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새해엔 상대방을 더 배려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2017-12-26 16:11:49최종 업데이트 : 2017-12-26 16:09:18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어제가 크리스마스였는데 나는 감기 몸살을 앓았다. 며칠 전 아파트에 있는 사우나에 갔는데, 제천에서 발생한 사우나화재 사건으로 다들 안타까워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평소 농담도 잘 안 하는 분인데 "우리 아파트 사우나 시설은 화재의 위험이 거의 없는데도 다른 날보다 오늘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래도 혹시 불이나면 바가지 두 개씩만 들고 얼른 뛰어나가요"라며농담 같은 진담을 한다. 또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을 뉴스로 접했다며 안타까워 한다.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시 사우나건물 화재 사건을 접하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뉴스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건물주나 그곳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화재로부터 그래도 목숨을 건졌는데, 사망한 29명 모두가 그 건물의 손님이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또 민간 청소업체 사다리차가 출동해 3명이나 구조해 냈다는 뉴스도 봤다.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부자가 본인들의 위험을 감수하고 선뜻 사람을 구하는 일에 동참했다고 하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화재시의 열기로 인해 사다리차가 작동을 멈출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사람을 구하는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 때 사우나에 갔을 때 사우나에 자주 오시는 한분이 감기에 걸렸다고 했다. 그분은 한참을 제천 화재사건을 이야기 하며, 서로 먹는 물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내가 감기에 걸려서 혹시 집안 식구들에게 옮기거나 돌봐주는 손자들에게 옮길까봐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집에 가면 모두 내 곁에는 접근금지야. 요즘 감기 옮으면 오래 가는 것 같아. 아마 나도 사우나에서 감기 옮은 것 같아"
 같이 모여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떴고, 나도 머쓱해서 나와서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 있는데, 우리 동에 살고 있는 이웃이 내게로 와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인다, " 아휴 저분, 감기에 걸리셨으면 남들 생각해서 사우나 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녜요? 가족들한테 옮길까봐 사우나 왔다는데 이해가 안가네요, 나도 감기 옮을까봐 걱정이라 얼른 집에 가는 거예요"
그때 나도 앞으로 그런 행동은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감기에 걸려 아파보니 혹시 그때 감기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간다.
새해에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기를 바란다

새해에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기를 바란다

나 역시 나도 모르게 내 위주로 생각하며 살 때가 많다.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 남편과 함께 영화 예매를 하다 보니, 영화관 좌석이 많지 않아 결국 밤 9시30분 상영하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늦는다고 했기에 둘이 나와서 저녁도 해결하고, 밤늦게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이브에 웬 사람들이 그렇게나 극장에 많이 오던지, 차를 주차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간신히 상영시간에 맞게 예매한 좌석에 앉았는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남편은 아예 눈을 감고 잠을 자고 있었다. 내가 꼬집으면 억지로 눈을 떠 보는 척 하다가 도로 눈을 감기에 깨우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데, 큰 애의 전화가 진동으로 울렸다. 받을 수 없어 문자로 "영화관" 하고 보내니, 들어오니 집에 아무도 없다면서 왜 이리 늦은 시간 것을 예매했냐고 한다. 지금 시간은 아빠 주무실 시간이라면서.
이래저래 영화가 무슨 내용인지 잘 집중이 되지 않는데 또 작은 애의 전화가 진동으로 온다. 다시 문자로 "영화관"하고 보내니, 작은애는 "엄마가 콘서트 끝나고 전화 하라고 해서 한 거예요. 지금 끝나고 출발해요"하고 답장이 왔다.

남편이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내와 영화 보러 와서 잠을 자지 않나, 연달아 평소에는 전화로 일일이 보고하지 않던 애들까지 하필이면 그날따라 영화를 보는데 집중하지 못하게 친절하게 보고를 했다.
영화가 끝나자, 자던 남편이 귀신처럼 알고 안 잔척 일어선다. 나는 "이제 다시는 당신하고 영화 보러 안 올 거야!" 하며 성질을 부렸다.

영화를 보고 집에 오자마자, 두 애들이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도 피곤해서 바로 잤는데, 그 다음날 크리스마스에 하루 종일 몸살감기로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생각을 해보니 내가 감기든 것이 그날 사우나에서 옮은 것 같다. 남을 배려하지 않은 그분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나 역시 가뜩이나 초저녁잠이 많은 남편을 밤 12시까지 운전을 시키며, 영화관에서 영화 보며 졸았다고, 타박한 것을 반성했다. 사실 나도 몸이 별로 좋지 않을 때는 사우나에 잘 가는 편이다. 다녀오면 한결 몸이 거뜬해지는 것 같기에...감기를 옮겼다고 원망을 들은 그분처럼 말이다.

새해가 6일 남았다. 2018년 무술년에는 내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며 사는 한해이길 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해를 더할수록 더 배려심이 쌓이고, 마음이 넉넉해지고, 작은 것에도 행복할 줄 안다면 말이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