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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학교를 믿지 마세요
학교는 너무 나약하고 비겁해졌습니다
2011-12-28 14:04:01최종 업데이트 : 2011-12-28 14:04:0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철규

죄송합니다, 학교를 믿지 마세요_1
아름다운 금수강산에서 뛰어난 조상들의 기를 물려받은 우리 아이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순수하고 똑똑합니다.

"학부모 여러분, 죄송합니다. 학생들에게는 면목이 없습니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어쨌든 최근 모든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학교폭력 사태에 대해 현직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할 말이 없습니다.

드릴 말씀은 이제 더 이상 학교를 믿지 말라고 부탁드린다는 것입니다. 
작금의 사태를 해결하기엔 학교는 너무 나약하고 비겁해졌습니다. 그만큼 우리 아이들은 너무 빠르게 훌쩍 커 버렸고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일 만큼 학교는 그렇게 민첩하지 못하고 교사들은 기운이 빠졌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너무 무책임하다고요?
네, 맞습니다. 수십, 수백 대의 일의 경쟁을 뚫고 선망의 직업인 교단에 섰을 때만해도 열정이 넘쳤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스승이라는 목표는 흐려지고 교사라는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물론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모든 이유는 우리 교사들 자신에게 있겠지요.
바로 눈앞의 아이가 소중한 생명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데 그거 하나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탁 털어놓고 아이들의 고민과 걱정을 들어줄 가슴과 여유마저 갖고 있질 못한데 우리가 무슨 선생님입니까?
이런 상황에서 피아제의 발달단계나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이 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이들에게 삶을 조금씩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게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소중한 행복의 의미를 가르치기엔 우리 사회의 요구가 너무 많습니다.

아직도 등수로 모든 사람을 평가하면서 학교가 줄을 세워 학생들을 망가뜨린다고 탓합니다. 내 자식만은 좋은 대학과 유학보내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야 한다는 핑계로 대화 한번 제대로 못하면서 교사에게 상담하라고 합니다.
이름 있는 상급학교 보낸 실적을 버젓이 공개해놓고선 학교가 너무 입시교육에만 매달린다고 탓합니다.

네, 그래도 좋습니다. 교직은 천직이고 성직이니 이 모든 것을 떠안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만능이고 모든 교사가 성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기억해 주십시오.

그러나 절대 돈이 안 드는 '믿음'이라는 단 하나의 힘만 모아주신다면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학교와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에구, 죄송하다고 사죄해놓고선 오히려 넋두리만 늘어놓고 조건부 요구까지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에서 뛰어난 조상들의 기를 물려받은 우리 아이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순수하고 똑똑합니다.
그만큼 우리 어른들의 순간적인 방심이나 어설픈 판단으로 쉽게 더렵혀지고 깜짝 놀랄 범죄까지 범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모두가 우리 자식이라는 넓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지켜봐주시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보여 주십시오. 더불어 진심어린 걱정이 담긴 따끔한 조언도 모아 주십시오.

이제 세상은 나 하나만, 우리 자식 한 명만 잘되어서는 행복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품앗이'와 '두레'에 담긴 소중한 정신이 더욱 절실한 시점입니다.
세상에는 너무 소중한 것들만 있어서 풀 한 포기만 보아도 저절로 눈물이 납니다.


학교폭력, 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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