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명의 수원시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발달장애인 보호고용시설 ‘작은행동 한사랑' 이영설 원장을 만나다
2024-01-24 09:55:39최종 업데이트 : 2024-01-26 11:02:32 작성자 : 시민기자 이세정
|
사)작은행동 한사랑에 모인 근로장애인
사단법인 작은행동 한사랑은 수원시 영화동에 있는 발달장애인 보호고용 시설이다. 이곳은 「장애인복지법」에 의하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속하고 세부 분류로는 '장애인 보호작업장'이다. 이 시설의 기능은 두 가지다. 첫째는 직업 능력이 낮은 장애인에게 직업재활 훈련을 실시하는 일이고, 둘째는 보호가 가능한 조건에서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인격체로서 이들의 자립 능력을 높이고, 경쟁적 고용시장으로 진출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청룡의 해 첫 달 16일에 시설의 운영책임자인 이영설 원장을 만났다.
o 발달장애인의 자립이란 어떤 의미인가 - 발달장애인(이하 장애인)이 어떤 도움도 없이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완전한 자립에 도달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자립화'라고 표현해야 옳다. 전에는 혼자서 할 수 없었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가되,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상태로 발전해나가는 것이 '자립화'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o 자립능력을 갖춰나가는 변화가 있다면 -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사용하는 어휘력이 늘고, 장애인 상호 간, 장애인-교사 간 의사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이다. 인사와 웃음도 많아졌다. 이곳도 하나의 공동체이므로 사회화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증거로 봐도 좋을 것이다. 가정에서도 표정이 밝아졌다고 한다. 부모님들의 야단이 부쩍 줄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밥상의 반찬이 달라졌다고 자랑하는 분들도 있다.(웃음)
o 자립능력을 높이기 위해 시설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 첫째는 인성훈련이다. 훈련 프로그램으로 '나혼자 산다, 꿈이루기, 의사소통, 디지털 배움터, 합창, 마술, 음악 치료, 텃밭' 등이 있다. 둘째는 직업재활 훈련이다. 이들은 시설 내에서는 수공예카드 제작, 마스크 제조, 건축자재 임가공 등의 작업을 하고, 외부에서는 용역 의뢰를 받아 공공기관 시설, 취약가정 주택의 방역소독과 청소를 실시하고 있다.
o 인성훈련 중 '나혼자 산다'는 어떤 것인지 - 장애인이 행궁동 상가에 가서 직접 물건을 사거나 카페에 들어가서 음료수를 주문하고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비장애인에게는 쉽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병만족의 정글의 법칙'만큼 어려운 일이다. 물론, 교사나 근로지원인(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인건비 지원인력)이 그룹별로 한 명씩 동행하지만, 최대한 혼자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방과 후나 휴일에 가정 주변이나 행궁동에서 혼자 쇼핑을 하고 카페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o 제조상품이나 용역의 판로는 어떠한지 - 수공예 카드는 헌법재판소 연하장, 수원시 노인 생신 축하카드 등 몇몇 공공기관에 정기적으로 납품하고 있고, 건축자재 제조업체에서 가공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수요가 늘었던 마스크 제조기를 들여놨는데 지금은 위기상황이 해제되어 수입이 크게 줄었다. 청소·방역 소독의 경우, 수원시 자원봉사센터, 수원시휴먼서비스센터, 연무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의 요청으로 취약가정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밖에 공공기관 청사의 청소·방역을 실시하는 때도 있다. 이 사업소득과 기부금으로 근로장애인의 임금을 지급하는데 요즘 경기불황으로 판매가 여의치 않아 어려움이 있다. 사업소득과 기부금을 늘리고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행히 수원시가 교사 인건비와 시설운영비를 지원해주는 덕분에 특별한 문제없이 운영하고 있다.
사)작은행동 한사랑 근로 장애인이 이 카드를 제작했다.
- 정원은 직업훈련생 12명, 근로자 25명 등 총 37명이다. 2012년까지는 정원이 20명이었다가 2013년부터는 37명으로 늘었다. 훈련생에게는 시와 도의 보조금과 시설예산으로 월 17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근로자에게는 앞서 말한 대로 시설 예산으로 지급하는데 월평균 60만 원 정도다. 사)작은행동 한사랑에 모인 근로장애인
안전보건 경영시스템 인증서 (ISO45001)
- 여러 사례가 있다. 정ㅇㅇ 씨의 경우, 우리 시설에서 7년간 근무하다가 2022년 5월에 삼성표준사업장으로 전이(전근)를 했다.
o 이 시설만의 자랑할 만한 사항이 있는지 - 3개 그룹으로 나눠 장애인 1명씩 팀장을 지정했다. 팀장이 각 구성원들을 꼼꼼하게 돌볼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견을 교사나 나에게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의사소통 및 리더십, 자치활동 학습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장애인들끼리 팀장을 선출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o 지난해 11월 수원시가 '제1회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 행사의 의미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기획하면 좋을지 의견을 준다면 - 수원시가 처음으로 발달장애인 복지와 재활을 정책 어젠다로 채택한 것이라고 본다. 이번 행사는 발달장애인이 공적 장소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계기가 되었으며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다. 지속적으로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기를 수원특례시와 의회에 건의한다. 지난해에는 참석자가 장애인, 가족, 시설 관계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부터는 비장애인들의 참여를 늘려 범시민적 관심을 넓혀나갔으면 한다. 그룹별(시설별) 활동 과제 발표, 개인 연설, 직능기술 시연 등의 테마도 포함되면 좋겠다.
o 법인의 캐치프레이즈가 "5000명의 장애인에게 일자리를"인데, 청룡의 해인 2024년 계획과 정책 건의가 있다면 - 악기연주와 농구 등 운동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커피숍도 창업하는 등 수익을 늘려 장애인의 재활능력을 높이고, 임금도 올리도록 노력하겠다. 장애인의 근로능력과 시설의 판촉활동의 한계로 수익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법위반은 아니지만, 발달장애인도 인격체로서 근로권을 존중해야 하므로 최소한 최저임금은 지급돼야 한다고 본다. 국가에서 최저 임금의 부족분을 지원하는 방안(근로장애인 보충급여 지원)을 모색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루속히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영설 원장(왼쪽에서 다섯번째)과 직원들(사진 제공 작은행동한사랑)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