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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의 조건
수원시 청소년 의식구조 설문에 대한 단상, 가정문제 1위 해법은 '스위트 홈'
2009-05-06 11:58:20최종 업데이트 : 2009-05-06 11:58:20 작성자 : 시민기자   현은미

 

행복한 가정의 조건_1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햄버거가 무슨 맛이니?"
한 달에 잘해야 한두 번 조카에게 좋아하는 햄버거를 사주며 물었다. 
"행복한 맛이요"
이제는 훌쩍 커버린 '중딩 조카'가 이모의 팔짱을 흔쾌히 허락하며 들려준 대답에 픽 웃음이 나왔다.

10대 청소년들을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세대로 본다던데 아직 '그분'이 안 오신건지, 아니면 특정인물 앞에서만(조카의 경우 아빠인 듯)그런지 녀석은 여전히 해맑다. 
우문현답이든, 현문우답이든 아이들은 대화 할 때 빛난다. 여섯 살 늦둥이 조카는 "책을 읽으면 머리가 똑똑해져요"라고 하더니 "책을 읽지 않으면 키가 크지 않는다"는 명언(?)까지 만들 정도다.

곰곰 따져보니 애들이 꽤 수다스럽던 때가 있었다. 처음 말을 배울 때,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 맛난 음식을 먹거나 갖고 싶던 장난감을 품에 안았을 때, 또 밖에서 뭔가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급기야 싸우고 돌아온 어느 저녁 등등 말이다. 

"아이에게 민주적인 엄마 맞나요? 혹 아이들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엄마, 우유마시면 안돼요? 놀면 안돼요? 라며 부정적 질문을 즐겨 하지 않던가요?"제 의견을, 수다 쏟아내듯 퍼붓던 아이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엄마 앞에서 이렇게 '에둘러'(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변죽을 울리는 식) 제 생각을 표현하면 필경 '성장 점멸등'이 켜진 건 아닐까.

수원시가 최근 수원지역 초등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사이 청소년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의식구조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한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문제 가운데 음주, 흡연을 가장 심각하게 생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폭력이나 인터넷 중독, 학업문제나 자살충동 등도 뒤를 이었는데, 무엇보다 시선을 모은 건 이와 같은 문제발생의 원인 1위가 '가정문제'였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행복한 가정'을 뽑았다. 응답자의 38.4%를 차지할 정도다. 문제도 알았고, 해답도 들었으니 그럼 이제 '행복한 가정'을 꾸밀 일만 남은 것일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설문조사는 한 가지 더 설문과 답을 전했다. 

바로 학생들의 평균 여가시간을 물은 것. 학생들은 보통 평일 3시간, 주말 6시간 안팎에 짧은 여가시간을 보낸다고 밝혔다. 게다가 고등학생의 경우 절반정도가 평일 1시간 이내의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음주, 흡연의 가까운 유혹과 행복한 가정의 딜레마 사이에 '1시간의 여가'가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영어도 수학도 아닌, 논술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초등이든, 중등이든, 아니 고등학생은 아주 당연하게 "다른 시간 없나요, 시간이 영수와 안 맞네요"를 연발하는 학부형들과 마주치기 일쑤다.

초등 저학년때만 해도 "어떤 책을 먼저 읽혀야 하죠? 아이들이 책을 무척 좋아하는데 엄마가 어떻게 지도를 해줘야 하는 건지 알고 싶어요. 쉽게 독서하는 법, 일기 쓰는 법, 책 읽고 독후감 쓰는 법을 배울 방법 없나요"를 연발하던 엄마들은 대체 모두 어디로 간 걸까. 

매일 매일을 '데드라인'(신문잡지의 원고마감)에 시달리며 살던 기자 재직시절, 늦은 저녁 기사마감 후 동료들과 나누던 소주 한잔이 '위안'같았던 때가 있었다. 

소외당한 자의 절망, 사회 안전망 부재, 사주의 이익과 사회정의가 충돌할 때 기자는 소신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는가를 토로하며 털어 넣던 '소주 한 잔'의 성숙한 위로를 과연 십대 미성숙의 청소년 녀석들에게 전할 기회가 있을까.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아이들이 음주, 흡연이 주는 헛된 상상 속으로 도피해 안주하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하루, 몰아(沒我 자기를 잊고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 해맑게 웃음 짓는 건강한 10대들과 소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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