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자식은 농심을 안다
2017-06-22 13:14:56최종 업데이트 : 2017-06-22 13:14:56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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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년 중 가장 낮 시간이 길고 밤이 가장 짧다는 하지였다. 이제 완연한 여름의 날씨가 된 것이다. 매일같이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고, 비가 오지 않아 가뭄으로 농부들의 마음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다. ![]() 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싸게 산 감자 ![]() 장아찌용 양파도 산지에서는 4천원도 안된다 한다 ![]() 햇마늘을 말리며 제발 가뭄에 단비가 쏟아지길 바란다 주부인 나는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것이 좋은 일이지만, 농부의 자식이던 남편은 아마도 농사짓던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듯하다. 지금은 연세가 많으셔서 농사를 짓지 않으시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시골의 어머니는 자식들 식량을 위해 텃밭을 가꾸셨다. 어머니 생신이 여름이라 해마다 한여름 생신이 낀 주말에 시골에 내려가면, 어머니는 곧 내려올 5남1녀의 자식들에게 싸서 보낼 여러 농작물을 수확하시느라고 집에 안계셨다. 부랴부랴 밭으로 나가보면 뙤약볕에 변변한 모자도 쓰시지 않고 자식들 줄 고추며, 상추며 깻잎이며 밭에서 따고 계시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자식들의 성화에 이제는 농사를 지으시지 않지만, 자식들 가슴속에는 고생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항시 맺혀 있다. 어머니는 타지에서 사는 자식들을 위해 연로할 때 까지 농사를 지으셨지만 정작 자식들은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기에 자식들과 이웃들과 나눠 먹고도 남는 농산물은 가끔씩 장에 나가 파시기도 하셨다는 것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 아마도 자식들 체면을 깎는다 생각하셔서 비밀로 하셨던 일을, 어머니 친구를 통해 듣고는 자식들이 용돈을 더 올려드리면서 간곡히 만류하였던 일도 있다. 몇 년 전에는 남편이 집 가까운 도로에서 불법 주정차로 딱지를 끊고 들어온 적이 있었다. 이유인즉, 어머니 연세의 할머니가 농산물을 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 생각이 나서 팔아주기 위해 잠깐 도로에 주차했는데 불과 1~2분 사이에 단속 되었다는 것이다. 잔소리를 하긴 했지만 그 마음만은 이해 할 수 있었다. 아마도 어제 내가 싸게 산 감자며 양파를 보며 그 농산물을 위해 땀 흘렸을 농부의 마음을 생각하며 안타까워 한다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역시 농부의 마음은 농부의 자식이 더 안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같은 가뭄에 단비라도 내려 농부들의 타들어 가는 가슴을 적시기를 바란다. 다행히도 이번 주 일요일인 25일은 전국에서, 다음주 26일은 강원영동과 남부지방에 비가 온다는 소식이다. 단지 더워서라기보다 농부의 자식이 되어 가뭄에 단비를 애타게 기다려 본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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