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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효과성’ 김결수 개인전, 예술공간 아름에서 열려
무익하고 무용한 노동에 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서사 담아
2024-07-26 08:10:36최종 업데이트 : 2024-07-26 08:10:3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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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결수 作 'Labor & Effectiveness', 예술공간 아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예술공간 아름에서 김결수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김결수 작가는 삶을 규정하는 중요 개념으로 '노동'을 언급한다. '노동은 무용한 것인가, 유용한 것인가?' '노동의 결과는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주목한다.

예술공간 아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짝이는 은색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가운데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작품은 버려진 캔을 일일이 펼쳐 뒤집어 박아 놓은 형태다. 노랑, 파랑, 빨강, 초록색의 가느다란 선들이 끝나는 지점과 시작점이 맞닿아 있는 옷의 솔기처럼 얼기설기 이어져 있다. 캔버스 3개에 빼곡하게 박힌 캔은 낡고 버려진 무용한 것에서 유용함의 가치를 찾아준다. 폐품이나 일용품을 비롯하여 여러 물체를 한데 모아 미술작품을 제작하는 기법을 두고 '아상블라주assemblage'라고 한다. '정크 아트Junk Art'가 이 개념에 속한다. 김결수 작가의 무수히 많은 캔은 몬드리안의 '나무'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이들이 직접 만든 '미로 찾기 놀이' 같이 보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중섭 작가가 살아 있었다면 이 넓은 은박에 자신의 아이들을 더 크게 새겨 넣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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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결수 作 'Labor & Effectiveness', 예술공간 아름


두 번째는 캔의 위, 아래에 붙어 있던 뚜껑과 바닥 부분을 프레스기로 눌러 만든 작품을 볼 수 있다. 마치 은박으로 만들어진 장미 모양의 곽티슈를 위에서 바라본 모양처럼 보인다. 흰색 부분에 문구가 적혀 있어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이 역시 버려진 상표 같은 것을 붙여 놓은 것이다.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들을 모아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김결수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이는 버려진 도자기 파편을 모아 '번역된 도자기'라는 이름을 붙여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이수경 작가를 떠올리게 한다. 세상에서 쓸모를 다한 것들을 모아 그 쓸모를 다시 입혀주는 작업을 통해 무용한 것의 유용한 가치를 일깨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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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결수 作 'Labor & Effectiveness', 예술공간 아름


세 번째는 처음에 시선을 끌었던 첫 작품보다 더 큰 작품이다. 네 개의 캔버스 위에 반쪽은 버려진 캔의 껍데기를 뒤집어 박아 놓은 형태, 절반은 그 위에 무수히 많은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1950년대 부산의 모습 같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 노트를 인용해 본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가?"

작가는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존재론적 질문을 예술의 진리로 본다. 역사적 현실 인식과 실천 논리로 '한국의 집=노동'으로 규정한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설치와 영상으로 보여준다. '하나'의 세계, 태초의 우주이자 만물의 뿌리, 공통으로 일원성을 상징하는 '집'의 궁극적인 실체에 생명과 죽음을 맞이하는 한국인만의 주술적 의식을 축조된 집에서 언어로 찾는 것이다. 오래된 집을, 기억을, 향수를, 그리움을 불러오고 싶은지도 모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자연환경에서 인생의 허무함과 죽음을 오래된 집에 대한 그리움으로 치유하고, 여기에 노동을 투사하면서 우리네 집의 사연과 사건들, 집에 대한 감정의 옮겨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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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결수 作, 예술공간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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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간 아름 전시 전경


이렇듯 김결수 작가의 언어로 지어진 집을 통해 나고 자란 집에 대한 향수를 다시 한 번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다. 작품 앞에 놓인 쓰임을 다한 재봉틀 역시 그 시절의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첫 시작은 늘 엄마에게서 시작하는 것 아닐까. 한 집에 사는 가족들을 얼기설기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돌아갈 곳이 되어주었던 엄마. 수많은 집과 함께 무용하게 버려져 놓인 재봉틀이 유용했을 어느 시절을 상기시킨다. 

이 밖에도 '볏단'의 설치와 영상 작품을 통해 "노동의 집약체"를 보여준다. 과거의 먹고 사는 과정에서 '벼'를 빼고 설명할 수 없듯이 그 안에서 필요한 '노동'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가족과 연결되고 가족은 다시 집으로 이어진다. 결국, 김결수 작가는 가족의 삶이 집약된 공간인 집에 관한 이야기,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가족의 역사에 대해 집의 형태를 빌어 전달하고 있다. 굵은 테두리만 남아 오히려 전달력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김결수 작가의 작품을 통해 내 가족의 역사에 대해 느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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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결수 作 'Labor & Effectiveness', 영상 작품, 예술공간 아름


김결수 작가는 경북 칠곡 출생으로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서 34회 개인전을 열었다. 노동 그 자체를 예술에 대한 개념적 서술로 만든 작업으로 2024 베니스비엔날레 60주년 특별전에 참가했다. 그 외에 대구미술관, 2018 평창올림픽, 세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여수국제현대미술제 등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몽골 등 해외 전시에 400여 회 초대 출품했다. '노동과 효과'라는 주제로 삶의 주변부에서 발견한 사물을 통해 삶을 통찰해 나가는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는 2024년 7월 13일부터 7월 26일까지 행궁동 예술공간 아름에서 열린다. 

김결수 작가 <노동과 효과성>
• 전시일시: 2024년 7월 13일(토)~26일(금)
• 전시장소: 예술공간 아름(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4 2층)
• 운영시간: 14:00~19:00
• 전시문의: 0507-1357-9654
김상래님의 네임카드

김결수, 예술공간아름, 행궁동갈만한곳, 수원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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