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2017-11-17 19:27:29최종 업데이트 : 2017-11-20 11:00:08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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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었다. 엽서 한 장을 보내기 위해 새로운 동네를 온통 뒤진 경험이 있다. 집으로 배달되어 보고 있는 잡지가 있는데 독자란에 응모하기 위해 오랜만에 엽서를 한 장 부칠 일이 생겼다. 벌써 8년째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우리 동네라면 익히 우체통이 어디 있는지 알기에 쉽게 우체통을 찾아 엽서를 부칠 수 있을 것 같아 아침에 출근하며 부치리라 마음먹고 가방에 넣어둔 채 집을 나섰는데 깜박하고 잊은 채 출근을 해야 했다.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모두들 우체통을 본 적이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결국은 잘 모르겠다는 대답뿐이었다. 한 분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어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기뻐하며 그곳을 달려갔건만 얼마 전에 그곳에 있던 우체통은 없어졌다는 것이다. 속으로 그곳도 아니라면 이제는 엽서 보내는 일을 포기하리라 마음먹고 차가운 늦가을 바람과 낙엽을 헤치며 슬리퍼 차림에 외투도 없이 웅크리며 우체통을 찾아 헤맸다. 다행히도 야쿠르트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 정보가 정확했고 더 이상 추위에 떨며 우체통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정겹고 반갑다. 덩치가 큰 우체통이, 늦가을의 쓸쓸함을 더한다 그날 본 우체통은 보통의 우리 동네 우체통보다 크기가 훨씬 컸으며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을 것 같은 곳에 덩그러니 놓여있어 그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우체통 주변에 가을의 낙엽과 바람이 더해졌다. 곧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손에 꼭 쥐고 간 엽서를 우체통에 미련 없이 넣고 돌아섰다.
요즘 부쩍 점점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 중에 하나가 공중전화 박스와 우체통이다. 학창시절 자칭 문학소녀였던 나는 손편지를 써서 부치는 일을 좋아해 우체통을 자주 찾았다. 아마도 전화기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방학이 되면 매일같이 보던 친구들과 자주 보지 못하는 것이 서운해서 가끔씩 편지도 주고받았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엄청난 에너지 낭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추억이고 지금도 나의 서랍장에는 오래 전의 추억어린 편지지가 쌓여 있다.
그리고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 전화를 걸기위해 동전을 바꿔 전화기 부스 앞에서 앞사람의 전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기도 했고, 크게 들리는 남의 전화 내용을 몰래 귀담아 듣기도 하는 등 그 시절의 추억이 있다. 요즘 공중전화기 부스를 본적이 드물다. 간혹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이미 전화기는 철수되고 전화기 부스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도 본 적이 있다.
세월이 흘러 문명이 발달하고 점점 편리함 속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때로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래도 우리에게 남아있어, 시가 되고 수필이 되고 노래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요즘 새로운 일을 하느라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그동안 듣지 않았던 라디오의 음악방송을 같은 시간에 듣는다. 역시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며 나를 더없이 행복하게 만든다. 많은 것들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또한 새로운 것들이 생기고 있지만 사람의 마음속에서 느끼는 행복은 그렇게 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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