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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광복절, 우리가족에게는 뜻 깊은 해이다
2017-08-16 09:51:57최종 업데이트 : 2017-08-16 10:16:20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오늘은 8월 15일, 조국 광복이 된지 72주년이다. 단순히 공휴일이라 하루 쉴 수 있는 날이 아니라, 광복절은 '조국을 위해 몸 바쳐 투쟁했던 순국선열들을 추모하고 우리민족의 땅을 되찾은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 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우리가족 중에도 순국선열이 계셨다는 것을 나는 최근에 자세히 알았다. 얼마 전까지 나의 시아버님께서 집안의 장손인 줄 알고 있었다. 그 때는 장남의 무게가 대단했던 때다. 나의 신혼 때는 집안의 제사가 너무 많아 버거웠다. 어느 달에는 제사가 두번도 있었지만, 거의 빠지지 않고 아이를 업고 남편이 휴일이 아닐 때는 기차를 타고서라도 시댁 제사에 참석하였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니, 제사에 참석을 했지만 누구의 제사인지도 잘 모를 때가 많았고, 시할머니 할아버지 제사까지는 이해가 되었지만 증조할아버지 제사까지 챙기는 것이 그때 새댁인 나로서는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종손 집 둘째 며느리로서 제사를 줄이자고 어머니께 건의 드리기도 힘든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머니께서 몇 년 전부터는 큰 형님의 건의를 받아들여, 당신 살아 생전에 직계 증조할아버지의 무덤까지 두고, 나머지는 하나씩 무덤을 정리하여 납골당에 옮기시고 후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 노력하셨다. 그럼에도 추석이면 성묘해야할 무덤과 지내야 할 제사가 많았다. 얼마 전에는 또 제사가 있었다. 알고 보니 시아버님의 형님이 계셨는데, 결혼도 하지 못한 스무 살의 나이에 군인으로 순국하셨고 아버님이 본의 아니게 형님을 대신해 장손이 되셨다는 집안의 아픈 사연을 들었다. 직계가족이 없어 국가유공자의 대우도 받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다.

정권이 바뀌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좋아지고 있으며, 그 당시 무지해서 현충원에 안장하지 못한 순국선열들을 현충원에 모실 수 있는 방도가 생겨 군인인 시동생이 여러 절차를 밟아, 얼마 전에야 큰 아버님의 유골이 대전 현충원에 갈 수 있도록 신청했다.

8월 15일 광복절, 전날 아침에 시동생에게서 받은 메세지로 가슴이 벅차다

8월 15일 광복절 아침에 시동생에게서 받은 메세지로 가슴이 벅차다

 

현충일을 하루 앞둔 어제, 드디어 큰 아버님의 유골을 대전 현충원에 안치할 수 있는 이장 신청이 승인되었다는 연락을 시동생으로부터 받았다. 그 동안 큰아버님은 가족의 아픔으로 남아있었던 것 같다. 어머님은 그동안 얼굴도 모르는 시아주버님의 제사를 지내며 어떤 심정이셨는지, 또 본의 아니게 종가집 맏며느리 노릇을 하느라 얼마나 맘고생을 하셨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머니께서는 광복절인 오늘, "그동안 종가집 맏며느리로서 혹시나 소홀했는지 돌아가신 아주버님께는 죄송했고, 후손들에게 큰아버지의 무덤까지 챙겨야 할 짐을 쥐어 주는 것 같아서 다섯 며느리들 볼 낯이 없었구나. 이제서 유골이라도 현충원으로 가니 국가가 잘 보살펴 드릴 것이라 생각하고 내 할 도리 다 한 것 같아 마음이 행복 하구나"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을 큰형님을 통해 듣고는 울컥했다. 남편은 "자라면서 형님을 애타게 그리워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으며, 큰아버지를 대신했던 가난한 집안의 맏아들 노릇도 무척이나 힘드셨다고 말씀하신, 아버님의 하소연을 들었다" 한다.  또 평생 맏아들을 가슴에 품고 사셨던 할머니의 아픔도 너무 컸기에, 큰아들의 제사 때마다 우시던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같이 아팠던 기억을 떠올린다.

어제 뉴스를 보니 대통령께서는 국가 유공자의 3대까지 책임지는 정책을 펴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우리 큰 아버님은 스무 살의 꽃다운 나이에 나라를 위한 죽음으로, 결혼은커녕 혜택을 누릴 후손조차 없다.  그래도 다행히 이제라도 10월에 현충원에 안장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하니, 나라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신 큰아버님이 새삼 존경스럽다.
 

비가와서 그런지, 광복절에 태극기 게양한 집이 드물다

비가와서 그런지, 광복절에 태극기 게양한 집이 드물다

2017년 광복절은 우리 가족에게는 잊을 수 없는 광복절이 될 것이다. 빨리 10월이 되어 큰아버님을 현충원에 모시고 해마다 제사 때 찾아뵙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 분들이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8월 15일 광복절인 오늘이 새삼 더 뜻 깊게 다가온다. 비가 와서 그런지 올해의 광복절에는 유난히 태극기를 게양한 집이 드물어 더 마음이 무겁고, 큰아버님을 포함한 숭고한 희생들을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광복절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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