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해외제품 구매, 아직도 소비자는 봉인가?
2017-07-13 15:45:00최종 업데이트 : 2017-07-13 15:45:00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대단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제품은 국산을 애용하는 편이다. 국산이 AS가 편하다는 장점도 있는데다 조그마한 애국심이라도 작용한다면, 굳이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덧붙이면 이제는 우리나라 국산품이 세계 어디에 내 놔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고, 실제로 국산품을 사서 후회한 일이 드물기는 하다. 

3년 전의 일이다. DSLR카메라는 휴대하기가 불편하고, 그렇다고 일명 '똑딱이카메라'라고 부르는 디지털카메라는 조금 성능이 미흡한 것 같아, 고민 끝에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입한 적이 있다. 국산과 일본산 제품을 놓고 고민하다가 그래도 과거에 써 본 경험상 일본산 S제품이 오래 쓸 수 있다는 생각에, 국산보다 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입하였다. 

3년전 구입한 외국산 카메라
3년전 구입한 외국산 카메라

항시 물건을 살 때는 꼭 필요해서 사지만, 사 놓고는 어디 해외에나 여행을 갈 때 몇 번 사용하고는, 편리한 스마트폰으로 카메라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거의 사용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중국여행을 하면서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져갈까 말까 고민하는데 딸애가 "엄마 나중에는 남는 게 사진밖에 없다면서요? 가져가서 저 대신 중국사진 많이 찍어 오세요!" 하기에 못이기는 척하고는 카메라를 가져갔다. 
그런데 중국 공항에서 카메라 배터리 검사를 심하게 하는 통에 몇 번이나 배터리를 넣고 뺐다 하는 번거로움을 겪었다. 딸애가 보조로 넣어 준 휴대폰배터리도 자동 검사대에서 걸리는 등 수모를 겼었다. 괜히 가져갔다는 후회를 하면서. 실제로 여행 중에는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더 많이 찍었고, 카메라는 다른 일행을 찍어 주는 용도로 많이 사용 하였다. 

그리고 돌아와서 찍어 준 사진을 일행에게 보내려고 액정을 확인하는 순간 액정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고 노이즈가 심했다. 사진 찍는 기능은 이상이 없었지만, 액정이 깨끗하지 않아 그 제품을 만든 회사의 AS센터에 연락을 하여 문의 하였다. 돌아 온 답변은 보증기간인 2년을 넘겼으니 수리비를 내고 액정을 교체하라는 것이었다. 
국산보다 더 비싼 70만원가량 되는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였는데, AS비용도 거의 20만원정도가 든다는 것과, 무엇보다 수원에는 서비스센터가 없었고 가까운 안양이나 용산을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당장 시간을 내기도 힘들었고 당분간 카메라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나중에 쓸 때 고쳐야지 하고 잊고 있었다. 

7월 말에 큰애와 제주도 여행을 하기로 계획하고 나니, 고장 난 카메라를 생각해 냈다. 큰애에게 말했더니 "빨리 고쳐서 제주도 갈 때 가져 가야지, 엄마와 추억사진 많이 찍고 오지요" 하며 지난 주 토요일 가져다 AS를 맡긴다며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큰애는 토요일에는 거의 모든 AS센터가 휴무라서 토요일 근무를 하는 AS센터를 찾다보니 강남구 신사동의 AS센터까지 갔다고 한다. 
카메라 맡기느라 거의 한나절을 소요했노라 투덜거리며 AS센터에서 말하기를 넉넉잡아 고치는데 2~3일 정도 걸린다 했으니, 이번 주 토요일 쉴 때 또 신사동까지 가서 찾아오겠노라 했다. 

뜻밖에 AS센터에서 어제 전화가 왔는데 부품이 없어 고칠 수 없다고 황당한 소식을 전한다. 그런데 부품 보유기간이 5년이라 자신들의 회사 사정상 부품이 단절된 것이니, 구입한지 3년의 감가상각을 계산한 후에 나머지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계산하니 12만원의 보상금 책정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69만원을 주고 산 것인데 몇 번 쓰지도 못하고, 카메라를 다시 사야 하는데, 12만원은 터무니없다고 항변하였다. 
그랬더니 선심을 쓰듯이 "구입가를 모르니 출고가로 계산된 금액이니, 영수증을 찾아 메일로 보내주면 구입가로 다시 감가해서 보상가를 책정 하겠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3년 전 영수증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다행히 내가 산 쇼핑몰에 전화를 해 보니 주문 내역과 카드영수증이 있어 그 회사 AS센터 메일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고 여러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결과적으로 15만원을 책정 받았다. 

내가 속상한 것은 차치하고, 꼭 이번여행에 카메라를 가져가겠다는 큰애는 보상구매라도 해서 카메라를 다시 사 달라고 한다. 알아보니 거의 60만원을 보태야 살 수 있었고 어디다 하소연 할 곳도 없어 씩씩거리고 있는데, 또 다시 AS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나의 억울한 마음에 기름을 부은 갑질의 전화였다. 
"보상금은 제품 출하 시에 있었던 구성품들을 모두 빠짐없이 반납하는 전제하에 책정된 것입니다. 회사규정상 나머지 구성품을 직접 와서 반납하거나 자비를 들여서 택배로 보내 주셔야 하고, AS센터에 보관 중인 본품 외에 사용설명서, 전원코드, 어댑터, 배터리, 케이블, 모두를 보내주셔야 보상금이 나가고 이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보상금 지급이 안 됩니다" 나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구성품을 모두 찾아 택배포장까지 하려니 억울한 마음이 한층 더하지만 하소연 할 곳이 없다
구성품을 모두 찾아 택배포장까지 하려니 억울한 마음이 한층 더하지만 하소연 할 곳이 없다

다시 집안을 샅샅이 뒤져 구성품을 모두 찾아 택배포장을 하고 나니 어디 하소연 할 때도 없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씩씩거리며 "다시는 너희회사 제품을 내가 사나봐라. 역시 해외제품은 소비자만 봉이라니까!" 혼자 중얼거리며 택배를 부치러 우체국을 향한다. 이제 카메라도 국산품을 사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미러리스 카메라, 알본 카메라, 소비자는 봉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