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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이 너무 높아, 결혼 못하면 어떻게 해..."
2017-09-28 17:52:40최종 업데이트 : 2017-09-28 16:15:52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내 주변에 아직도 결혼을 안 한 조카들이 많다.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 본인들은 안 한 것이라 하고, 부모들은 못한 것이라며 구박이 대단하다. 친정 둘째 오빠 작은 아들은 잘생겨 따르는 여성도 많건만, 공부를 하느라 혼기를 놓쳐 노총각 대열에 합류해 있다. 물론 본인은 절대 노총각이 아니라 하지만 부모 친척들은 볼 때마다 노총각이라며 언제 국수 먹여 줄 거냐며 면박을 주니, 고모니 작은 엄마니 큰엄마니 피해 다니기 일쑤다.
 
작년에는 시누이의 딸이 서른 중반이 되자, 온 가족들이 마땅한 조카 사윗감을 알아보느라 분주했건만, 조카가 아직도 제 짝을 찾지 못해 시누이의 애를 태우고 있다. 내 눈에는 예쁘고 착하고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건만,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올해 들어서는 내가 주변에다 하도 괜찮은 조카 사윗감을 물색하다보니, 가까운 친구들은 "야, 이제 네 딸도 짝을 찾을 때가 되었어. 언제까지 조카들만 신경을 쓸 거야? 이제 곧 네코가 석자인데...쯧쯧"하며 면박을 준다.
 
서른을 넘긴 조카들이 있다 보니, 이십대 후반 반열에 오른 나의 큰애도 이제 슬슬 좋은 사람을 만나, 부모로부터 독립했으면 하는 생각이 앞선다. 직장이 서울이라 멀다보니 주중에는 항시 퇴근 후 피곤해 한다. 그러면 나는 빨리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해서 직장 가까운 곳에서 둥지를 틀라고 조언을 한다. 그러면 결혼해도 엄마 옆에서 꼭 붙어 살 거라는 무서운 소리를 한다.
요즘 딸아이 엄마들은 혹시라도 자식들이 결혼하여 육아를 책임져 달라 할까봐, 자식들을 가능한 멀리 떼어놓고 싶어 한다던 친구의 말이 이해가 가면서, 나 역시 결혼하면 직장 가까운 곳에 가서 편히 살라는 말로, 은근히 육아부담을 회피하고 있다.
버리려고 정리한 메모속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낙서

버리려고 정리한 메모속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낙서


 며칠 전 큰애 방을 정리했다. 직장생활로 바빠 책 정리를 못하는 것 같아, 마음먹고 딸애의 책장을 정리해 주는데 오래 된 수첩에서 아마도 대학 신입생 때 썼을 것 같은 메모가 눈에 띄었다. '영어회화 수행평가' 라며 아마 영어회화 과제였던 것 같은데 한글로 메모해 놓고 영어로 번역을 해서 제출하는 과제였던 것 같다.
몰래 읽어보는 일기장처럼 딸애의 메모를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음이 나서, 정리해서 버리려다 말고 연습장에 적힌 메모를 놓고 한바탕 웃었다. 저녁에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버리려다 만 메모지를 펼치니 딸애는 "언제 적 메모래? 저런 걸 쓴 기억이 없구먼. 그래서 내가 이상형을 못 만나는 건가? 지금 보니 내 이상형이 높아도 너무 높았네. 어렸을 적이라 철이 없어 그랬나?"하며 겸연쩍게 웃는다.
 
노총각 노처녀들은 이상형이 현실과 동떨어지면 결혼하기가 힘이 든다는 생각을 한다. 부모들이 원하는 배우자감이랑 본인들이 원하는 배우자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잠깐 딸이 메모와 함께 수년 전 써서 과제로 제출했던 메모 중 재미있는 글을 옮겨본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눈이 너무 높은 것 같다. 내 이상형은 조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단 키가 크고 뚱뚱하지 않으며 잘생겨야 한다. 특히 콧대가 높아야 한다. 또한 성격이 외향적이며 터프하면서 마음이 넓고 인정이 많은 사람이다. 물론 운동도 잘하고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남자이다. 또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솔직한 사람이다.(이하 중략)'
 
내가 아는 한 대학 4년 동안 큰애는 연애다운 연애를 하지 못하고 4학년이 되자, 취업준비로 여유가 없어 또 솔로로 지내며 엄마인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여행을 다녔다. 딸의 이상형이 너무 높아 이상형을 만나지 못해 다행히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냈고 문화생활을 같이 즐겼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다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부쩍 가을이 되니 주변으로부터 청첩장을 많이 받는다. 진심으로 축하 해 주며, 한 근심을 덜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딸아이의 남자친구에 대한 이상형처럼 내게도 사윗감에 대한 이상형이 있지만,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다. 그저 자기들이 좋다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내 자식을 평생 사랑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자식을 포함하여 여러 조카들이 결혼에 대한 환상으로 쉽게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부모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혼은 도박일지도 모르고, 또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해 결혼을 미루는 모양이다. 또 결혼 후 닥칠 육아에 대한 걱정도 있어 그냥 편히 혼자 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 역시 반평생을 살아보니 그래도 결혼은 해 볼일이다. 부모를 떠나 새로운 가족을 갖는다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요즘의 청년들이 너무 높은 이상형을 찾다가 늦게까지 솔로로 지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메모지를 딸에게 건네며 한마디 한다. "딸아, 네가 바라는 이상형은 웬만해서는 찾을 수 없다. 빨리 눈을 낮춰서, 서른 전에 남들도 다 해보는 딸 가진 엄마, 예비 사윗감 면접 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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