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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정이 담긴 장독대
2011-09-15 23:07:13최종 업데이트 : 2011-09-15 23:07:13 작성자 : 시민기자   이정례

시골에 살고 계신 친정집에 내려가면 양지바른 곳에, 햇살을 가득 받고 있는 옹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가 있다. 크고 작은 옹기들이 저마다 다른 내용물을 담고 장독대에 앉아서 자신들의 모습을 뽐내고 있다.

어릴 적 시골집 친구들의 집에 가도 집집마다 양지바른 곳에 위치한 것이 장독대였다. 나는 이런 장독대를 보면 친정어머니의 정이, 시골의 인정이 느껴진다. '

어느 해인가, 우리집에서는 일년동안 먹을 장이 못쓰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이런 소식이 마을에 알려지면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조금씩 우리 집에 장을 보내주시곤 했던 기억이 있어서 인지도 모른다. 

다른 해에는 이웃의 다른 집 장이 잘 담가지지 못하면 우리 어머니도 아낌없이 장을 퍼서 이웃에 나눠 주시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마을에 가난한 사람들이 있으면 집집마다 이 장독대에서 인정이 나눠진다. 집집마다 잘 담아진 장을 서로 나누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독대에는 우리 한국인만의 인정이 넘쳐나는 공간이 되곤 했다.

한국인의 정이 담긴 장독대_1
어머니의 정성 가득한 장독대의 모습


나에게 있어서 장독대는 우리 어머니를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한다. 어머니는 한 해동안 가족들이 먹을 된장, 고추장, 간장, 각종 짱아지 등을 정성스럽게 담아 장독대 가득한 옹기에 담아 두시곤 했다. 그렇게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장들은 한국인의 지혜가 가득 담긴 옹기 안에서 아주 맛있게 숙성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옹기는 순수한 천연 유악과 맥반석을 사용함으로써 적당한 습도와 공기의 통풍으로 옹기 자체가 숨을 쉬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옹기는 독을 빨아들이거나 정제하는 방부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니 놀라운 조상의 지혜가 느껴진다. 또한 옹기는 음식을 자연 발효시켜 맛과 신선도를 장기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최상의 용기가 되어 준 것이다.

혹시라도 이러한 옹기에 담아놓은 장에 곱이라도 끼면 어머니는 정성스럽게 곱을 걷어내시고 햇볕이 강렬한 날에 장독대의 뚜껑을 다 열어놔 햇볕이 들어가게 하셨다. 이렇게 따가운 햇살을 맛본 장들은 신기하게 곱이 더이상 끼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 남아 있는 내가 해야 할 일은 부모님이 농사일을 돌보러 밖으로 나가셨는데, 갑자기 비가 오면 옹기 뚜껑들을 재빠르게 닫아서 빗물을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했다. 혹시라도 친구들과 열심히 놀다가 이렇게 옹기 뚜껑을 덮지 않으면 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지곤 했던 기억도 있다. 

한국인의 정이 담긴 장독대_2
한국인의 정을 담은 장독대


그리고 어머니는 시간이 있을 때 마다 이 옹기를 열심히 닦아서 고추장, 된장 등 각종 장들이 맛있게 익어가길 바라신다.

이런 어머니의 정성을 받고 잘 숙성된 장들은, 어머니의 손에 의해서 시골을 찾아 온 친인척들에게 나눠지곤 한다. 부모님은 이렇게 나눠 먹기 위해서 그 큰 장독대 가득 각종 장들을 담으시곤 했던 것이다.

올해도 여지없이 추석을 맞아 내려온 서울 사는 친척오빠에게 어머니는 유리병 가득 장을 퍼주셨다. 친척 오빠는 "작은 어머니께서 담은 맛은 이런 깊은 맛이 나지 않아요."라고 좋아하시며, 유리병 가득 찬 고추장과 된장을 보고 연신 싱글벙글 했다. 아마도 어머니의 장이 특별히 맛있는 것은 이런 정성이 가득 담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 어머니의 장독대처럼 한국인의 장독대들은 이렇게 한국인만의 인정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이정례, 장독대, 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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