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
2011-01-17 01:24:06최종 업데이트 : 2011-01-17 01:24:06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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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 되어서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_1 그렇게 세월과 더불어 관계도 익어가는 것이다. 오늘은 슈퍼아저씨를 길에서 만났는데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80도쯤 숙여서 정중히 답례인사를 하였다. 나이가 십년쯤은 나보다 어린사람에게 인사를 받으면서도 아직까지 나이를 종종 잊게 된다. 나이가 들었다고 그저 고개만 까딱하고 답례하는 것도 좋은 버릇은 아니지만 한 해가 가고 또 한 달이 지나는 시점에 서니 나이가 드는 게 공연히 서글퍼진다. 그런데 아예 인사를 하지 않는 어린사람과 마주치면 내가 먼저 인사를 할 수도 없어서 더욱 민망하기도 한걸 보면 나이 듦이 만만한 일이 아니다. 세월이 한 해 한 해 갈수록 거울 속에 나이든 아줌마의 얼굴이 왜 내 얼굴 같지 않은 건지.이번 공공 기관에서 면허증을 재교부 받으면서도 십년 전 사진을 내밀며 이게 나라고 우기다가 결국은 요즘에 찍은 사진을 내밀은 적도 있다. 오늘 '드림하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이 우승펜던트를 잃어버렸다며 연습실 강당에 찾으러 온 장면이 있었는데 상대배우가 "잘 되었네, 그만 잊어버려. 이제는 그거 찾을 일 없잖아." 라며 시니컬한 표정으로 연습실을 나가는데 그 장면이 왜 그렇게 멋져보이던지. 그러고 보면 무언가 잃어버린다는 게 꼭 잃어버리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한 생각을 해봤다. 지나간 한해도 드라마 주인공이 잃어버린 우승 페던트처럼, 혹은 아끼던 MP3나 선물 받은 시계를 잃어버린 것처럼 시니컬한 표정으로 잘되었군, 이제 그거 찾을 일 없으니까, 라면서 멋지게 나이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는 세월이 갈수록 나이 듦을 한 해 한 해 업데이트 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지나간 시간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기억 속에 저장된 폴더를 미련 없이 모두 날려버리고 아예 새로 포맷해 볼까나. 너무 시니컬한가.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