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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는 아직도 자식걱정 뿐이다
2017-05-07 12:24:22최종 업데이트 : 2017-05-07 12:24:22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내일은 어버이날이다.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날'이라 지정하였다가,  1973년에 '어버이날'로 변경 지정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5월 8일 '어버이날'은 우리집에서도 5월달에 기념일 중의 중요한 날이다. 

얼마 전에 큰애가 곧 다가올 어버이날에 갖고 싶은 선물을 미리 준비한다며 귀띔해 달라 하였다. 나는 대뜸 선물은 필요 없고, 요즘 즐겨보는 KBS 방송의 '불후의 명곡'을 꼭 한번 방청하고 싶다고 하였다. 오랫동안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며, 꼭 한번 현장에 가서 그 감동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에 딸에게 부탁을 한 것인데, 순간 딸은 내가 선물을 사달라는 것 보다 더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딸애는 "그거 당첨되기 무척 힘든데 한번 해 볼게요"라고 고맙게도 무 자르듯 거절하지는 않는다. 나는 의외의 딸 반응에 잔뜩 기대를 하고 "어떻게 신청하는 건데?"하며 좋아라했다. 딸은 " KBS에 회원가입해서 로그인하고 사연을 올리면 방송국에서 채택하여 문자를 보내준대요" 한다.

며칠 뒤 딸은 그 방송국에 사연을 보냈다고 한다. 딸은 엄마인 내가 그 '불후의 명곡'에 꼭 가고 싶다는 사연을 감동적으로 쓰기위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부모에 대한 고마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 기특하기도 하고 나 역시 자식이기에 나의 부모님 생각을 한다.
내게는 다행이도 효도를 할 수 있는 시어머님이 계신다. 시어머님께 어버이날을 맞아 미리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뭐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말씀 해 주셔요. 내일 내려가지는 못할 것 같고 어버이날 선물로 보내드릴게요"하며 다정하게 말씀 드렸다.
어머니는 대뜸 "87세의 나에게 필요한 것이 뭐가 있겠느냐. 너희들이나 잘 지내면 그것이 효도구나"하시면 필요한 것이 없다며 한사코 거절을 하신다. 그러시면서 전화 말미에 슬하에 13명의 손자들 중 혼기를 앞둔 조카들 걱정을 하신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할테지만, 그래도 과년한 자식을 둔 당신의 자식 걱정을 하시는 것이다.

요즘 어머니는 손자들 걱정이 많으시다. 5남1녀의 자식들을 모두 건강하게 잘 키워 걱정이 없으시련만, 이제는 그 자식들이 낳은 손자들 걱정에 밤잠을 설치신다. 손자들의 혼사걱정에 취업걱정, 입학걱정, 부모인 우리 자식들이 할 걱정을 나누고 계신다. 자식들은 어머니께 걱정하지 마시라고 당부를 해도 어머니는 늘 새벽에 교회에 나가셔서 기도드리는 제목이 손자들 걱정이다. 

부모는 항상 밑진다. 자식의 일에 노심초사 하는 것에 반에 반도 부모에게 하지는 못한다. 고마움을 몰라서가 아니고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맞는 것도 같다. 그래서 부모가 떠나고 나면 어리석은 자신을 더 후회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모에게는 자식에게 하는 것 보다는 더 애틋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나도 자식들이 장성 하고보니, 조금은 부모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자식들이 베푸는 조그마한 사랑에도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된다. 가끔씩 시골에 어머니를 뵈러 가면 어머니는 늘 차 트렁크 속에 이것저것 봉투에 싸서 넣어 주시면서 "어여 가라. 차 막힐라" 하신다. 어머니 바지춤에 알량한 용돈 조금 찔러 드리면 어머니는 "얘야 고맙다. 잘 쓰마" 하시며 또 그 돈에서 어린 손자들 용돈을 꺼내 주신다. 
주름진 어머니 얼굴을 뒤로하고 돌아 설 때면, 가슴 속 어딘가에 뭉클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 되갚음은 다 하지 못하고 내리사랑 자식에게로 간다. 아마도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자식이 있다면, 분명 세상에 다시없는 효자일 것이 틀림이 없다.

오늘 아침에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공휴일이 아니니, 자신은 출근해야 한다며 미리 어버이날을 기념하자며 자식들이 케이크를 사들고 들어왔다. "생일도 아닌데 무슨 케이크야"하고 케이크 상자를 풀어보니 케이크 위에 카네이션 한송이가 장식되어 있다. 

케이크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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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위에 장식된 카네이션을 보니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케이크가 맞는가 보다
케이크위에 장식된 카네이션을 보니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케이크가 맞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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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한 방청권 대신에 받은 용돈봉투지만, 노력해 준 자식의 성의가 고맙다
내가 원한 방청권 대신에 받은 용돈봉투지만, 노력해 준 자식의 성의가 고맙다

"엄마 죄송해요. '불후의 명곡' 보내드리려고 노력했는데 채택 안됐나봐요. 아빠랑 뮤지컬이나 보고 오셔요" 하며 용돈봉투를 내민다. 나 역시 그렇지만, 부모에게 내미는 용돈봉투로 자식들의 마음의 부채가 조금은 상쇄될 터이다. 나는 약간의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실망보다는, 그래도 부모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 물어 볼 줄도 알고, 또 들어주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자체가 고맙고 감동적이었다.

내일이 어버이날이라 갑자기 어머니가 그립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도 사무치게 그립고 살아계신 시어머니도 뵙고 싶다. 내가 부모라서 더 부모의 마음을 알 것 같고 더 그리운 것이다. 시간 내어 한번이라도 더 살아계신 시어머니를 자주 찾아 뵙고 후회하는 일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어버이날'을 맞아 자식들 잘되기 만을 바라는 어머니께, 건강하게 자식들 옆에 계셔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오래토록 효도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버이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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