱정을 하지 않아도 나라에서 관사를 주는 시동생 내외가 내심 부러웠다. 그러나 정작 동서는 몇 년에 한 번씩 이삿짐 싸는 것에 이골이 났다며 이사를 자주 하는 것이 자녀들 교육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투정을 부리는 것을 보고 복에 겨운 소리라 핀잔을 준적도 있다. 

시동생이 분양받으려다 만 아파트의 홈피 광고(집없는 사람들이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동생이 분양받으려다 만 아파트의 홈피 광고(집없는 사람들이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제 아침 일찍 세종특별자치시 근처에 살고 있는 군인 시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까지 마감인 분양하는 아파트가 있는데 전망이 어떠냐고 묻는 전화였다. 관련된 일을 했던 형수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한 전화인데, 가능한 잘 알아봐 줘야 되겠다 싶었다. 나는 세종특별시에 있는 부동산중개사무소와 분양 아파트사무실에 전화를 하여 대출 가능금액과 전망에 대해 알아 봤다. 
내가 알기로는 시동생은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군에서 지급되는 관사에 살았기에 특별하게 집을 장만 할 필요를 못 느꼈으며, 언젠가 한 번 분양받은 집도 대출금만 갚느라 고생하다가 팔아서, 무주택이 된지 오래라 청약 가점이 높을 것 같아 청약을 하기만 하면 반드시 당첨이 될 줄 알았다. 

오전 내내 시동생과 통화 끝에, 시동생 내외는 대출을 조금 받아 분양신청을 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오후에 다시 시동생이 내게 전화를 걸어 와 신경 써주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주택통장이 오래전에 가입하여 아직 민영주택에 청약할 수 있도록 전환을 하지 않아 이번 청약은 할 수 없다는 결과를 전한다.
그동안 집 걱정은 하지 않고 살았는데 집장만을 하려했던 이유는 동서를 통해 들었다. 잘 몰랐는데 군인들은 근속정년이라는 것이 있어 정해진 기간 안에 진급을 하지 못하면 군복을 벗어야 하는데, 몇 년 안에 별을 달지 못하면 퇴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서의 복잡한 설명을 잘 이해는 못하였지만, 결혼 후 이사를 많이 다녔어도 집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았던 시동생 내외가 이제 제대 후에 지낼 집장만을 위해 노심초사 하고 있음을 알았다. 남편과 형제여서 같은 생각인지, 퇴직 후에는 시골에 가서 농사지으면 산다던 시동생도 아직 공부 중에 있는 자식이 있기에 고민인가보다.
어제 저녁에 남편에게 낮에 있었던 시동생과의 해프닝을 이야기하니 "관사에 살아 주택에 대한 걱정 없었던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네. 이제와 집이 없어 집장만 하려면 얼마나 힘이 들겠어? 진즉에 미리 준비해 두지.."한다. 

부동산에 있어서는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이 맞는 것 같다. 다주택 소유자도 많지만 평생 대출을 낀 집 한 칸 마련하기가 쉽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집을 투기나 투자처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고, 재테크로 여기던 시절도 있기에 정작 집이 필요한 시기에 집이 없어 고민하는 무주택자가 많은 것 같다.

이제는 집이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기 보다는 정작 집이 없는 무주택자에게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평생 근무지를 따라 다니며 관사에서 살았던 시동생 내외가 이제는 안정된 지역에 주택을 공급 받아 이사 다니지 않고 편히 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분양가가 저렴한 공공주택을 많이 지어 무주택자들에게 공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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