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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 광교산이 없다면?
수원에 광교산이 없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
2018-06-18 17:11:30최종 업데이트 : 2018-06-18 17:08:29 작성자 : 시민기자   박효숙
오랜만에 일요일 아침 광교산을 찾았다. 그동안 나름대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느라 광교산을 잊고 있었다. 아니 잊고 있었다기보다는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 차일피일 광교산행을 미루다 어제는 큰맘 먹고 가족들과 시간을 내 광교산을 올랐다.
수원에 광교산이 있어 행복하다

수원에 광교산이 있어 행복하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좋은 산이 수원에 있어 참으로 행복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끝에서 느껴지는 피톤치드의 상쾌함과 그늘진 큰 나무 아래의 산행은 땀은 났지만 덥지는 않았다. 또한 산을 오르는 앞사람의 뒤태도 반가웠지만 더 이른 시간 광교산을 올라 이제 막 내려오는 사람들과의 눈인사도 반가웠다.
광교산행길에는 약수터에서 물도 마시고

광교산행길에는 약수터에서 물도 마시고

간혹 아는 사람도 만났지만,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과의 짧은 눈인사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고 체력이 넘치는지 뛰어서 하산하는 이들 중에는 가슴에 '수사맘'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도 있었다.

남편과 나, 그리고 작은애랑 같이 한 광교산행은 참 행복하고 즐거웠다. 작은애는 "'수사맘'이 뭘까?"한다 나는 "아마도 수원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뜻 아닐까?"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애는 요즘 줄여서 말하는 유행어를 내게 신나서 읊어준다. 요즘 청소년들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대화를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여러 재미난 신조어를 알려준다. 나 역시 잘난 척하며 너 "'초품아'가 무슨 말인지 알아? 후후, 모르지? 초등학교를 단지 내에 품은 아파트래"하며 딸의 대화에 지지 않으려 끼어들었다.
 
개인적으로 새해에 광교산에 오른 후 5개월 만에 다시 찾다 보니, 자갈길이 새롭게 단장되어 산길을 걷는데 더욱 편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길과는 다르게 새 단장하여 보수가 된 것을 보고는 호들갑을 떨었더니 거의 매주 광교산을 찾는 남편이 그것은 설치된 지 몇 달이나 되었다며, 그동안 내게 광교산을 가자고 하면 여러 가지 핑계로 따라 나서지 않아 서운했음을 토로한다.
앞사람의 뒤태가 반갑기만하다

앞사람의 뒤태가 반갑기만하다


산행을 마치고 허기진배를 보리밥으로 달래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산행을 마치고 허기진배를 보리밥으로 달래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사실 내게 수원이 전혀 낯 설은 타향인데 30년 가까이 수원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광교산이 있어서다. 수원 곳곳의 광교산행 코스를 꿰고 있고, 광교산보다 더 험한 산은 힘이 너무 들고 더 낮은 산은 운동이 안 되기에 특히 광교산을 사랑하며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 수원에 광교산이 없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고, 상상도 안 되는 일이라며 가족 중에 제일 내가 수원을 사랑하고 광교산을 아낀다는 것을 가족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 광교산을 이렇게 오랜만에 찾으니 광교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언제나 광교산은 반가이 나를 품어주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산행을 게을리 했다는 반성과 함께 역시 가족 간의 대화는 산을 오르며 같이 땀을 흘리며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는 산행이 최고라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부모에게 하지 못했던 자식의 마음도 알 수 있었고, 자식 역시 광교산을 매개체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한층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에 더 좋았다. 그동안 취업준비시험으로 부모와 산행한번 마음 편히 못해 마음 고생했지만 이제는 합격하여 부모님과 떳떳하게 광교산에 오를 수 있어 행복하고, 이제는 자기네들 걱정말고 광교산을 다니시며 부모님 건강이나 챙기시라며 제법 어른스런 말도 놓치지 않고 해 부모를 기쁘게 하니 광교산에 오르길 잘했다는 마음뿐이다.
 
어제는 요즘 자꾸 살이 붙어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며 광교산을 따라 나섰는데, 나 혼자 너무 오랜만이라 힘들다며 엄살을 부리니 결국 광교헬기장에서 하산을 했다. 내려오는 길목에서 보리밥과 곤드레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돌아서며 "살 뺀다고 산에 올라 소비한 칼로리를 보리밥으로 다 보충 했네"하며 투덜거리니, 남편이 "그래도 오랜만에 광교산을 오르며 딸과도 많은 대화를 했으면 행복하지. 보리밥은 금방 소화된다니까! 예전에는 보리밥 먹고 방귀한번 뀌면 또 배고프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보리밥이 건강식이라니..."한다.

나 역시 앞으로 광교산을 더욱 더 사랑할 것이며 광교산이 있는 수원에서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역시 광교산이 없는 수원은 상상조차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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