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수원광교박물관에서 이것만은 놓치지 마세요
2층 소강실에 ‘쏙쏙 고쳐방’과 ‘남북한 선수 사인이 있는 탁구채’
2025-12-09 10:09:19최종 업데이트 : 2025-12-09 10:09:15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쏙쏙 고쳐방'. 훼손된 유물을 과학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쏙쏙 고쳐방'. 훼손된 유물을 과학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수원광교박물관 상설 전시실에 새로운 방이 들어섰다. 2층 소강실 출구에 '쏙쏙 고쳐방'이다. 보존과학 전시실은 보존과학과 예방보존 설명, 보존처리 도구와 재료, 의복 전시 그리고 연간 보존 처리 성과 사례 소개 3부로 구성했다. 보존과학 개념과 도구 재료와 복원 절차를 관람객이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어렵고 딱딱한 과학을 '쏙쏙 고쳐방'이라는 다정한 이름으로 11월 18일부터 설명하고 있다. 

  박물관 유물은 오랜 세월을 건너오며 스스로 낡아간다. 손때가 묻고 비에 젖고, 바람과 흙에 눌리어 아무 말도 못 하고 훼손된다. 그러다가 우리 손에 올 때는 본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나타난다. 수원광교박물관의 '쏙쏙 고쳐방'은 이렇게 잃어버린 기억에 귀를 기울이는 작업을 안내하는 공간이다. 

보존처리를 과정별로 안내하고 있다.

보존처리를 과정별로 안내하고 있다.


  이 방은 박물관의 숨은 직업인 보존 과학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보존과학이 유물을 어떻게 고치고 보호하는지 과정을 소개한다. 그들은 눈에 잘 띄지 않던 작은 금, 바래진 색, 세월이 남긴 균열 하나하나를 살리고 돌본다. 한마디로 사라질 뻔한 역사의 숨결을 붙잡는 작은 응급실 의사다. 

  송영의 학예연구사는 "유물이 온전하게 좋은 상태로 넘어올 경우가 있지만, 보관 상태가 좋지 않은 과정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 박물관은 이런 유물을 복원해서 후대에 넘겨줘야 하는 사명도 있다. 이때 복원과 보존처리를 하는데, 이런 노력의 과정을 관람객에게 알려 주는 코너다. 이런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유물에 대한 인식과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공간을 보고 1층 광교 지역 출토물을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한 조각의 토기와 한 개의 비문이 어떻게 새로운 숨을 되찾는지 상상이 간다. 보존 과학자의 섬세한 손끝으로 우리 앞에 온 것이다. 흐린 종이 위에 그림은 현미경 아래서 모습을 드러내고, 이름 모를 기와 조각은 수많은 붓질에 몸집을 드러낸다. 이런 노력으로 관람객은 유물이 품고 있는 시간 여행을 편안하게 떠난다. 결국 우리가 마주하는 유물은 단순한 시간의 기억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로 부지런히 이어온 작은 보살핌의 연속이라는 것을 느낀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기념물. 새로 도입한 예비문화유산 제도에 의한 최초 지정이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기념물. 새로 도입한 예비문화유산 제도에 의한 최초 지정이다.


  2층 소강실은 한 사람의 삶이 곧 역사가 되는 방이다. 소강은 민관식 호다. 민관식(1918–2006)은 정치인·교육행정가·체육행정가로서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다. 즉 이 방은 그는 평생 남겼던 것 유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시실이다.

  이 방은 개인 기증유물이지만, 자료는 한국 근대 정치·교육·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기록이다. 그는 수원고등농림학교(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서 청운의 꿈을 키웠다. 이런 인연으로 방대하고 귀중한 자료를 수원에 기증했다. 

  그는 문교부장관, 대한체육회장, 5선 국회의원으로 다양하고 화려한 활동을 했다. 특히 1964년부터 1971년 대한체육회장으로 약 8년간 재임했다. 이때 업적이 뛰어나 한국스포츠 근대화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가 이룬 업적 중에 태릉선수촌 건립이 있다. 이로 인해 한국스포츠가 선진화되고, 세계와 당당히 경쟁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역대 올림픽 참가와 성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기록과 관련 유물도 볼 수 있다. 1936년 손기정이 올림픽 마라톤 우승 당시 받았던 청동 투구(복제)와 아시아의 물개로 불리던 수영선수 조오련의 각종 대회 입상 메달도 전시돼 있다.

상설설 전시장 소강실은 체육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상설설 전시장 소강실은 체육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제41차(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관련 기념 유물로 탁구채와 페넌트가 있다. 이는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였는데, 이때 남과 북이 최초로 단일팀을 만들어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탁구채에는 남북 선수단 전원의 서명이 담겼고, 삼각 모양의 페넌트에는 'KOREA'와 한반도기가 새겨져 있다. 한반도기는 이후 남북단일팀의 상징으로 쓰였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현정화와 북한 이분희 선수가 활약해 여자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소강실 유물이 모두 소중하지만,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기념물이 예비문화유산 선정 목록에 포함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됐다. 국가유산청에서 새로 도입한 예비문화유산 제도에 의한 최초 지정이다. 근현대 문화유산은 50년 이상이 지난 후에만 등록 대상으로 검토한다. 50년이 지나지 않은 근현대문화 유산도 장래 등록문화 유산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것은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해 관리한다. 

광교박물관 전경.

광교박물관 전경.


  이번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메달과 증서, 1987년 민주화운동 중 서거한 이한열 열사 유품, 88 서울 올림픽 굴렁쇠와 의상 스케치 기념물 등도 사상 첫 예비문화유산이 됐다.

  예비문화유산 지정은 우리 수원시 자랑이 된다. 한편 책임감도 무거워졌다. 유산의 훼손과 멸실을 막고 미래 국가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 관람객은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박물관에서 기념 유물에 얽혀 있는 가치를 공유하고 새기는 즐거움이 기다린다.

 
윤재열님의 네임카드

수원광교박물관, 남북단일팀, 고쳐방, 유물, 탁구, 예비문화유산, 윤재열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