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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쓸 수 있는 제도지만, 여전히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
‘소규모 사업장 육아휴직 현황과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열려
2025-11-10 10:49:18최종 업데이트 : 2025-11-10 10:49:15 작성자 : 시민기자   허지운

두번째 발제 - 소규모 사업장 모부성권 실태

소규모 사업장 모부성권 실태(상담 통계와 사례, 세미나를 중심으로)


아기가 태어나면 세상이 잠시 멈춘다. 기쁨과 설렘이 밀려오지만, 동시에 한쪽에서는 걱정이 고개를 든다. "이제 누가 돌보지?" 그 질문의 무게는 대체로 한 사람, '엄마'에게로 향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육아휴직이라고 하면 '여성'을 먼저 떠올린다. 출산과 돌봄이 자연스레 여성의 몫이라 여겨지는 사회, 그 익숙한 장면이 지금도 우리 일터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육아휴직 제도의 본래 취지는 다르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보호막이 아니라, 모든 부모가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사회를 위한 약속이다. 

지난 11월 7일 오후, '소규모 사업장 육아휴직 현황과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수원시홍재복지타운 4층 교육장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소규모 사업장의 육아휴직 실태와 실질적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정형옥 경기도 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이 '경기도 중소기업 육아휴직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오유진 수원시여성노동자복지센터장이 최근 3년간 세미나 결과와 모˙부성권 상담 현황을 공유했다. 토론에는 김두리 안산시여성노동자복지센터장, 김서룡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공인노무사를 비롯해 사업장 인사담당자와 육아휴직 제도 이용 경험이 있는 노동자가 참여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했다.  

경기도의 육아휴직자는 최근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제도가 점차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업장 규모에 따른 이용 격차가 뚜렷하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주로 도·소매업, 10~30인 미만은 보건·사회복지업과 제조업이 많다. 인력 여유가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제도 활용이 쉽지 않다. 출산 이후 복귀를 전제로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인력 공백이나 업무 부담이 커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로 확산된다.

 

정형옥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육아휴직 제도는 법적으로는 잘 갖춰져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근로자가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해 불안해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실질적인 정보 전달과 홍보에 더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려면 기본적인 근로환경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육아휴직 제도의 개선 과정에서 남성의 참여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이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 자체가 여성 중심적으로 인식되는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제도 홍보와 정책 언어가 주로 '여성 근로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인식을 강하게 한다.

 

토론회에서는 스웨덴의 사례도 언급됐다. 스웨덴은 남성 육아휴직 참여율이 90%를 넘는다. "스웨덴처럼 남성의 육아휴직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려면, 제도보다 먼저 성 평등 의식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30%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눈치가 보인다."는 목소리가 많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거나 "일 욕심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등 직장 내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이러한 문화가 제도의 실질적 활용을 가로막고 있다.

 

오유진 수원시여성노동자복지센터장은 상담 통계와 사례를 통해서  "직원이 몇 명 안 되는 사업장에서는 한 사람의 공백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복귀 후 다시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눈치'와 '부담'이 쌓이면서 제도가 있어도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라며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적인 대안으로 ▲대체인력 지원 시스템 강화 ▲지자체 차원의 인력 매칭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주 인센티브 및 세제 혜택 확대 ▲인수인계 기간 중 중복고용 지원금 상향 ▲복귀자 멘토링과 심리상담 프로그램 운영 등을 제시했다.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보는 작은 사업장 모부성보호제도 개선 방안 토론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보는 작은 사업장 모부성보호제도 개선 방안 토론


참석자들은 "좋은 제도도 현장에서 나쁜 경험으로 끝나면 소용이 없다"며 제도적 장치는 충분하지만, 실제 활용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와 지자체의 협력 아래 지속적인 교육, 홍보,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동자 중심의 정책 홍보가 오히려 사업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현실도 논의되었다. "노동자와 사업주 모두가 제도의 이점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한쪽만을 대상으로 한 홍보는 오히려 반발심을 키울 수 있다. 이를 위해 행정 절차 간소화, 업무 디지털화, 담당자 교육 강화 등 실질적인 행정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소규모 사업장 육아휴직 현황과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자료

'소규모 사업장 육아휴직 현황과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

 

육아휴직은 단순히 한 사람의 '휴가'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돌봄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제도에서 문화로, 권리에서 신뢰로 나아가는 변화의 시작은 바로 오늘과 같은 대화 속에서 자라난다. 육아휴직을 쓸 경우 그 자리를 함께 메워주는 동료의 마음, 부담을 나누려는 조직의 태도, 그리고 이를 응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육아휴직이 '당연한 권리'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일과 돌봄이 조화를 이루는 진정한 사회적 평등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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