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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먹은 지 오래니 달걀반찬 생각이 나요"
2017-08-24 15:25:09최종 업데이트 : 2017-08-24 13:43:30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한 주 동안 우리집 냉장고에서 달걀이 사라졌다. '살충제 달걀' 파문으로 인해 일주일 전 쯤 냉장고 안 달걀을 살펴보니, 유해판정을 받지는 않았지만 찜찜한 기분이 든 10개 정도 남은 달걀을 남편과 내가 먹어 치우고는, 이후로는 불안한 마음에 그동안 달걀을 사지 않았었다. 달걀 대신에, 값비싼 고기반찬을 많이 올렸다. 그러나 고기값만 비싼 것이 아니었다. 고기를 싸 먹기 위한 상추나 깻잎 등 쌈 채소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요즘 주부들이 상추를 '금추'라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의 건강이 우선이기에 영양가를 따져서, 단백질 성분도 빠트리지 않고 식탁에 올리며 달걀의 빈자리를 메워야 했었다.

그러나 공부 중인 작은 애의 도시락이 문제였다. 그동안 달걀말이나 달걀을 프라이드를 맨밥 위에 올려서 단백질을 보충해 주었는데, 도시락 반찬으로 매번 고기반찬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  도시락 싸 주는 일이 매번 고민이었다. 도시락 싸주기가 힘들어 사먹으라고 하자니 도서관 주변에 식당이 별로 없어 할 수 없이 유부초밥, 달걀 뺀 김밥, 어제는 김치 볶음밥 등을 싸 주었다.

김치 볶음밥은 김치를 잘 먹지 않던 작은 애를 위해, 내가 자주 해서 먹이던 음식이다. 매콤한 김치볶음밥을 한 뒤 그 위에 달걀을 부쳐서 올리면, 김치의 매운 맛을 달걀의 고소함이 잡아 주기에 작은애가 어렸을 적부터 잘 먹는 음식이었다. 그 덕에 김치 맛을 알게 되어, 커서부터 김치를 좋아했고 요즘은 도시락에 김치를 꼭 넣어 달라고도 한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도서관에서 돌아 온 작은애가 "김치볶음밥이 맛은 있었는데, 달걀이 없어 서운했어요. 이제 달걀을 먹어도 되는 것 아니예요? 달걀 먹은 지 오래니 달걀반찬 생각이 나요"한다.
일주일 간 달걀을 먹지 못하니, 먹고 싶은 눈치다. 비싼 한우갈비찜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공부하려면 체력이 중요한데 엄마로서 어찌 못들은 척을 하겠는가?

달걀찜 반찬을 하기위해 오랜만에 마트에서 달걀을 구입했다

 

오랜만에 동네 마트를 찾았다. 달걀 진열코너에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친절한 안내서가 붙어 있었으며,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는 문구까지 있었다. 그래도 한참을 망설이다 자식의 입으로 들어 갈 것이기에, 닭을 방사해서 키웠다는 비싼 유정란을 골랐다. 당연히 가격이 몇 곱절 비쌌다. 10개 들이 한 상자에 7천원 가까운 가격이니, 달걀 한 알에 700원 꼴이다. 지난 번 AI파동 때 보다 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동안은 정말 달걀값이 싸다고 느끼며 살았다. AI파동 때 마다 달걀 값이 많이 올라도, 나는 한 번도 우리에게 주는 영양가에 비하면 비싸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겪으며, 친환경 인증마크가 있으면 훨씬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샀던 일도 후회가 되기도 한다. 정말 믿지 못할 친환경 인증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또 유정란이니 뭐니 하면서 달걀 값이 터무니없이 더 오를까봐 서민식탁이 슬슬 걱정이 된다. 그래도 몇 곱절 비싼 유정란을 고르고 골라 사 들고 와 오늘 저녁에 계란찜 반찬을 할 작정이다.

그동안 그래도 달걀 값이 제일 싸다며 달걀 예찬론을 펼쳤는데, 이제는 더 이상 달걀 값이 오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앞으로 정부에서 검사와 대처를 잘 해서, 굳이 비싼 달걀을 고르지 않아도 모든 달걀을 안심하고 먹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일주일 이상 달걀 없이 살아보니 국민음식이란 걸 새삼 느낀다.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져 주는 필수 식품이다.
하루 빨리 모든 농장에서 생산되는 달걀이 믿고 먹을 수 있는 달걀로 거듭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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