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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이웃이면, 사촌보다 가까운가?
이웃의 얼굴을 보며 나의 나이를 실감 한다
2017-08-29 07:07:38최종 업데이트 : 2017-08-29 07:06:23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지금의 아파트에 처음 입주하여 8년간 살고 있다. 바로 엊그제 이사 온 것 같은데 8년이라는 세월이 벌써 흘러 버린 것이다. 그동안 이사 간 이웃들도 많지만, 아직도 같이 살고 있는 반가운 이웃들이 많다.
같은 동에 살고 있는 이웃 중에 같은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만나는 이웃은, 새댁일 때 배부른 새댁모습으로 이사를 해서, 지금 이곳에서 낳은 딸아이가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며 좋아했던 모습을 보며 참 세월이 빠름을 느끼고 있다.
유모차에 있던 갓난아이 적 모습부터 아장아장 걷던 모습, 떼쓰며 업어달라던 철부지 어린아이에서 "안녕하세요?"하며 이웃에게 제법 인사말을 건낼 줄도 아는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주변에서 성장과정을 지켜보다보니,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비가 내리니, 우리동 앞 놀이터에도 이웃들이 없다.

비가 내리니, 우리동 앞 놀이터에도 이웃들이 없다.


내가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곳이 살기도 편하지만 단지 안에 편리하게도 운동 커뮤니티시설이 있어서다. 현관문을 나서면 단지 안에서 집 가까이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함을 8년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곳에서는 운동과 함께 사우나 시설도 있어, 때로는 사랑방처럼 오랫동안 가지 않으면 서로가 궁금해서 서로 안부도 묻기에, 이웃 간의 소통의 장소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연히 입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기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 그 이웃을 보지 못해 서운 할 때도 있다.

8년이란 세월동안 그곳을 이용하다보니, 같은 동에 살지는 않더라도 바로 옆집처럼 친근한 이웃들이 많다. 주로 노인들이 오래 사는데 그 중 나를 많이도 예뻐 해 주시는 친근한 한분이 계신다. 60대에 이곳에 이사 오셔서 70대 노인이 될 때까지, 그동안 노총각 아들을 결혼시킨 사연이며, 손자들 돌보는 사연을 나 역시 다 꿰고 있는데 요즘 부쩍 같은 말을 잘 안 들리시는지 몇 번씩 되묻고는 하셨다. 처음에는 귀가 어두워진 걸 눈치 채지 못했는데, 내게도 자꾸 같은 것을 "뭐라고?"하며 되묻으신다. 또 젊은 사람들끼리 수다를 떨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신지 "쟤네들 뭐라카노?" 하며 특유의 애교 있는 부산사투리로 내게 살짝 묻기도 하신다.
워낙 그분과 친분이 있던 터라, 조심스레 한번 병원에 가서 청력검사를 받아 보시라 권유했더니, 그래야겠다며 "요즘 손자들이 뭐라카는지 잘 안 들리더라" 하신다.

60대에 이곳에서 처음 그 분을 뵈었을 때는, 그 분이 노인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얼굴도 예뻤고, 살이 조금 찐 것 외에는 허리도 꼿꼿하고 말씀도 잘 하시는 게 여간 현명하신 분이 아니었다. 그러던 분이 귀가 잘 안 들린다 하니, 마치 내 부모처럼 마음이 아팠다. 몇 주 전에 또 사우나 시설에서 그 분을 뵈었는데, 내 권유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는데 보청기를 해야 한다며 " 나 이제 다 살았다" 하시며 슬퍼하셨다.
참 아는 것도 다양하시고 박식하셨다. 살아오신 세월만큼 경험도 많으셔서, 갓 이사 온 사람들은 너무 아는 것이 많아 참견을 한다며, 싫은 소리를 하는 젊은 새댁도 있었다. 하지만 그분의 8년 전의 모습까지 기억하기에, 오히려 그 분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의 모습도 느껴져 반면교사가 되기도 하였다.

오늘은 아파트 수영장과 사우나시설이 내일부터 공사에 들어가 사우나시설을 당분간 이용할 수 없다기에 갔는데, 오랜만에 사우나에서 그 분을 뵈었다. 이웃 중에 그래도 하소연을 들어 줄 수 있는 나를 만난 탓에, 그분은 오랜만에 말씀을 많이 하셨다. 참 세월이 무상하다며, 이제 보청기까지 껴야 소리가 들린다 생각하니 한없이 슬프다며, 내게 긴 시간동안 속내를 이야기를 하셨다. 나도 당분간 사우나시설 공사로 인해 그 분을 못 뵙는다 생각하니 맞장구를 치며 가능한 한 많은 이야기를 들어 드렸다. 그분은 참으로 말씀을 재미있게 잘하시는 분이다.

그 중에서 그 분께서 해 준 재밌는 이야기가 있는데 집에 와서 까지 생각나 적어본다.
"어느 80대 노인이 죽어서 염라대왕 앞으로 갔대. 염라대왕 앞에서 그 노인은 자신은 정말 억울하다고 했대. 평생 가족들 위해 뼈 빠지게 일만했고, 돈은 써보지도 못하고 죽어서 너무 억울하다고. 그랬더니 염라대왕이 뭐라 한줄 알아? 세 번의 기회를 주었는데 네가 알아차리지 못 한 거라고 했대. 처음에는 눈이 어두워지게 했고, 그리고 머리가 희어지게 했으며, 마지막으로 귀가 잘 안 들리게 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돈만 모으느라 써보지 못하고 죽은 것이니, 억울할 것 없다고 했대. 이제 내가 보청기 낄 나이가 되고 보니 모든 것이 다 후회가 되네"라는 말씀을 유머러스하게 하셨다.
그 이웃의 이야기 속에, 내게도 해당되는 세월을 실감한다. 처음 그 분을 뵈었을 때, 그 분은 나보고 새댁이라고 하셨다. 나는 황송하여 "새댁은 아니고 헌댁 이예요" 했는데, 이제는 그분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를 본다. 8년간 이웃으로 지내다보니 어떨 때는 사촌보다 더 가깝고 정이 가는 사이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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