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자녀 둔 엄마, 여름휴가가 휴가가 아니다
2017-07-07 15:07:23최종 업데이트 : 2017-07-07 15:07:23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
오늘 아침 조간신문을 보다보니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취업준비생 5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그 중 43%가 "피서는 무슨..."이라고 했다는 기사가 났다. ![]() 피서는 커녕, 아픈치아를 1달간 치료해야 한다는 우리집 취준생이 안쓰럽다 취준생들은 스스로 당당하지 못하고 집안 식구들의 눈치를 살피는 경향이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것조차 보기 싫을 때가 많다. 나는 대뜸 "돈이 많이 들어가는 치료를 받아야 하면 빨리 엄마에게 말해서 치료를 받아야지, 미련하게 있다가 금으로 메우기만 하면 될 일을 이제는 치아를 온전히 씌어야 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생겼구나" 하고 나무랐다. 작은애는 미안했는지 "그래도 나는 치아가 고르게 나서 언니처럼 치아 교정하는 비용은 굳었잖아요! 호호" 하며 겸연쩍게 웃으며 나를 위로한다. 독일 철학자 괴테가 말했듯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고 작은애에게 위로하지만, 작은애는 올 여름을 아픈 치아만큼이나 견디기 힘들어 하며 보내고 있다. 며칠 전 아침에는 회사에서 광고촬영이 있다며 잔뜩 모양을 내고, 집을 나서는 큰애를 보며 남편이 "딸, 아주 예쁘구나" 한마디 하고, 같이 집을 나서는 작은애를 쳐다본다. 그제야 아차 싶었던지 남편은 한마디 덧붙인다. "작은딸도 시험만 합격하면, 아빠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쫙 빼줄게"하며 뒤늦게라도 작은애의 눈치를 살핀다. 셋이 같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뒷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아이고, 주책아빠라니까"하며 눈을 흘겼다. 예전의 부모들은 그 많은 자식들을 어찌 다 키웠을까? 부모가 되고 보니, 잘나가는 자식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식에게 마음이 더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을 어른들이 했나보다. 큰애의 회사에서 직원들의 여름휴가를 지원 해 주는 이벤트를 하였다. 큰애는 저번 홍콩여행을 친구와 다녀와서 엄마가 마음에 걸렸던지, 제주도의 고급 펜션을 신청했는데, 운 좋게도 7월말 경에 갈수 있는 펜션티켓이 자신에게 돌아왔다며 무척 좋아했다. 비행기 표와 렌트카는 자신이 예매하겠으니, 올여름 가족휴가를 제주도에서 보내자는 제안을 했다. 일단 취준생인 작은애는 "내가 지금 휴가 갈 입장이야?" 하며, 손사래를 친다. 나는 "가서 스트레스도 풀고 다녀와서 더 열심히 하면 되지?"하며 권유를 했는데도, 작은애는 완강하게 안 간다고 선언한다. 8월 초가 회사 여름휴가기간으로 잡혀있는 남편도 못 간다 하고, 결국은 방3개짜리 가족용 넓은 6인용 펜션에 큰딸과 단둘이 떠나야 할 것 같다. 시누이 식구랑 같이 떠나 볼까도 생각했지만 시간을 서로 맞추기도 힘들고, 모처럼 딸과의 단둘만의 여행도 설레는 터라 결국 둘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 더운 여름 치과치료를 받으며 공부와 씨름하는 작은애에게 미안하고, 식구들 먹여 살리느라 쉬지도 못하는 남편을 두고, 큰애와 둘만 떠나야 하는 내 마음은 무겁다. 우리나라 제주도지만 비행기를 타야하고, 며칠간 집을 비워야 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이런 내 마음과 달리 큰애는 "엄마도 바캉스 옷 좀 사셔! 나는 저번 홍콩 갈 때 사둔 것 그대로 들고 가면 돼요!"한다. 나는 속으로 말한다. '너도 시집가서 자식 낳아, 어미가 되어보렴. 그 때는 엄마의 심정이 이해가 될 테니'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