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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한송이 피워 올릴 것이다
따뜻한 송년모임
2010-12-27 21:50:55최종 업데이트 : 2010-12-27 21:50:55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전번 주 수요일은 송년 모임이 있었다.  
이번 달에 생일인 후배의 생일을 미리 축하하며 회비로 작은 봉투도 마련했다. 작은 선물이지만 만나는데 의의를 두는 소박한 만남이고 싶어서 일부러 다른 선물은 준비하지 않았다.
전번 달에 떡과 CD한 장씩 나눠 갖는 것으로 연말 선물을 대신하였기 때문에 부담 없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후배는 선배언니와 내게 커다란 선물꾸러미를 내밀었다.  
선물을 풀어보니 예쁜 로고가 박힌 두 장의 골프티셔츠와 스포츠 가방,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담아 마시기에 좋은 앙징스런 찻잔세트가 정성껏 포장되어 있었다. 생일인 사람이 오히려 우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선물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후배는 선배언니에게 따로 봉투를 담아 인사를 하였다.  용인에 사는 언니는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 번번이 수원으로 와 주신다. 스포츠 매장을 운영하는 후배와 몸이 약한 나를 배려해서 이곳까지 우리를 보러 와 주는 것이다. 

이곳에 살다가 이사를 한 언니는 여기서 병원도 다니고, 미용실도 다니기 때문에 이사를 했어도 주거지만 바뀌었을 뿐 생활권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는 길에 자주 오시려니 하고 무심히 넘겼었다. 어린 후배지만 나는 또 배운다.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민들레이다. 한번 맺은 인연은 아주 소중히 여기며, 소녀같이 맑고 민들레 같은 언니의 분위기가 좋아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우리는 언니에게 쏘옥 반해버렸다.  
"야, 좋다, 얼굴 보니까..." 
이번에도 언니는 우리를 만나서 그냥 좋다며 툭하고 한마디 던지는데, 그 말이 가슴에 닿아 툭 터지면서 꽃망울이 활짝 피어올랐다.

꽃한송이 피워 올릴 것이다_1
꽃한송이 피워 올릴 것이다_1


지난여름에는 공교롭게도 우리가 만나는 날, 허리가 삐끗해서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었다.  
선배언니와 그녀는 음료수와 다과 세트를 사들고 방문해 주었고 며칠 후엔 얼른 나아서 운동하라며 운동복 상의를 선물해 주었다. 
같이 입원한 환자들은 친구들이 뭐 사갈까? 라고 묻는 전화가 오면 "운동복 사와, 음료수는 많거든..."라고 대답해서 병실에서 내내 부러움을 산적도 있다.

그녀는 상대방을 포용할 줄도 알고, 보기보다 대범한 면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언뜻 보면 강해보이지만 실은 사람에 대해 측은지심을 가지는, 누구보다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잠시 길을 잃은 것 같다. 속 깊은 말을 내게 내보이지는 않지만 그냥 언뜻언뜻 슬퍼 보이는 그녀의 표정이 가끔씩 마음을 아릿하게 한다. 

잠시 가던 길을 잃었다고 무어 그리 조급할 게 있겠습니까. 잃은 길도 길입니다.  살다보면 눈앞이 캄캄할 때가 있겠지요. 그럴 때는 그저 눈앞이 캄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바로 그것이 길이 아니겠는지요......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언제나 너무 일찍 도착했으나 꽃한송이 피우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원통할 뿐입니다.
 /이원규 시인

지난 시간 우리에게 각각 다가온 산 같은 힘겨움, 그 산을 올려다보면 아마득할 때도 있지만 앞으로 우린 천천히 걸을 것이다.
."아...좋다. 얼굴보니까." 라며 선배언니가 툭하고 한마디 던질 때마다 꽃망울을 가슴에 툭툭 터뜨리며 꽃한송이 피워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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