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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 마음 안에 씨앗이 있다
‘씨드앤그로우’ 가치를 실현하는 꿈과 일에 대한 이야기
2022-10-20 14:45:09최종 업데이트 : 2022-10-20 14:45:0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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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드앤그로우 김민지 대표



누구나 자기만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 민들레처럼 훌훌 날아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씨앗도, 수박을 먹을 때 일일이 뱉어내야 하는 걸리적거리는 씨앗도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세상에서 자기답게 존재한다. 그 씨앗을 발견하고 성장하게 돕는 '씨드앤그로우'의 김민지(40) 대표를 만나 나와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하는 꿈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제가 학생 때 상황이 많이 어려웠어요. 집에서 가장이나 마찬가지였고, 방황했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학비 30만 원이 없어서 여기저기 전화해서 돈 빌리러 다녔거든요. 제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고3 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 같은 청소년들은 없게 해야지. 그게 제 꿈이 되었어요."

 

김대표는 생계를 위해 일하느라 대학도 바로 가지 못했다. 목공 보조로 1년 넘게 일해본 적도 있고, 여기저기 일 자리 있냐고 물어보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일했다고 한다. 오만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겨우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청소년들을 만났는데 한계가 느껴지는 거예요. 마음만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애들은 성장하는데, 저는 마음만 가득하지 멈춰있는 거잖아요. 학습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필요에 의해서 아동학, 교육학을 대학에서 공부하게 됐어요."

 

공부를 시작하고서도 힘든 상황이 많았다. 돈 벌어서 다니기를 반복하고 그 사이 결혼하고 아이 낳고 복학하고 그렇게 10년을 공부해서 겨우 학부를 졸업했다.

 

"계속 힘든 과정 속에 살아왔기 때문에 많이 지쳐 있었고 해소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 상담을 받았어요. 상담사가 그림 그려보라고 하더니 '너 죽고 싶구나?'라고 하더군요. 사람을 찔러서 말 나오게 하는 안 좋은 상담사를 만난 거죠. 그때 20대 초반부터 오래 알고 지낸 분이 상담학 대학원 접수하라며 원서 접수비 7만 원을 주셨어요. 그렇게 대학원에 갔는데 공부도 재미있고 논문을 쓰는 것도 하나도 힘들지 않고 순탄한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새벽 논문을 쓰는데 눈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논문을 중단했다가 최근에 졸업했어요."

 

공부하는 과정에서 성인들,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만나 계속 상담하면서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사느라 바빠서 찾아오지 못하는 것을 알게됐다. 김민지 대표가 하고 싶었던 일은 어려운 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찾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문화로 접근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강하지 않은 방법으로 사람들을 막 찌르기식으로 자극하는 상담사들이 설자리 없도록 하고 싶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조금 조금씩 아이들과 예술교육을 하다가 2017년 '씨드앤그로우'로 이름 짓고 차근차근 꿈에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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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상상캠퍼스 생활1980 건물에 있는 씨드앤그로우 외부



'씨드앤그로우'는 경기상상캠퍼스 입주 단체로 김민지(40), 임정남(44) 부부가 함께 운영한다. 개인과 공동체의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에 가치를 두고 문화 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기획, 일러스트 기반 제품 제작, 디자인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집에서 시작하다가 재작년에 조원동에 사무실을 만들어서 1년 정도 있다가 상상캠퍼스로 입주했어요. 남편(임정남 대표)은 컴퓨터 공학 전공했는데 디자인을 취미처럼 하다가 20년 정도하다 보니 일이 되어 교과서나 학습지 디자인도 해요. 저는 상담과 예술교육을 주로 하고, 모든 일에 디자인이 필요해서 처음에는 남편에게 요청하다 지금은 디자인 작업도 많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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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상상캠퍼스에서 체험부스를 하고 있는 씨드앤그로우



씨드앤그로우는 주로 예술교육을 한다. 김민지 대표는 '누구나 예술가다! 모든 것이 예술의 소재다. 돈이 없어도 예술을 할  수 있다'고 슬로건처럼 말하고 다닌다. 그래서 대부분 사업들도 돈을 많이 안 들이고 재료도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로 한다.

 

"어릴 때 풍족하지 않으니까 선물 하나를 해도 있는 것 안에서 뭔가 만들어내야 했어요. 생각해 보면 그랬기 때문에 지금 예술교육이나 디자인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풍족한 상태였다면 지금처럼 일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결핍이 원동력이었죠."

 

수업 진행은 주로 아동지역센터나 작은 도서관, 돌봄 프로그램이 있는 곳으로 직접 방문한다. 아이들 수업 위주였다가 지금은 여성, 어머님들과도 심리 예술, 심리미술 수업도 한다. 단지 색칠하고 만드는 활동에서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이 나오는 걸 목격하게 된다.

 

성인 대상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는지 물었다. "아주편한병원이라고 알코올 중독자들을 위한 재활시설인데, 그곳에서 환자들을 위해 미술치료를 한 적이 있어요. 가위도 쓰면 안 되고, 제한된 재료를 가지고 미술 치료를 매주하는 거예요. 그런데도 이분들이 달라지는 걸 목격했어요. 후회하고, 울고. '당신이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뭘 하고 싶은가? 딱 하나만 내가 잡을 수 있다면?' 하고 질문했을 때 아내, 가족 얘기를 그렇게 하세요. 가족들이 격리시킨 분들이 대부분인데요. 그걸 경험하면서 성인에게 프로그램 했을 때 그 변화의 힘이 훨씬 크구나를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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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교육, 문화 기획, 디자인을 한다.



씨드앤그로우 시작할 때 용기를 주고 지금도 교류하는 커뮤니티가 있는지 물었다. "임선경(이모티콘 작가)님은 제게 멘토같은 분이신데 씨드앤그로우가 처음 만들어질 때 심리적인 지원도 해주시고 계속 교류하고 있어요. 그리고 수원에서 영상하는 대표님과도 서로서로 알고 관계망이 생겨서 다른 일도 연결되고요. 디자인하는 작가님들과 협업도 하고 조언도 구하고 스터디도 하면서 꾸준히 교류하다 보니 디자인 일도 많아졌어요."

 

관계망 형성이 일을 할 때 필요하고 중요한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같은 지역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가치를 공유할 수 있고 좋은 소스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고 했다. 지역 마켓인 '수문장'에 나가는 것도 판매보다 사람들 사이의 연결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도 놀이교육 강의 요청들이 있는데 제가 다 할 수는 없어요. 오늘도 출근하면서 '강사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씨드앤그로우에서 자체 교육을 해서 강사로 나가시게 할 수도 있고요. 중년 분들을 위한 재취업이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을 드릴 수도 있겠다. 자격을 보유한 여성들 중 육아로 일을 멈춘 분들과 함께 해도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요. 또, 봉사를 하고 싶다거나 경험 쌓고 싶은 분들에게도 소정의 사례비 드리면서 일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김민지

인터뷰 중 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씨드앤그로우' 김민지 대표



김민지 대표는 꿈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나 같은 청소년이 없게 하겠다고 고등학교 때 품었던 꿈을 위해 청소년들을 만나는 현장에서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꿈에 한 걸음 성큼 다가간 때가 언제였는지 물었다.

 

"상상캠퍼스 들어오기 전이였어요. 어떤 상담 단체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갔다가 상담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조금 힘든 아이들 만나고 싶다. 그런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 들어주고 싶고 조금이라도 건강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들을 하는 게 제 꿈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 상담사가 '선생님은 그 꿈을 이룰 수 없을 거예요' 라고 말하는 거예요. 마음이 무너지고 '너는 꿈을 꿀 수 없어' 그 말이 진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죠. 꿈만 보며 지금까지 왔는데. 막연하게 마흔이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나이라 생각했고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려 했거든요. 항상 저한테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말을 해주시는 멘토께 전화를 걸었어요. '무슨 상관이야. 그런 말 듣지도 마' 하고 가볍게 쳐버리시는 거예요. 그 말에 누구도 내 꿈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바로 지역 안에 있는 공모사업들을 다 찾기 시작하고 적극적으로 해 나가기 시작했어요. 2020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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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을 위한 미술심리 수업



다시 일을 찾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하자 작은 한 번의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내 안의 것들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한 사람이라도 볼 수 있도록 꺼내 놓아보는 일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요리사 자격증이 없어도 몇 십 년 밥해 먹인 경험이 있는데 그걸 가지고도 뭔가 시도 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기관과의 협력도 필요하겠지만, 지금만큼 나를 꺼내어 일을 만들기에 좋은 때가 없는 것 같아요. 아주 작은 성공의 경험을 하라고 말하거든요. 자기 재능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여성들 미술심리 수업을 하는데 처음에는 이분들이 '내가 뭘 할 줄 안다고' 하다가 점점 언어가 달라져요. '어떻게 만들지?'라고 했다가 '내가 만든 게 뿌듯하고, 이걸 잘 한다고 생각해요'라는 말을 하게 돼요. 색칠을 하면서 자기 삶에 대한 것들을 꺼내볼 때 '아 내가 뭔가 했던 사람이구나'라는 걸로 다시 시작하시더라고요. 그 한 번의 생각이든 경험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충분히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들려 달라고 했다.

"누구나 꿈을 꿀 수 있고, 저 역시 함께 꿈 꿀 사람들이 필요해요. 혼자서 꿈을 이룰 수는 없을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때로는 그게 두려움이거든요. 함께 꿈꿀 지원자들이 필요해요. 같이 꿈을 꾸면 좋겠어요."

이주영님의 네임카드

씨드앤그로우, 여성창업, 커뮤니티,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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