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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커피’
20대백수일상 자조적 언어로 흥얼...'인디계의 서태지' 장기하의 세상보기
2009-04-24 14:01:36최종 업데이트 : 2009-04-24 14:01:36 작성자 : 시민기자   현은미

'싸구려 커피'_1
'싸구려 커피'_1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이제는 아무렇지 않어/바퀴벌레 한 마리쯤 슥 지나가도/무거운 매일 아침엔/다만 그저 약간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 본다/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 쉬기가 쉽질 않다/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중에서)

언젠가는 20대가 이런 노래를 할 줄 알았다. 20대 백수의 일상을 자조적 언어로 건조하게 표현한 이 노래를 듣다 그냥 '퍽' 뒤통수를 맞은 듯 아려왔다. 비쩍 마른 청년이 몇 명의 밴드와 거의 말하듯 흥얼대는 이 노래는 최근 '2009 한국대중음악상'3관왕을 차지한 '싸구려 커피'. 흔히 젊은층의 '대세'로 통한다.

제목이 암시하듯 노래 가사 역시 그야말로 심상찮다. "바퀴벌레 한 마리쯤 슥 지나가도 괜찮다"는 청년은 "뭐 한 몇 년간 세숫대야에 고여 있는 물마냥...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구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 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다"고 자조한다. "비가 그쳐도 희꾸무리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 건지"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지"를 묻는데서는 급기야 젊은이들의 탄성이 절로 새어나온다.

소설가 김영하는 최근 20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1980년대생의 삶 '퀴즈쇼'를 통해 "단군이래 가장 공부도 많이 했고, 똑똑하고 외국어도 능통하며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블록 다두릇 만지고, 외모도 출중하고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세대"인 이들의 비애를 "우리 부모 세대는 이중 단 하나만 잘해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었는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거야"라며 신 21세기 청년 풍속도라 규정짓기도 했다.

잔인한 달 4월에 왠 청년백수타령이냐 반문할 듯도 싶지만, 굳이 4월 이 흐드러진 봄날에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에 내가 '꽃힌'이유는 이렇다. 
'가요계의 워낭소리'혹은 '인디계의 서태지'라는 이 청년가수가 노래보다 더 가슴뭉클하게 털어논 얘기는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 개의 진로가 있어야 할 텐데 지금 우리나라에는 손에 꼽을 만한 가지 수의 진로 만이 옳은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라며 '바꿀 것'을 제안한다.

'싸구려 커피'로 풀어보는 논술의 묘미는 바로 이거다. 모두 하나같이 줄서서 학교가고, 학원가고, 대학가고, 회사가고...가 덜컥 닫힌 세상. 이제는 늘 그래왔듯 빨리빨리 무언가를 하기 보다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해 느긋하게 생각해 보기'가 필요한 때임을 볼 줄 아는 머리와 가슴을 열자.

'내가 미쳤어' '쏘리(sorry) 쏘리(sorry)' '소녀시대 gee'같은 말초적 대중가요와는 뭔가 다른 '싸구려 커피'에 내가 꽃힌 이유는 바로 이 청년가수가 말한 것처럼 "단순히 즐기는 음악에서 그치지 않고 듣는 이로 하여금 다시 한번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고 생각해 보게 하는 힘" 때문이다.

부모들이여, 당장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되라고 재촉할 것인가. 청년들이여, 종종대며 과외가고, 학원가듯 빨리빨리 무엇가를 하려 하지말고 내 자신과 세상에 대해 좀 느긋해 지라. 

그래도 어쨌거나 답답할 뿐이다. 
대한민국이여! 어쩌다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지'를 따져 묻는 젊은이들의 한숨 속에 하루를 닫고, 또 여는 것인가? 

20대 백수 진로 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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