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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상생의 길을 찾아서
수원시립미술관 현대미술 기획전 '어떤 Norm(all)'
2023-05-16 11:08:36최종 업데이트 : 2023-05-15 22:57:03 작성자 : 시민기자   박정민
수원시립미술관 현대미술 기획전 '어떤 Norm(all)'

수원시립미술관 현대미술 기획전 '어떤 Norm(all)'


수원시립미술관에서는 4월 18일부터 '어떤 Norm(all)'이라는 제목으로 현대미술 기획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 기자는 지난 주말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수원 팔달구의 수원시립미술관을 방문하였다.

현대미술은 소위 '불친절한 미술'로 불리며 어렵다고 여겨진다. 실제로 가서 보니 스스로 감상하기에는 작품이 상당히 난해하여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도슨트(전시해설) 투어에 참여하였다. 송원선 해설사는 "현대미술이 많이 어려운데, 이번 해설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 참고로 이번 전시에 대한 공부를 했는데도 아직 초반이라 해설이 서툴다. 이해해 주면 좋겠다."라며 웃으며 말했다.

전시 제목인 '어떤 Norm(all)'은 '정상적인'이라는 영어 단어이다. 우리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과 '정상 가족'이라는 개념에 물음표를 던지고, 정상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가족에 대한 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과거부터 가족은 혼인과 혈연으로 이루어진 집단을 의미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1인 가구, 동거, 한부모가정, 미혼부모, 비혼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그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반적인 형태의 가족만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법과 제도가 남아있고, 사람들의 관념에도 잔존한다. 

제1부 <지극히 정상적인> 전시공간

제1부 <지극히 정상적인> 전시공간


전시는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지극히 정상적인>. 정상가족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이지만, 그것이 그 명칭만큼이나 반드시 정상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1부 전시 공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웹아티스트그룹 장영혜중공업의 '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라는 제목의 영상 작품이다. 하얀 스크린에 한국어와 영어로 텍스트가 나오는 흑백 비디오이다.

가족 간의 화기애애한 식사자리로 시작했다가 말다툼이 일어나고, 결국 폭력까지 발생하는 일련의 과정이 텍스트로 빠르게 지나간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를 갖고 있다"로 시작하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 첫머리에서 작품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가정마다 불행의 원인은 비슷하고, 정상가족 이면의 불화와 가정 폭력 등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반대편 벽에는 꽤나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세 여성의 사진이 걸려있다. 박영숙 작가의 '미친년들'이다. 작품만큼이나 제목도 강렬하다. '미친년'은 여성을 구속하고 착취하는 가부장제 중심의 정상가족에서 주체성을 상실한, 규범 밖의 여성들을 의미한다. 작가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고, 남성주의가 팽배한 사회에 반기를 드는 작품을 주로 했다고 한다.
 
문지영 작가 '100개의 마음'

문지영 작가 '100개의 마음'


제2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에서는 정상으로 분류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 집단의 모습을 보여준다. 2부 공간에 들어오면 바로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바닥에 그릇들이 가득 놓아져 있는 문지영 작가의 '100개의 마음'이다. 시각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는 작가의 동생을 위해 어머니는 늘 빌고 기도했다고 한다. 이러한 마음을 정안수라는 개념으로 작품에 가지고 왔다.

어머니는 절이든 교회든 그 어느 곳이든 동생이 정상이 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래서 집에도 마리아상과 불상이 공존했고, 주말만 되면 절에 가던 가족의 모습이 '엄마의 신전'이라는 회화 연작들로 표현되었다. 종교에 의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약자의 현실을 보여주고, 장애가 나아야만 하는 것으로 만드는 정상성이라는 높은 벽을 실감하게 한다. 해설사의 이야기에 따르면 작가의 어머니는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선생님이셨다고 한다.
 
이은새 작가 작품 설명 중인 해설사

이은새 작가 작품 설명 중인 해설사


2부 공간에는 거칠고 강하고 과감한 터치의 회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은새 작가의 작품이다. 87년생의 젊은 작가지만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하는 등 활동이 왕성하다. 작가는 처음에 은은하고 조용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어느 날 물수제비 뜨는 것을 보고 작은 조약돌이 잔잔한 물에 파장을 만들고 나아가 파도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본인의 그림 하나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되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화풍이 바뀌었단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들도 1인 가구, 한부모 가족, 반려동물이 구성원인 가족, 비혼을 유지하는 가족 등을 주인공으로 그린 작품들이다.
마지막 제3부 <가족을 넘어>에서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포용하고 다른 생명체와의 공존까지도 도모한다.

안가영 작가의 '히온의 아이들'은 오직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든 영상 작품이다. 가상의 외계행성 '히온'에서 인류는 그곳에 살고 있던 AI 로봇과 공존하는 방안을 찾는다. 작가가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방황하던 때 컴퓨터 게임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 때의 경험이 상상력 가득한 영상 작품과 게임 작품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김용관 작가 '무지개 반사'

김용관 작가 '무지개 반사'


이번 전시의 마지막 작품은 김용관 작가의 설치 작품 '무지개 반사'이다. 무지개에는 7가지 색깔이 이닌 헤아릴수없는 많은 색깔이 담겨있어 무지개는 다양성을 표현하고 동성애를 포용하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작가는 미술관이 관람객과 상호소통하며 다양성을 포용하는 공간이 되길 희망했다. 이 작품은 무지개라는 의미 뿐 아니라 형태에 있어서도 유연함을 표현했는데, 작가는 원래 아모레퍼시픽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었던 무지개 반사 모듈을 수원시립미술관으로 가져와서 다시 조립했다고 한다.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1시간 가량 전시 해설을 진행하던 해설사는 "나도 나이가 있다보니 전통적인 사회 관념이 박혀있어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솔직히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 전시를 준비하고 공부하면서 존재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임을 믿는다. 여러분도 이번 전시를 통해서 가족과 사회의 다양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마지막으로 덧붙였고, 해설을 함께 했던 관람객들의 박수와 함께 해설이 마무리되었다.

남편과 함께 미술관을 방문한 시민은 "혼자 감상했으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뻔 했는데, 해설을 듣고 작품을 감상하니 작품의 의미도 이해되고, 작품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획전 '어떤 Norm(all)'은 오는 8월 20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하며 전시 해설은 11시, 14시, 16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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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SUMA, 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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