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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하구나, 막둥이 시동생”
추석명절을 막내 시동생 집에서 지내다
2017-10-03 09:58:54최종 업데이트 : 2017-10-03 09:57:36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어느 부모에게나 아픈 손가락이 있듯이 항시 마음에 걸리는 자식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시어머니에게는 막내아들인 시동생이 그렇다.

시아버님이 남편이 대학 재학 중일 때 돌아가시다 보니, 남편부터 각자 알아서 제 살길을 찾아야 했고 막내둥이 시동생의 학비는 갓 결혼한 다른 형제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1녀 5남의 형제가 그런대로 성실하고 영특하여, 부모 속을 썩이지 않고 알아서 공부하고 번듯한 직장에 취업하거나, 사업을 일궈 결혼하여 잘 살고 있었는데, 막내둥이 시동생은 달랐다.

 

머리가 영특하여 학업성적이 우수하였기에 남편은 시동생이 의대에 진학하기를 바라고 아버지를 대신하여 그 뒷바라지를 하겠노라 입버릇처럼 말하였다. 그러나 나와 결혼을 한 그해에 시동생은 남편의 바람과는 다르게 공대에 진학했다. 그 이후에 사달이 났다. 형들이 학비를 지원해 주는 만큼 성실하게 공부하기를 바랐건만, 시동생은 여러 이유로 운동권 학생들과 어울리며 공부는 뒷전으로 시어머니 속을 태웠다.


내가 결혼한 이후로 여러 번, 막둥이 시동생이 어머니 속을 썩일 때면, 어머니는 " 아휴, 저 얘가 뱃속에 들어섰을 때, 아들이 너무 많아 아버지 몰래 병원에 가서 지우려고 몇 번이고 갔다고 못 지우고 낳은 아들인데...이렇게 속 썩일 줄은 몰랐다. 한참 아버지가 필요 할 때, 아버지가 안 계셔서 형들이 불쌍하다고 응석을 받아주며 키우니 저리 철이 없구나" 하시며, 막둥이를 아픈 손가락이라 하셨다.

 

그 후에 다행히 착한 막내 동서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아들 딸 낳고 잘 살게 되었지만 어머니는 항시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모아, 막둥이에게 찔러 주시곤 하였는데 어머니 눈에는 다른 자식들보다 늦게 철이 든 탓에 항상 막둥이 걱정을 달고 살았다.

어머니가 그러시다 보니 우리 형제들도 뭐든지 막둥이는 배려해서 매달 드리는 어머니 용돈도 내지 말라하고, 집안에 산소이장이니 큰돈 들일이 있어도 막둥이만큼은 제외시키고 돈을 걷어 행사를 치르니, 의례 막둥이는 형제라기보다는 아들 같았다.

오랜시간동안 자신의 집을 완성한, 막내 시동생이 대견하다

 

그러던 막둥이가 몇 년 전에 강화도에 땅을 구입하여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공무원 월급에 쓰고 남는 돈을 틈틈이 모아 짓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다 드디어 집을 완성하고, 형제들을 초대하였다. 어머니는 뛸 듯이 기뻐 하셨고, 돌아가시기 전에 막둥이가 자신의 집을 부채 한푼 없이, 자신의 힘으로 건축한 것을  대견해 하고 좋아 하신다. 이제 더 이상 아픈 손가락 막둥이가 아니라며, 좋아하시고는 이번 명절 추석을 앞두고 큰 결정을 내리셨다.

 

원래 어머니는 기독교라 꼭 큰집에서 차례를 지내는 것을 고집하시지는 않지만, 추석 명절만큼은 성묘도 해야 하니 큰집에서 지내기를 고집하셔서 명절이면 항시 막히던 귀향길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에 막둥이가 집을 지어 얼마나 좋으셨던지, 다들 막둥이 집에 모여 명절을 지내자는 제안을 하셨고, 그 덕에 자식들이 모두들 강화도의 막둥이 집으로 모이게 되었다. 우리 며느리들도 오늘쯤이면 시댁으로 향한 귀향길에 올라야 했건만, 가까운 강화도 막둥이 시동생 집에서 명절을 보내면 되니, 내일 오전에 출발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어머니가 굳이 명절을 당신이 계신 곳에서 지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신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막둥이가 이렇게 어머니께 잘사는 모습으로 큰 효도를 하는 것이 대견하기만 하다.


실내도 아늑하게 꾸미고, 집다운 집을 완성하여 가족 카톡방에 올렸다

 

남편은 며칠 전부터 "우리 막둥이 너무 대견하지 않아? 집들이 선물로 뭘 하지? 기특하다 기특해. 이제 걔 걱정은 안 해도 되게 생겼어! 어머니도 이제는 막내 때문에 걱정할 일도 없어졌고... 올 추석은 안 먹어도 배가 불러"하며 연신 싱글벙글한다.

내가 보기에도 막내 시동생은 그동안은 운이 잘 따르지 않았다. 몇 번의 실패도 했고, 늦게까지 결혼도 안 한 채 어머니 애를 태우다, 이제야 한꺼번에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는 큰 효도를 하는 셈이다.


아마도 이번 추석은 내가 결혼 한 이후로 어머니가 제일 좋아 하실 명절이 될 듯하다. 어머니는 전화 통화에서 "내일 막둥이 집에서 보자꾸나. 나는 이제 죽어서 너희 시아버지 만나도, 할 일 다 하고 왔노라 큰소리 칠 테다. 막둥이 당신 없이도 잘 키워 자리 잡고 잘산다고!"

이렇게 행복해 하시는 어머니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는 생각에, 나도 혼자 중얼거린다. "기특하구나. 막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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