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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30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2017-06-05 18:34:33최종 업데이트 : 2017-06-05 18:34:33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일요일이었던 어제는 나 홀로 집에서 오전에는 밀린 빨래와 청소를 하고, 오후에는 한가롭게 TV시청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남편은 아침 일찍 운동한다며 나가고, 작은애는 가방을 챙겨 도서관으로 향하고, 지금 홍콩에서 여행 중인 큰애와 잠깐의 영상통화로 쓸쓸함을 달래며, 가장 편한 복장과 자세로 소파에 기대어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한 방송에서 30년전 에 개봉하여 인기를 끌었던 토니 스콧 감독의 영화 '탑 건'을 방영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1987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던 영화다. 30년 전에 개봉했던 영화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CG를 거의 쓰지 않았고, 화려한 비행 장면과 탄탄한 스토리로 잘 만들어진 영화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30년 전 과거의 그 때처럼 방영하는 TV에 다시 빠져들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주인공 톰 크루즈는 내가 특별하게 좋아하는 배우이고, 우리나라에서 톰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익숙한 이름의 배우이며, 특히 나와 출생년도가 같기에 화면에서 그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을 비교하면, 나의 연륜까지 실감하게 해 주는 배우이기도 하다.
영화 '탑 건'은 전투기 조종사 중의 가장 우수한 조종사라는 뜻으로 그 당시 이십대였던 내게는 참 생소한 전투기를 다루는 조종사에 관한 남성들이 많이 본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전에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연유가 있다. 

1987년에는 지금의 남편과 목하 열애 중이었다. 그 당시에는 가난한 연인들의 최고의 데이트코스가 영화 관람이었고, 나 역시 영화 보는 것을 즐겼을 터라 거의 일주일에 한번 씩은 주말에 영화 관람을 하였던 것 같다.
그 때 지금의 시동생이었던 남편의 남동생이 공군 사관생도였는데, 미래의 형수님이 영화를 좋아 한다는 소식을 형에게 전해 듣고, 어렵사리 표를 구해 형을 대신하여 나에게 점수를 딴 일이 있다. 

30년 전에 영화의 내용은 지금 가물가물하였는데 그 때 미래의 형수에게 잘 보이려고 극장 매점에서 오징어를 사서 다리와 머리는 본인이 먹고, 몸통만 껍질을 벗겨 내게 내밀던 수줍음이 많던, 짧은 머리 정복의 사관생도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묘하게 톰크루즈의 모습과 옆자리에 앉아 같이 보던 시동생의 앳된 미소의 생도시절의 모습이 지금까지 잊어지지가 않는다. 

30년전의 톰크루즈는 젊고 풋풋한데...
30년전의 톰크루즈는 젊고 풋풋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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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에 본 감동으로 TV에서 영화 '탑 건'을 다시 보았다
30년전에 본 감동으로 TV에서 영화 '탑 건'을 다시 보았다

30년이 흐른 지금은 나도 남편도 시동생도 톰 크루즈도 모두 50대의 아줌마 아저씨의 모습이지만, 그 당시에는 모두 우리의 리즈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여하튼 좋아하지 않았던 전투기 영화를 예비 시동생 덕에 보면서 처음으로 전투기조종사라는 직업과 영화를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었다는 기억이 있다. 

30년 만에 보는 영화에는 톰크루즈 외에도 젊은 시절의 켈리 맥길리스와 맥 라이언을 볼 수 있는데 정말 풋풋한 시절의 그녀들을 만날 수 있다. 뛰어난 전투기 조종사의 비행과 우정 사랑을 그린 파일럿영화로, 그 당시에도 표를 구하기 위해서는 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를 누린 영화였고, 파일럿이 되고자 했던 공군사관생도인 시동생을 통하여 그 이후로 군복을 입은 톰 크루즈 영화를 더 즐겨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30년이란 세월이 그 이후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왔다. 파일럿이 되지는 않았지만 공군대령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는 시동생은 어느새 전역을 걱정하는 나이가 되고 있고, 젊은 그 자체만으로도 여심을 홀렸던 톰 아저씨도 이제는 중년을 넘어서고 있다.
나 역시 이제는 살아 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많지 않기에,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생각을 한다. 일요일 오후에 덩그러니 혼자 집에 있으려니 쓸쓸했는데, 오랜만에 30년 전에 즐겨 보았던 영화를 TV에서 다시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려, 나름 좋았다. 

저녁에 남편이 미안한 마음으로 갈비를 사들고 들어오면서 "오늘은 내가 저녁을 차릴게"하며 너스레를 떤다. "나도 오늘은 TV에서 멋진 20대 청년과 데이트 즐겼는데..."하며 맞장구를 친다. 오랜만에 늙수그레한 중년의 남편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그 얼굴에서 주름 진 내 얼굴까지 찾는다.

톰 크루즈, 탑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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