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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따뜻한 겨울을 맞을 수 있을까?
2017-11-29 08:50:42최종 업데이트 : 2017-12-04 15:00:28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창가로 철새들의 행렬이 지나간다. 너무나 많은 철새 때를 눈앞에서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 검은 물체가 차 유리창 밖으로 나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공포스럽기도 했다.

새의 우두머리가 다행히 전신주에 앉았는지 모든 새들이 전신주에 앉는 장면까지만 목격하고, 차신호가 바뀌어 앞으로 전진을 해야 하는 통에 그 뒤의 장면은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새들의 사회에서도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고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나는 몇 년째 겨울이 정말 싫다. 을씨년스러운 날씨 탓만이 아니라, 정말 몸과 마음이 시리고 춥다. 올해는 더더욱 겨울이 춥고 시리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아이가 중등임용고시를 쳤다. 경기권을 지원해서 다행히 권선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보았기에, 작년처럼 군포까지 아침 일찍 가야하는 수고를 덜긴 했지만 시험을 보는 자식만큼이나 긴장 된 하루를 보냈고, 시험이 끝난 일요일에는 수험생 대신에 내가 감기몸살이 와서 꼼짝 못했다. 그래서 어제는 출근을 못했으며 오늘 다행히 간신히 기력을 찾아 출근하는 길에 본 철새 때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한껏 가라앉았다.
날씨만큼이나 수험생을 기다리는 마음이 춥기만하다

날씨만큼이나 수험생을 기다리는 마음이 춥기만하다


날씨만큼이나 수험생을 기다리는 마음이 춥기만하다

날씨만큼이나 수험생을 기다리는 마음이 춥기만하다

아침에 출근하여 차를 한잔 마시는데, 넷째네 조카가 카톡을 보낸다. "큰엄마! 동생이 시험도 잘 마쳤으니, 맘 편하게 좋은 결과 기다리시길 바랄게요"한다. 조카는 덧붙여 12월에 자신의 부모인 넷째 시동생 내외가 안수집사와 권사취임식을 한다며 와서 축복해 달라는 소식을 전했다.

"당연히 가서 축복해 줘야지. 그때 보자꾸나"하고 카톡에 답장을 보냈다.

 

우리 작은애의 사촌언니인 조카는, 먼저 중등임용고시에 합격하고 지금 모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그래도 사촌언니라고 작은애를 챙겨주며, 시험을 앞두고 힘내라는 격려도 아끼지 않은 기특한 조카이다.

그런데 조카의 말처럼 결과의 기다리는 마음이 그렇게 편치만은 않다. 작은애는 토요일 시험을 치렀으니, 그동안 못 만난 친구도 만나고, 2차 시험 계획도 짜야 하건만 엄마가 몸살이 났으니 자신의 탓 인양, 친구와의 약속도 미룬 채 며칠을 엄마 곁을 지키며 약이랑 먹을 것을 챙겨주어 더 빨리 기력을 회복한 것 같다.

 

며칠간 보낸 둘만의 시간동안 둘이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아도 한마음으로, 내년 겨울에는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이 추위와 절박함이 올해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내년 겨울에는 등 따시고 배부른 겨울이 될거야...' 하는 엄마의 눈빛에 딸은 '엄마! 저 때문에 병이 나신 것 알아요. 죄송해요'하는 눈빛을 교환하며, 정말 간절히 합격을 기도하고 있다. 오늘에야 작은애는 친구들을 만난다며 엄마의 병간호에서 해방되어 외출을 했다.

 

올해 한해를 보내며 참 '살면서 이렇게 간절하게 내가 뭘 원해 본적이 있을까?' 할 정도로 작은애를 보면서 마음 졸이는 한해를 보냈다. 작년보다도 더 간절했고 추웠으며 더 이상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아마 그래서 시험이 끝나자마자 내가 몸살이 왔을 지도 모른다. 11월부로 지방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또다시 주말부부가 된 남편은 일요일 저녁에 아픈 나를 두고 집을 떠나야 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지 "그러게 왜 새로운 일은 시작해서 더 힘들게 살아? 우리 중 그래도 제일 힘든 사람은 작은애라는 것을 명심해!"하면서 집을 나섰다.

 

"어려움은 극복하라고 있는 거야!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뭐가 걱정이야?"하며 혼잣말처럼 위로를 한다.

수험장에서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수험생 중 한명이 나이가 꽤나 들어 보이는데 출입문을 나서며 "이 시험은 실력이 아니라 방향이야!" 하며, 상기된 얼굴로 마중 나온 배우자인지 모를 가족에게 하는 말을 상기해 본다.

묘하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 할 수 없는 말인데, 또 밑도 끝도 없는 이 말이 가슴으로 이해가 되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 수험생이 느꼈을 중압감을 우리애도 느낄 것이 라 생각하니, 괜히 아파서 딸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는 자책을 해 본다.

"언젠가는 따뜻한 겨울을 맞을 수 있을 거야!"라고 혼잣말로 큰소리로 되새긴다. 오늘 저녁은 그동안 엄마 병간호해 준 딸애가 좋아하는 한우반찬을 밥상에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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