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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날, 코스모스꽃길을 걷다
2017-10-31 12:59:33최종 업데이트 : 2017-10-31 12:47:32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오늘이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더니 만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길가의 가로수까지 낙엽이 져서 발밑에 밟히는 것이 기분이 묘하다.
올해는 어쩌다보니 단풍구경 한번 못하고 쓸쓸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계절 중에 가을을 가장 좋아해서 가을에 결혼했는데, 어제는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며칠 전 일요일에는 온가족이 함께 집에 있기에, 은근히 결혼기념일 전날을 챙겨 줄줄 알았는데, 기대했던 큰애가 친구 만나고 들어오겠다며 아침 일찍 광교 호수공원으로 나들이를 간다 한다.
속으로 '에구, 이제는 우리 결혼기념일은 우리가 스스로 챙겨야하겠구나' 싶어 마트로 장을 보러 나갔다. 평소에는 수입산 고기를 장바구니에 담았건만, 그날만큼은 왠지 비싼 한우 고기를 장바구니에 담고, 스스로에게 힘내자며 집으로 향했다.
결혼기념일 축하케이크를 받고, 기뻤다

결혼기념일 축하케이크를 받고, 기뻤다


 결혼축하 꽃바구니도 받고보니,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결혼축하 꽃바구니도 받고보니,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늦는다던 큰애가 일부러 일찍 들어와서는 서프라이즈 파티라며, 케이크와 와인을 준비해주어 그야말로 서프라이즈 결혼기념일 파티가 되었다. 자식의 마음 씀씀이에 안 먹어도 배가 불렀건만, 모처럼 내가 산 한우고기와 큰애가 사온 생선회로 푸짐한 저녁상을 차렸다. 한우고기는 비싸게 사서 그런지 입에서 살살 녹았고, 딸애가 사온 모듬 생선회도 싱싱한 것이 먹을만 하였다. 거기에 기분 좋게 와인을 한잔 곁들이니, 가을날 시월의 마지막 주에 최고의 만찬을 하는 행복한 결혼기념일이 되었다.
 
항시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요즘 가을 날 단풍여행 한번 가지 못하는 것이 못내 서운했다. 억지로 시간을 낼 수도 있지만,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작은애와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어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 주변에 단풍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요일 결혼기념일 전야에 딸이 해준 서프라이즈 파티에 그런 마음이 녹았고, 결혼 기념일인 어제는 남편으로부터 꽃바구니 선물도 받았다.
시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친구와 코스모스 꽃길을 걸으며 만추를 흠뻑 느끼고 있다. 속으로 '정말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이구나' 생각된다.
만추 10월의 마지막 날, 코스모스꽃길을 걷다

만추 10월의 마지막 날, 코스모스꽃길을 걷다


 아직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이다

아직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이다

며칠 전 신문에서 "건강검진 결과를 내라, 한달씩 만 등록해라"하면서 노인들을 쫓아내는 사설 수영장이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미끄러져 잇단 골절사고로 보험료가 오르는 등 경영에 부담이 되어, 80세 이상 회원들에게 그만 나오도록 종용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수영장은, 입주민을 위한 것이기에 그런 몹쓸 차별을 당하지 않아 노인들이 이용하기에 좋다. 자꾸 나이 들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사회에서 이런 푸대접을 받아야 한다면 얼마나 서럽겠는가? 인생도 가을 겨울이 깊어 갈수록 스스로를 잘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월도 오늘이 마지막이고 가을도 어느새 끝자락에 와 있고, 가을을 채 느낄 겨를도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그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는 생각이다.
오늘 시월의 마지막 날, 그동안 미처 느끼지 못한 가을의 향취를 코스모스 꽃길과 가로수의 낙엽을 밟으며 마음껏 느끼고 있다. 이제 11월이 지나고 추운 겨울이 오면 또 한해가 갈 것이다. 올 가을에는 욕심 부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에 행복을 느끼며, 나이 들었다고 내쫒기지 않는 단지 내 수영장에서 건강을 챙기자. 이 행복에 감사하며 시월의 마지막 날을 잘 마무리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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