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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창업을 하면 좋아하는 일로 돈 벌 수 있어요!
대안학교 학부모 공동체로 만나 업(業)을 만든 제로웨이스트숍 재재상점 공동 창업 스토리
2022-10-14 16:07:36최종 업데이트 : 2022-10-14 15:35:3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주영

재재

경기상상캠퍼스에서 바느질하는 재재상점 동지들 (사진 재재상점 제공)



"혼자였으면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세 명이어서 창업이란 걸 할 용기가 생겼지요."


동업을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극구 말리고 본다. 그런 통념을 깨고 함께 하는 모습이 부러운 수원의 여성 창업가들을 만났다 .


재재상점의 대표는 자신을 '쉼표'라는 별칭으로 소개하며 창업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경기상상캠퍼스 입주 단체인 재재상점은 '다시 쓰고, 거듭 쓰다'라는 뜻을 가진 제로 웨이스트숍이다.

 

수원 칠보산 자유학교 학부모인 '쉼표', '랄랄라', '별사탕'은 학교 수익 사업을 위해 모인 작은 학부모 공동체 '작당'에서 인연을 맺었다. '작당'에는 음식을 잘하는 사람, 재봉틀을 다룰 줄 아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등 다양한 손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면 생리대도 만들어 쓰고 음식도 같이 만들어 나누고 마을 사업도 같이 했다. 제로 웨이스트라는 용어도 쓰지 않을 때부터 오랜 시간 함께 친환경적인 활동을 해왔다.
 

'작당' 활동을 하면서 공간이 절실했는데 상가 임대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우연히 세 사람이 상상캠퍼스 그루버(입주단체) 지원을 제안받고 그냥 보러 갔다가 일을 내버렸다.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우리 셋이 한 번 해 볼까?라는 용기가 생겼지요. '작당'에서 마을 사업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지원을 받아서 일을 해보는 건 좋은데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기에는 제약이 있고 영역을 확장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었어요. 상상캠퍼스에 입주하면 저렴한 임대료로 3년을 있을 수 있거든요. 그동안 돈을 못 벌더라도 꿈만 꾸던 것을 원 없이 해보고 3년이 됐을 때 성과가 없으면 흩어지기로 하고 사업자를 낸 거예요. 쉼표가 기꺼이 대표직으로 많은 책임을 맡아 2021년 3월에 함께 창업을 하게 된 거죠." (랄랄라)

 

재재상점 내부

재재상점 내부


창업하고 1년 반 정도 지났는데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했는지 물었다.

직접 만들거나 일부 들여오는 제로 웨이스트 제품 판매 외에도 유치원에서부터 노인복지회관까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외부 기관에서 진행한다.


이들은 월경에 대한 행사를 하고 싶어 상상캠퍼스 연계 사업을 통해 영화도 만들고 연령대 별로 인터뷰, 월경 토크쇼와 전시를 열었다. 이외에도 완경 파티, 초경 파티도 크게 열었다. 그리고 미술하는 '별사탕'이 재능 있는 청소년들이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같이 작업해서 재재상점에 전시 판매할 수 있도록 섹션 하나를 만들었다. 그 친구가 그린 그림으로 굿즈를 제작하고 연말이 되면 전시를 해서 팬들과 함께 토크쇼 형식의 파티를 열기도 했다.

 

"각자 재능도 다르고 성격도 많이 달라요. 그래서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고 의지하고 부탁하면서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어요" 쉼표의 말속에 그동안 함께 한 과정에서 생긴 서로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엿볼 수 있었다.
 

함께 일하다 보면 오해도 하고 일이 많으면 예민해지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잘 해결했다. 누군가 일을 할 때 쉬지도 않고 막 달릴 때면 "너 좀 나갔다 와", "산책하고 와"라고 서로 브레이크를 걸어 준다. 재재상점에서 일하는 방식으로 한 공간 안에서 같이 하는 일이 있고 각자의 영역에서 하는 일이 있다. 바빠서 눈앞에 것만 신경 쓸 때에 안에만 있으면 정체된다며 워크숍 가서 배우라며 북돋아 주는 역할을 랄랄라와 별사탕이 해준다. 혼자 일하면 고민을 혼자 다 감당해야 하는데 나눌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재재상점이 '작당'이라는 커뮤니티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지금도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재재상점을 만들 때 모토가 '자연과 사람에게 이로운 상점이 되는 것'이었어요. 우리가 시장을 개척하고 사업이 커지면 우리처럼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파이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뜨개 장인 할머니와 청소년 작가와 함께 하는 것도 그런 상생의 일환이고요. 그런데 정말 좋았던 건 '작당'에서 함께 활동했던 엄마들이 저희가 나와서 일을 하는 걸 보고 꿈틀거리는 거예요. 모임이 있는데 그분들이 자아실현을 위해 배우러 다니신다고 모임을 못 나오고 계세요. 우리가 돈을 많이 벌어 나눠야지 했는데, 그들 스스로 뭔가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 거죠. '그때 우리가 나오기를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당'이 우리를 많이 도와주었어요. 일이 많으면 도시락을 싸와서 같이 먹으며 포장도 해주고요. 우리가 무엇을 많이 알겠어요. 저희 전공과는 상관없는 일들이고 일상에서 필요한 것들이 업이 된 거잖아요.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랄랄라의 대답은 감사와 뿌듯함이 배여 있었다.


별사탕

재재상점 안에서 별사탕, 랄랄라, 쉼표 (사진 재재상점 제공)

 

기존 커리어를 중단하고 새로운 일을 찾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용기를 못 내는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지 물었다.

 

"나이, 무얼 시작하기에 빠르거나 늦었다 등 사회적 통념들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46세에 시작했는데, 내가 너무 늦었나? 싶어 마음이 조급했어요. 그런데 1년을 일하고 보니 이 나이가 창업하기 좋다고 느껴요. 내가 조금 모른다고 해도 부끄럽지 않고 배울 수도 있는 마음의 평안함이 있어요. 무언가를 일궈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없고 어디 나가도 졸지 않을 수 있는 담대함이 있어요.(웃음) 뒤에서 쫓아와도 느긋하며 앞에 치고 나가도 그 정도는 봐줄 수 있지 하는 여유로움도 있고요." (랄라라)

 

"20, 30대 일 때는 직장도 돈을 따라갔는데, 늦은 나이에 창업을 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있어요. 돈을 벌어서 취미활동에 쓸 생각만 했지,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 못 해봤는데 말이죠." 랄랄라의 이야기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요즘에 창업을 지원해 주는 곳이 많아요. 이전에는 청년층에 지원이 몰려 있었다면 요즘에는 연령대가 넓어졌거든요. 지역마다 창업 지원센터가 있고, 지원해 주는 공간을 찾으면 큰돈 들이지 않고 작게 시작해 볼 수 있어요. 수익도 조금씩 늘어서 월급을 조금씩 가져갑니다. 3~4개월은 도시락 싸서 다니며 일만 하다가 그 이후부터 수익이 났죠."라고 쉼표가 덧붙였다.

 

3년 후 유지가 안 되면 접기로 했는데 수익도 생기고 3년 후를 위한 다른 계획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자 쉼표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늙을 때까지 해보자! 정말 아파서 못할 때까지 평생 같이 가자고 말을 하고 있어요. 싸우지만 말자."

 

세 명이 건강하고 재재상점의 규모가 커지든 현상 유지되든 공간이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면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제로 웨이스트는 환경에 대한 이슈가 시급해서 생겼고 평생을 지속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재재상점

재재상점  (쉼표,별사탕, 랄랄라, 사진 재재상점 제공)

 

마지막으로 각자 자신에게 커뮤니티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작당은 나에게 숨통이에요.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와 완전히 다른 곳이라 처음에는 그 문화에 익숙해지기가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밀접한 공동체거든요. 그런데 커뮤니티는 내가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일, 가치가 맞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대화가 통해서 숨통이 트였어요. 이곳에서 많이 배웠어요. 아이 키우는데도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고 환경 문제에 관한 것도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랄랄라)

 

"제2의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작당이 없었다면 이런 삶을 아예 몰랐을 거예요. 창업의 기회, 배움의 기회 또한 없었을 거고요. 새로운 환경에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고 두드려 보세요. 내가 관심 있는 것들이 누군가도 관심사이고 함께하면 힘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 관심 있는 커뮤니티에 주저하지 말고 문을 두드리세요." (쉼표)

이주영님의 네임카드

재재상점, 여성창업,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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