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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료 0원이 결제 되었습니다”
추석명절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2017-10-05 11:07:02최종 업데이트 : 2017-10-05 11:05:45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올 추석명절은 차례를 큰집에서 지내지 않고, 강화에 사는 막내 시동생 집에서 보냈지만, 여느 때 보다 차가 조금 밀려도 전혀 짜증나지 않았다. 3일간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돼 더 그런 것도 같다.
막내 동생이 집을 지어 추석 명절에 맞춰 초대하여 가고 오는 길이니 기분이 좋은 것도 있지만, 전국의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되니 더 좋았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영업소를 통과할 때 마다. 하이패스 단말기에서 "통행료 0원이 결제 되었습니다"라는 음성 메시지가 차안에 울려 퍼지면, 혹시 잘못 길을 들어서서 돌아 나와도 짜증이 전혀 나지 않았다. '역시 나는 공짜를 좋아해...' 하면서 말이다.
통행료가 면제되니 명절 귀향길이 막혀도 짜증이 덜났다.

통행료가 면제되니 명절 귀향길이 막혀도 짜증이 덜났다.


이번 추석 명절 연휴는 길게는 열흘까지 쉴 수 있는 모처럼의 황금연휴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여행을 계획하여 떠나기도 하고, 시댁에서 추석 명절을 보내고 다시 친정집에서 마지막 연휴를 보내려고 떠나는 집들도 많이 있었다.
큰집의 맏딸인 조카를 비롯하여 결혼을 하여 아이까지 낳아 세 식구가 된 큰조카 내외와 시누이 맏아들 식구까지, 일찌감치 시댁에서 명절을 보내고 친정인 막내 작은 아빠네로 와서 친정식구들과 명절을 보냈고, 시누이 아들 식구들도 막내 외삼촌 집에 모여 이번 추석 명절을 펜션에 놀러 온 기분으로 보냈다.

어제 저녁에는 그렇게 많이 모인 식구들이 점심까지 해결하고, 각지로 헤어졌다. 큰집 가족들은 큰딸이 미리 예약한 곳으로, 온가족 속리산 펜션으로 다시 긴 연휴를 마저 보낸다며 가족여행을 떠났다. 연로해서 더 이상의 여행이 무리인 어머니는 우리 가족이 수원으로 모시고 왔다.

강화에서 수원으로 오는 차가 밀릴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그다지 밀리지는 않아 수원까지 편하게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오늘은 온가족이 늦잠을 자며 푹 쉬고 있다. 어머니를 강화에서 수원으로 모시고 온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동안 어머니께서 자식들과 소통하던 폴더 폰이 너무 오래 써서 수명을 다했다.
스마트 폰으로 교환을 하려는데 수원에 사는 자식들과 한 가족으로 묶여있어 저렴하게 폰을 교환하려면, 위임장 및 인감증명서가 필요한데 어머니께서 직접 오시면 간편하다고 통신사에서 얘기하기에 강화에 오신 김에 수원에서 핸드폰도 새로 장만하고 좀 쉬다 가시라고 겸사겸사 모셔온 것이다.

어머니는 스마트 폰이 필요 없다 하시며, 예전의 똑 같은 폴더 폰으로 바꿔달라고 고집 하신다. 그런데 똑 같은 폴더 폰은 단종 되었고 비슷한 폰을 구하는 일이 더 어려워, 큰애는 할머니께 스마트폰의 장점을 연신 설명하고 있다. "할머니! 스마트 폰은요, 폰에다 대고 '둘째 며느리'하고 말씀만 하시면 자동으로 엄마한테 전화가 걸려요. 또 '여섯째 손자' 하고 외치시면 제게 연결이 바로 된 다구요"하니 어머니는 "시끄럽다. 그런 것 다 필요 없고 너희들 전화오면 받기만 하면 된다. 좋은 전화 절대 필요 없다" 하시며 혹시라도 자식들 헛돈들일까 노심초사 하시며, 옛날 폰과 똑같은 폰을 고집하셔서 할 수 없이 연휴가 끝나 통신사 문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연휴는 참 즐거운 연휴였다. 1녀 5남의 온가족이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모였으며, 시집간 큰집의 조카 딸 가족과 시누이 큰아들 가족까지 합해, 삼십명이 훨씬 넘는 대가족이 모여 이불이 부족하고 베게가 없어 맨바닥에서 잤어도 행복하기만 한 명절이었다. 어머니는 이제는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시며 눈시울을 붉혔고, 또 형들은 아직도 공사가 덜 끝난 동생집 앞마당에 새우체통을 옮겨 박고 마당에 시멘트를 사다가 뚝딱 수돗가도 설치해 주고 빗물 저장장치도 마련해 주었다. 마당에 텃밭도 만들었으며 시동생은 내년에 집집마다 감자 한박스씩 보내겠노라 약속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일 잘 못하는 남편이 돌에 손을 찧어 작은 부상이 있었지만, "괜찮아, 허허 기분 좋으니 안 아프구나" 하며 정말 기분 좋아 했다. 남자 조카들 까지 가세해 마당을 완성한 후 남편은 그렇게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기분이 좋았는지 술을 많이 마시고 평소에 하지 않던 속의 말을 많이 하였다. 다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라 어머니까지 참 즐거워 하셨고 강화에서의 밤은 깊어만 갔다.
남자들이 합심해 마당을 만들고 있다

남자들이 합심해 마당을 만들고 있다

 
남자들이 합심해 마당을 만들고 있다

남자들이 합심해 마당을 만들고 있다


저녁 늦게야 완성된 막내네집 앞마당

저녁 늦게야 완성된 막내네집 앞마당


명절을 보내고 수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행복해 하셨다. 우리도 집으로 향하는 막히는 길이 전혀 짜증나지 않고 행복했다. 막히면 다른 도로를 이용하면 그만이고 어느 길이든 "통행료 0원이 결제 되었습니다"라는 음성 메시지를 들으면 또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는 기분이 좋으셨는지 뜬금없이 "혹시 내가 겨울에 죽으면, 막내둥이는 너무 오는데 머니까 오라고 하지 말거라" 하셨다. 아들은 대뜸 " 그런 말씀을 왜 하셔요? 어머니 이제 아무 걱정 없이 오래 오래 사셔야지요!" 하며 어머니께 역정 아닌 역정 투의 말을 하는 것을 보고는 아들의 효심을 읽었다.

올 명절은 오며 가며 통행료가 면제돼 좋아하니 남편과 딸이 "공짜 너무 좋아한다. 머리 빠질라고...." 했지만 나는  "내년 설에도 통행료 면제 되면 더 좋겠다" 하며 공짜 좋아하는 대한민국 대표 주부였다.  
큰돈은 아니지만 서민들에게, 며칠 연휴동안이나마 살림살이 아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 준 정부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국민들의 귀향길을 살펴, 편하게 해주는 따뜻한 배려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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