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낼 모레면, 벌써 한해의 마지막달이라니
2017-11-30 13:17:47최종 업데이트 : 2017-12-04 14:57:30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어제 오후에 퇴근을 하며 아파트 현관 앞 우편함을 열어보니 대한적십자사가 발행한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가 들어있었다. 순간 '아, 벌써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이 되었구나!' 생각하며 달력을 보았다. 이제 12월이다.

 

어렸을 적 성탄절에는 그동안 가지 않던 교회에서 '스쿠루지 영감의 크리스마스' 같은 연극을 보곤 하였던 기억이 있다. '나는 절대 스쿠루지 영감처럼 멍청하게 살지는 않을 거야! 나중에 커서도 돈을 많이 벌어서 기부도 많이 하면서 착한 삶을 살아야지'하며 작은 손을 불끈 쥐며 예배당에서 눈을 꼭 감고 기도를 했었다.

 

어머니가 불교 신자였던 나는 12월만 되면 반짝 크리스찬이 되어 친구 따라 교회에 다니곤 했다. 친구의 어머니는 그런 나를 통해 어머니까지 전도 하고자 성경책도 선물해 주시곤 하여 성경공부도 해 본적이 있다. 아마도 불교 가정에서 자라 기독교 집안에 시집을 와서도 큰 거부감 없었던 이유가, 어렸을 적 12월에만 다녔던 교회와 그 예배당의 종소리를 너무나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결혼 후 첫 시댁의 가족모임에서 가족예배를 드리는데, 나도 모르게 '주기도문'이 입에서 술술 나오는 것이다.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자신은 없지만 전혀 생소하지는 않게, 개미만한 목소리로 시댁 식구들을 따라 읊조리는 내 자신을 보고 놀란 적이 있는데 이것도 12월 교회 신자였던 탓이리라.

 

지금 생각해 보면 해마다 12월만큼은 꽤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학교에서는 불우이웃 성금도 집에 있던 돼지 저금통을 잘라 흔쾌히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나보다 더 불우한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어느 TV방송에서 뉴스를 보니, 해마다 양로원이나 고아원에서는 12월 한 달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방문을 하지만, 정작 신년이 되면 발길이 뚝 끊겨서 더 외롭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아마도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우편함에 꽂힌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

우편함에 꽂힌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

어제 저녁 현관 우편함에 꽂혀있는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를 보았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착하게 살겠다던 순수한 마음은 점점 없어지고, 우선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도 점점 줄어든 것 같아 슬픈 생각도 든다.


이제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12월이다. 더불어 살아야 할 인간사회에서 나중에 후회할 일 없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오늘 다시 한 번 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12월에 내가 할 일들을 메모지에 적는다. 그 중에서 적십자 회비를 납부하기도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직장생활 할 때 인연을 맺었던 고아원도 방문하여 봉사할 것이며, 구세군 냄비에 배를 갈라서 넣을 돼지 저금통은 집에 없지만, 정성껏 새 지폐를 구해 넣으며 나 뿐 만 아니라 이 세상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기도 해 볼 작정이다.

 

그래도 12월 한 달이 남아서 참 다행이다. 나머지 시간을 잘 활용하여 그동안 못한 착한 일도 많이 하며, 이웃과 더불어 춥지만 마음은 훈훈한 마지막 한 달을 잘 보내야겠다.

주변의 고마운 분들께도 인사드리고, 나의 작은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아끼지 않고 봉사할 생각이다. 그래도 내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니, 작년보다는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사랑받고 사랑을 베푸는 2017년을 잘 마무리 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교회당의 종소리가 갑자기 듣고 싶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